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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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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위원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지난 9일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대의원대회에서 '위원장 선거 직선제 유예(안)'을 제출한 것에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올해 치러지는 위원장 선거에 규약상 직선제를 실시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은 '준비부족'을 이유로 시행이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민주노총은 지난 2009년 위원장 선거를 치르면서 직선제를 차기 위원장 선거로 유예하고 이를 규약으로 명시한 바 있다. 직선제 실시여부를 결정하지 못함에 따라 지난 9일로 예정된 차기 임원선거를 공고도 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직선제 유예안'을 제출했던 지난달 26일 임시 대의원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고, 오는 30일에 다시 소집된다. 이 대회에서 직선제 실시안이 단일안건으로 다뤄지며 김 위원장의 사퇴도 공식화 될 전망이다.

위원장직 걸고 직선제 유예안 통과 호소

김 위원장은 11일 개최된 중앙집행위원회(중집) 모두발언에서도 '직선제 유예'에 대한 일관된 의견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직선제와 관련해 적지 않은 시간을 토론하며 구체적인 실시방안을 검토했지만, 현 시점에서 현행 규약에 따른 직선제는 고질적인 정파구도와 승자독식의 패권주의를 극복하라는 혁신의 취지를 온전히 실현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고도의 정치적 합의를 요구하는 선거제도에서 부실한 사전준비는 필연적으로 부정논란을 발생시키고 집권을 위한 과도한 경쟁은 정파주의를 심화 시킬 것"이라며 "척박한 우리사회에서 민주노총이야말로 진보진영의 마지막 보루라는 무거운 책임감과 어떠한 경우에도 대중조직으로 그 위상을 바로세우겠다는 일념"이라고 직선제를 유예해야 하는 이유를 피력했다.

그는 "선거제도가 혁신의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결정사항을 집행하지 못한 책임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저에게 있다"며 "제가 질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결국 위원장직 사퇴를 걸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위원장 선거 직선제 유예안 통과를 호소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각 산별 및 지역본부에서 500여 명의 대의원을 선출해 위원장 투표를 실시하는 간선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의원 선출을 놓고 과정에서 각 정파들 간의 갈등이 표출돼 선거가 파행직전까지 가는 등 부작용에 시달렸다. 이에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위원장을 선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차기 위원장 선거에서 이를 시행하기 위해 규약까지 만들었다.

3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 결정... 후폭풍 예상

현재 민주노총 내에는 김영훈 위원장의 우려처럼 당장 직선제를 실시하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는 의견과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혁신을 위해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60만여 명의 전체 조합원이 투표하기 위해서는 정립된 시스템이 필요한데, 현재는 각 지역본부와 산별연맹별로 서로 다른 투표 방식을 요구하는 등 전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지난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선출 과정에서 벌어진 부실투표 논란이 번질 수 있고 민주노총이라는 거대 조직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일부의 우려다.

민주노총의 한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시스템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다, 직선제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실시해야겠지만, 지금 각 연맹이나 지역본부 별로 현장투표와 모바일투표 등 선거 방식을 놓고도 합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무조건 선거를 직선제로 치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직선제를 요구하는 진영은 "오래전에 이미 결정한 사안을 지키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의 혁신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산별연맹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직선제 유예를 놓고 사퇴할 것이 아니라 지난 3년 동안 시간이 있었음에도 직선제 실시를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장 사퇴에도 직선제 시행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민주노총이 오는 3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상당한 후폭풍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민주노총대, #김영훈, #직선제,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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