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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관음암에서
▲ 관음암 절경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관음암에서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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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이다가 오후가 되면서 하늘은 높고 푸른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 되었다. 주위는 온갖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과 풍경들이 마음을 사로잡는 계절, 이런 느낌 때문에 사람들은 산을 찾고, 자연을 동경하며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 나선 곳, 산사다.

길가에 핀 들국화가 자유롭다
▲ 관음암 가는 길 길가에 핀 들국화가 자유롭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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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의 하나여서 인근 지역 사람들은 물론 전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해마다 계절마다 들르는 곳이다. 이런 유명한 사찰이 내가 사는 지역에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가슴 벅찰 때가 많다.

관음암 입구 작은 연못
▲ 가을연못 관음암 입구 작은 연못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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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아 새삼 으쓱해지기도 하는 것이 바로 통도사이다.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찾아와서 제각기 느끼고 가는 것은 아마도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음암 입구 여의주를 물은 용의 자태가 인상적이다.
▲ 여의주를 물은 용 관음암 입구 여의주를 물은 용의 자태가 인상적이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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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는 그 자체로도 유명하고 볼거리는 물론 자랑하고 싶은 국보급 소중한 유산들이 많이 있지만 그보다 더 자랑하고 싶은 것은 통도사 뒤편으로 있는 여러 개의 암자이다. 알려진 암자로는 15암자라고 하는데 이제까지 한 번도 제대로 둘러보지 않았던 암자들이다.

안양암 입구는 계단을 내려가야 암자를 만난다
▲ 안양암 입구 안양암 입구는 계단을 내려가야 암자를 만난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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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에 우연히 한두 군데 들른 것 외엔 잘 알지 못하는 곳들이다. 통도사로 들어서기 전, 관음암에 들렀다. 아주 오래전에 가본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관음암에선 들어서는 입구엔 여의주를 물은 용의 자태가 인상적이었고, 길가에 핀 들국화와 무르익은 고개 숙인 벼들의 풍경이 가을 그 자체를 말해주었다.

자세히 보니 너무 아름답다. 그 자체만으로도~
▲ 안양암 문 문양 자세히 보니 너무 아름답다. 그 자체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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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암을 나와 통도사를 향해 걸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역시 '사찰 중의 사찰'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텃밭에는 없는 게 없다.
▲ 옥련암 옆 텃밭 텃밭에는 없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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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를 잠시 뒤로하고, 이정표 따라 처음 들른 곳은 안양암이다. 봄에 한번 다녀가서 그런지 왠지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산사는 계절에 상관없이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운치가 있지만 굳이 하나를 뽑으라 한다면 봄보다는 그래도 가을이 더 운치가 있다.

다른 암자와 달리 한글로 된 현판이다.
▲ 옥련암 대웅전 다른 암자와 달리 한글로 된 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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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암을 나와 옥련암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암자들이 암자마다 그 특색이 다채롭다. 고불고불 길을 돌아다니는 것이 마을 같다. 길가에 우뚝 서 있는 단풍나무들이 각자의 색깔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고, 암자를 찾아가는 길목 한 편에는 아직 거둬들이지 않은 가을 농작물들이 애타게 손길을 재촉하는 것 같다.

늘 보는 밭고랑이지만 여름 내내 주인의 손길을 받았을 테니 그 얼마나 단아하고 아담한지 말로는 그 표현을 다하지 못한다.

대웅전에서 바라본 풍경
▲ 옥련암 대웅전에서 대웅전에서 바라본 풍경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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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의 가을은 찾아오는 사람의 마음까지 물들이는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화려한 색채들로 가득하다. 그 공기마저 색깔을 지닌 것 같아 잠시 탄성을 질러보기도 한다.

특색있는 사명암에는 정자와 연못이 특이하다.
▲ 사명암 정자 특색있는 사명암에는 정자와 연못이 특이하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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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련암은 다른 암자보다 규모가 컸다. 공부하는 선방이 따로 있었는데 주위 영축산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기운을 받아 나 역시 '이런 곳에서 글을 쓴다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아주 오래된 감나무!
▲ 사명암 대웅전 옆 감나무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아주 오래된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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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련암은 대웅전 현판에 새겨진 글자가 한자가 아니라 한글로 새겨진 것이 특이했다. 암자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세 개의 돌탑이 무엇인가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한 그루의 붉은 단풍나무가 인상적이다.
▲ 사명암 절경 한 그루의 붉은 단풍나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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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련암을 나와 몇 미터 옆에 있는 길목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사명암으로 생각지도 못한 연못위의 정자가 인상적이었고, 그곳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또한 신선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운암 주위는 들꽃들이 많고, 들꽃축제가 유명하다.
▲ 길가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서운암 주위는 들꽃들이 많고, 들꽃축제가 유명하다.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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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서 있는 나무는 온통 붉은 잎들로 가득했고,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의 감들은 그저 탐스럽기까지 했다. 잠시 정자에 앉아 주위 풍경에 마음을 뺏겼다. 저절로 찾아드는 감탄사. 이렇게 며칠만 있었으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 곳을 내려왔다.

장독대의 정렬이 너무 아름답다.
▲ 사찰된장 장독대의 정렬이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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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서운암에 들렀다. 서운암은 통도사 말사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암자다. 된장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판매를 하는데 사찰된장으로 유명하다. 계절마다 다양한 들꽃들의 어우러짐이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요기다.

도자기 판에 대장경 글씨를 새겨 구워 만든 16만 대장경을 보관!
▲ 대장경각 도자기 판에 대장경 글씨를 새겨 구워 만든 16만 대장경을 보관!
ⓒ 김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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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반질반질 잘 닦아 놓은 5000여 개의 장독대 정렬이 가장 인상적이다. 서운암에서는 도자대장경이 있는데, 서운암 성파스님이 도자기 판에 대장경 글씨를 새겨 구워 만든 16만 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목판인 팔만대장경과 달리 16만 대장경은 흙을 구운 도자기 판 위에 대장경을 새긴 것이고, '16만'이라고 해서 '8만'보다 내용이 두 배는 될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똑같은 내용을 새긴 것이라 한다.

서운암 대장경각!
▲ 대장경각 내부 서운암 대장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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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8만 대장경은 양면에 새겼고, 16만 대장경은 한 면에 새긴 것이 그 차이라 전한다. 아무튼 서운암은 봄에 열리는 들꽃축제도 한번쯤 볼 만한 장관이다.

몇 군데의 암자를 둘러보는 사이 늦은 점심을 먹으러 통도사 한 편에 자리를 잡았다. 꿀맛 같은 도시락을 먹고, 오후 일정 때문에 서둘러 산사를 내려와야 했지만 산사에서 느끼는 가을의 정취는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사람마다 다른 생각, 다른 느낌이겠지만 계절의 변화를 아주 잘 만끽하고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가을, 그것은 아마 산사가 아닐까 싶다.

산사에서는 역시 가을이 아름답다.
▲ 단풍나무 산사에서는 역시 가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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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둘러보지 못한 암자들, 아쉬움보다는 다음을 위한 기대를 담고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풍경을 안고 산사를 내려왔다.


태그:#가을, #산사, #암자, #통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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