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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유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던 울산의 화학업체 카프로가 정부 부처와 검찰·경찰을 상대로 수억 원을 들여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카프로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카프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카프로락탐'을 만드는 업체다. 카프로락탐은 합성섬유 나일론의 원료다.

이 문건에는 카프로가 부산지방노동청과 울산지방검찰청, 지역 언론사를 대상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명절 선물을 보내기 위해 예산 3억5740만 원을 책정했다고 나와 있다. 카프로는 1회당 50만 원 기준으로 밥을 사고, 추석과 설에는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각 기관에 '회식 찬조금'이란 명목으로 50~100만 원씩 보내는 비용도 있었다.

'안전환경팀 관공서 비용'이란 서류에 따르면, 카프로 안전환경팀은 부산지방노동청·울산지청·산업안전과 등 21개 기관 34개 부서에 1억7140만 원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울산지역 관공서·언론사 등 21개 기관 34개 부서에 수억 책정

 홍영표 의원실이 10월 15일 울산의 화학업체 카프로가 지역 관공서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다며 공개한 내부 문건.
 홍영표 의원실이 10월 15일 울산의 화학업체 카프로가 지역 관공서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다며 공개한 내부 문건.
ⓒ 홍영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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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비용을 들인 곳은 울산시 남구청 환경관리과(1320만 원)였다. 카프로는 이 외에도 환경정책과·하수관리과·환경자원과 등에 로비를 벌이는 등 단일기관으로는 울산시청에 제일 많은 로비자금(4800만 원)을 썼다. 울산 남부소방서에는 2880만 원, 울산 남구청 환경관리과와 한국산업안전공단에도 각각 1500만 원씩 집행됐다. 카프로는 이 외에도 추가예산을 2억5860만 원 책정했다.

홍 의원 측은 카프로가 2006년 톨루엔, 2007년 아황산가스·암모니아가스 유출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것을 계기로 정부기관 로비에 적극 나섰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중화조 화재·벤젠 유출 등이 잇따르자 노동부와 울산시 등 관계 당국은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과태료도 부과했다. 2006~2007년 안전·환경 관련 민원과 고소사건 등을 처리한 것만 12건이었다.

또 다른 문건에는 카프로 고위 관계자들이 접촉해야 할 대상이 적혀 있었다. '대외기관 관련 모임'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사장님 혹은 생산본부장님이 접촉해야 하는 분'으로 (울산)남구청장, 울산지방검찰청장, 울산시장, 부산지방노동청장, KBS·MBC·UBC 울산방송국 사장 등이 쓰여 있었다.

홍 의원은 "사측의 설명대로 담당자 혼자 이 문건을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의심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며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공단·지자체 등 여기에 등장한 정부기관들은 이 내용이 사실인지, 유사한 사례는 없는지 면밀히 자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프로 "문건 출처 불분명, 내용도 틀려... MB 6촌동생 회사 아냐"

 홍영표 의원실이 10월 15일 울산의 화학업체 카프로가 지역 관공서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다며 공개한 내부 문건.
 홍영표 의원실이 10월 15일 울산의 화학업체 카프로가 지역 관공서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다며 공개한 내부 문건.
ⓒ 홍영표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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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로 관계자는 1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문건의 출처 없이 내용만 나오고 있다"며 문건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기업마다 접대비가 있는데, 2008년 결산 결과 회사 전체에서 쓴 금액이 4억 원이지만 문건에는 로비자금으로 6억 원 뿌렸다고 나온다"며 "사실 관계도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문건대로 관공서 접대용 예산을 세운 것이 맞냐'는 질문에는 "문건 자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어떤 문서가 있었는지 내용을 보고 확인해야 정확한 답변이 가능하다"며 확답을 피했다.

또 <시사저널> 인터넷판이 14일 '이상규 카프로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6촌 동생'이라고 보도한 것을 두고 이 관계자는 "전혀 (두 사람은) 관계없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관계가 완전히 다르고, 내용도 확대해서 보도한 언론사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카프로#홍영표#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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