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동료 정준하의 결혼식에 참석한 강호동

강호동이 SBS <스타킹>과 MBC <무릎팍 도사>로의 복귀를 확정했다. ⓒ 이정민


국민 MC 강호동이 돌아온다. 오는 29일 SBS <스타킹> 첫 녹화를 시작으로 MBC <무릎팍 도사>, KBS 새 프로그램으로 순차 복귀할 예정이다.

강호동의 복귀에 방송 3사 예능계가 모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강호동이 컴백과 동시에 유재석과 이경규를 동시에 넘어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유재석 vs 강호동, 운명을 건 리턴매치

강호동과 유재석은 영원한 맞수다. 지난 10여 년간 '유-강' 양강체제의 주인공이었던 그들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예능계를 선도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다른 프로그램과의 비교를 거부했다. 그만큼 유-강의 인기는 독보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랬던 그들이 2012년, 다시 한 번 '리턴매치'를 펼친다. 강호동의 컴백작 <스타킹>과 함께 <무릎팍 도사>가 목요일 밤 시간대로 편성되면서 유재석의 MBC <무한도전>, KBS <해피투게더>와 동시간대 전면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강호동으로서는 컴백하자마자 껄끄러운 상대를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강호동과 유재석 MC 유재석 역시 강호동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유재석이 박명수와 같은 반골 기질 캐릭터도 품어가는 포용형 MC라면 강호동은 멤버들의 도전 의식을 고취하는 승부사적 MC다.

강호동과 유재석 ⓒ SBS


가혹한 이야기지만 시청률은 곧 '복귀 성적표'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성공적인 복귀가 된다. 20년 만에 예능에 복귀했던 주병진이 시청률 저조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을 한 예를 살펴볼 때, 방송인에게 시청률만큼 중요한 숫자도 없다. 특히 강호동처럼 방송 3사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돌아온 케이스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의미에서 강호동에게 이번 대결은 운명을 건 절체절명의 승부다. 방송인으로서 남은 생명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 어려운 일이지만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 중 하나라도 밀려서는 안 된다. 시청률 싸움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고, 만약 승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비등비등한 수준까지는 끌어 올려야 한다.

만약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유재석에게 밀리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시청률을 받아든다면 당장 그의 이력에 의문부호가 붙을 것이다. '흥행보증수표' '국민 MC' 같은 거창한 타이틀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할 뿐더러 예능계 주변부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이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재석의 입장도 강호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는 유재석의 주력 프로그램이다. 최근 <놀러와>의 부진으로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마저 주도권을 내준다면 수습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만큼 탄탄한 고정 시청 층을 바탕으로 조기에 승부를 내려고 할 것이다.

이렇듯 '지켜야 하는' 유재석과 '빼앗아야 하는' 강호동의 전면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능계 분위기 역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과연 강호동은 유재석이란 거대한 경쟁자를 넘어 성공적인 복귀 신고식을 치룰 수 있을까. 승부사 강호동이 준비하고 있는 회심의 일격이 무엇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경규 vs 강호동, '1인 토크쇼' 주인 자리 놓고 격돌

이경규는 강호동의 20년 방송 인생 대부분을 책임져 온 그의 '예능멘토'다. "네가 방송계에서 성공 못하면 내가 옷을 벗겠다"는 말 한마디로 천하장사 강호동을 방송계로 데뷔시킨 그는 강호동이 국민 MC로 성장하기까지 전폭적인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잠정은퇴와 복귀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이경규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강호동이 연예대상을 수상할 때마다 했던 말은 "이 모든 영광을 저를 이끌어주시고 가르쳐 주셨던, 저의 아버님이자 스승님인 이경규 선배님께 바칩니다"였다. 자신이 받은 대상 트로피를 이경규에게 바칠 정도로 이경규에 대한 강호동의 신뢰와 존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KBS <1박 2일>을 '국민 예능'의 자리에 올려 놓고 연예대상을 단골 수상했던 강호동이 최근 하차를 결정했다

강호동은 KBS <1박 2일>을 '국민 예능'의 자리에 올려 놓고 연예대상을 수상했었다. ⓒ KBS


하지만 이번 컴백을 기점으로 이경규와 강호동 역시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인 토크쇼' 주인 자리를 놓고 펼치는 자존심 싸움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 1인 토크쇼의 제왕은 누가 뭐래도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이었다. 안철수부터 조수미까지 당대의 명사들이 앞 다투어 출연한 <무릎팍 도사>를 통해 강호동은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토크쇼 MC로 등극했다.

그러나 강호동이 자리를 비운 사이 1인 토크쇼의 판세가 뒤바뀌었다. 이경규가 이끄는 SBS <힐링캠프>가 <무릎팍 도사>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앉았기 때문이다. <무릎팍 도사>의 대체제로 각광 받은 <힐링캠프>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대선 주자부터 기성용, 이용대 같은 스포츠 선수까지 전 분야를 총 망라한 막강한 섭외력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현재 1인 토크쇼 최강자는 단연 <힐링캠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조 강호' <무릎팍 도사>가 '신흥 강자' <힐링캠프>를 벼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선 '화제성 있는 인물을 누가 더 빨리 모셔 가느냐' 하는 캐스팅 싸움부터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끄집어내느냐' 하는 방송 전략까지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까지 끼어들면 토크쇼 판세는 더욱 혼란스럽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2010년 <KBS 연예대상> 수상 당시 유재석-이경규-강호동

2010년 수상 당시 유재석-이경규-강호동 ⓒ KBS


지금 강호동은 이경규에게 빼앗긴 1인 토크쇼의 제왕 자리를 찾아오는 동시에 <무릎팍 도사>의 흥행도 견인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 받았다. 과연 그는 범람하는 1인 토크쇼 시대에 어떤 차별화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것인가.

확실한 것 한 가지는 과거 콘셉트를 그대로 답습하는 안일함으로는 절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무릎팍 도사>는 캐릭터와 토크쇼를 결합하고, 감각적이고 스피디한 편집으로 1인 토크쇼의 새 장을 열었다. 이번에도 그런 획기적 기획이 필요하다. 원조 1인 토크쇼의 제왕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다면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강호동은 한시도 멈추지 않는 MC였다. 큰 덩치에 사투리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와 부딪히고 깨지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던 그의 성공신화는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은 극대화'시키는 그의 열정과 노력에서 비롯됐다. 그 불같은 패기로 강호동은 자신 앞에 놓인 유재석과 이경규라는 '큰 산'을 넘어설 수 있을까.

강호동이 걸어갈 길은 분명 녹록치 않은 험로일 것이다. 그가 부디 포기하지 말고 주어진 운명을 담대하게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대중이 기대하는 '강호동다움'이다. 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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