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방송되고 있는 MBC의 장수 예능프로그램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9년째 방송되고 있는 MBC의 장수 예능프로그램 <공감토크쇼 놀러와> ⓒ MBC


MBC <공감토크쇼 놀러와>(이하 <놀러와>)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2004년 첫 방송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률은 3~5% 안팎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화제성도 경쟁 프로그램에 밀리고 있다. "요즘 <놀러와> 자주 보는 분 없다"던 유재석의 자조 섞인 농담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MBC 대표 예능 <놀러와>는 과연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놀러와>, 위기는 어떻게 시작됐나

2010년까지만 해도 <놀러와>는 MBC 예능국의 자랑거리였다. '세시봉 특집'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시청률이 20%를 넘나드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 <놀러와>의 탁월한 섭외력과 치밀한 기획력은 집단 토크쇼가 본받아야 할 교과서적 표본이었다.

그러나 2012년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공고했던 시청자층이 순식간에 와해됐고 시청률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최근 <놀러와>의 시청률은 3~5%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무려 4~6배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유재석-김원희'라는 환상의 콤비를 데리고 동시간대 꼴찌를 면치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2010년 방영된 <놀러와> '세시봉' 특집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2010년 방영된 <놀러와> '세시봉' 특집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 MBC


올해 <놀러와>의 부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잦은 PD교체가 말썽이었다. '세시봉 특집'을 기획했던 신정수 PD가 <나는 가수다>로 차출된 이래, <놀러와>의 PD는 무려 3번이나 교체됐다. 프로그램의 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PD가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이 바뀐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특히 <놀러와> 같은 MBC 대표 예능에선 절대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

비상식적인 잦은 PD 교체는 곧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해결의 책' 같은 아무 의미없는 코너들이 마구잡이로 신설됐고 특유의 기획 섭외 능력 역시 빛이 바랬다.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 상황에 휩싸인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MBC 노조의 6개월 파업은 <놀러와>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정예 인력이 빠진 채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놀러와>의 부진을 틈타 경쟁 프로그램들은 급격히 성장했다. 이경규가 이끄는 SBS <힐링캠프>는 연초부터 박근혜, 문재인 등 유력 대선주자들을 섭외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1인 토크쇼로 자리매김했고, KBS 2TV <안녕하세요>는 일반인의 고민을 소재로 방송마다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놀러와>로선 안팎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게 돌아간 셈이다.

돌아온 신정수 PD의 개편, 실패와 성공 사이

 MBC <놀러와> 400회 특집 당시

MBC <놀러와> 400회 특집 당시 ⓒ MBC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MBC는 <놀러와>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신정수 PD를 다시 메인 PD로 임명했다. 약 1년여만에 <놀러와>에 복귀한 신정수 PD는 대대적인 프로그램 수술에 들어갔다. 400회 특집을 기점으로 코너를 새로 편성하고 패널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일련의 개혁적 조치를 실행한 것이다.

신정수 PD의 의욕적 개편은 <놀러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놀러와>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MBC 예능국 내부에서 한 때 '폐지론'이 고개를 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 왜 이런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개편의 방향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신정수 PD는 <놀러와>의 두 코너로 '트루맨 쇼'와 '방바닥 콘서트'를 신설했다. 그러나 두 코너 모두 단점이 적지 않다. 우선 '트루맨 쇼'는 그간 지켜온 <놀러와>의 정체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코너다. 김응수·권오중·은지원·박재범이 펼치는 세대별 남자들의 19금 지향토크는 뜬금없다 못해 이질적이다. 따뜻한 대화와 친숙한 분위기가 강점인 <놀러와>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MBC <놀러와>의 새 코너인 '트루맨쇼'

MBC <놀러와>의 새 코너인 '트루맨쇼' ⓒ MBC


게다가 반듯한 이미지의 유재석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펼치는 19금 토크'와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경규나 김용만이 진행해야 할 코너에 억지로 유재석을 끼워맞추다 보니 유재석 스스로도 어색해 할 뿐더러 활용도 역시 현저히 떨어진다.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메인 MC를 이렇게 가둬두는 건 미련한 일이다.

이에 비해 '방바닥 콘서트'는 음악과 토크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놀러와>의 장점을 잘 살린 코너다. 그러나 '음악의 아버지 특집' '보헤미안 특집' '노래하는 괴짜들' '세시봉 특집''이선희와 아이들' 등 과거 <놀러와>가 주로 선보였던 기획과 별 다른 점이 없다는 점에서 고루하고 식상한 느낌이 든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과거로의 회귀라면 곤란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변화지 정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재석-김원희만 빼고 모두 다 바꿔야 할 때

지금의 <놀러와>는 '유재석-김원희'를 제외하고 모두 바꿔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폐지냐 아니냐의 기로에 선 지금, 변화를 망설이고 두려워 해선 안 된다. 모든 것을 던지는 각오로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 한 두개의 코너 개편이 아니라 전체적인 틀을 통째로 바꿔야 하고, 가능하다면 패널 교체 등의 인적 쇄신도 일거에 진행해야 한다. 와해된 시청자층 규합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극약처방은 써야된다.

우선 '트루맨 쇼' 같이 정체성에 위배되는 코너는 하루 빨리 정리하길 바란다. 유재석의 활동 공간을 제한하면서까지 이 코너를 유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색다른 시도를 하고자 했던 취지는 높이 사나 방향과 방법은 완전히 틀렸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코너라면 과감히 버리고 새 판을 짜는 것이 현명하다.

 MBC <놀러와>의 새 코너인 '방바닥 콘서트'

MBC <놀러와>의 새 코너인 '방바닥 콘서트' ⓒ MBC


패널 교체도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한다. 과거 여운혁 CP는 "유재석을 데리고 동시간대 1등을 하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멤버 교체"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놀러와>가 새겨들어야 할 충고다. 잔인한 일이지만 김나영·은지원의 경질을 포함한 모든 수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따져보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람을 바꾸는 것만큼 분위기 쇄신에 효과적인 방법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근 <놀러와>는 A부터 Z까지 전방위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과연 <놀러와>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MBC 대표 예능으로서 8년동안 겹겹이 쌓아올린 명예를 고이 보전할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시험대에 올라선 <놀러와>가 숨겨둔 저력을 마음껏 발휘할 때다.

놀러와 유재석 김원희 신정수 MB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