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의 한 장면.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한 장면. ⓒ 리얼라이즈픽쳐스


최근 사극의 키워드는 '왕'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드라마 <신의> <대풍수> 등은 왕 혹은 왕을 만드는 킹메이커를 통해 이 시대의 지도자상을 제시하고 있다.

더 이상 사극은 역사를 충실하게 옮기는 것을 미덕으로 삼지 않는다. 위의 세 작품만 하더라도,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허구적 이야기를 가미했다. 과거 사실을 둘러보기보다, 현재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시기적으로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소재인 왕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본래 왕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허구성이 있는 신화의 형태를 띠기 마련이지만, 위 작품들은 왕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강조하거나 공적을 치하하는데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다. 그래서 왕의 자질을 이야기하면서도, 주인공은 왕이 아닐 수 있다.

타고난 왕이 아닌, 백성을 위해 만들어지는 왕

 드라마 <신의>의 공민왕.

드라마 <신의>의 공민왕. ⓒ SBS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일부에서 역사 왜곡이라고 발끈할 정도의 발칙한 상상으로 '가짜 왕'의 존재를 내세웠다. 광해군 8년 중 사라진 15일 간의 기록을 재구성, 광해를 대신해 가짜 왕 노릇을 한 천민 하선이 있었다고 설정한 것. 광해의 명으로 가짜 왕을 데려온 허균은 점차 하선을 진짜 왕으로 만드는 킹메이커가 된다.

정치를 모르는 가짜 왕이 나라를 다스리를 방법은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맞춘 눈높이에 있다. '조세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대동법과 신원을 파악해 부역을 정하는 호패법 등 광해 개혁정치의 산물은 천민인 하선이었기에 시행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으로 꾸며졌다. 자연히 관객의 시선을 잡는 것은 군주의 치세 자체보다는, 부패한 관리의 횡포로 가족과 떨어져 궁으로 들어온 열다섯 사월이의 사연에 눈물짓는 왕의 애민정신이다.

SBS 드라마 <신의>의 공민왕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무사 최영과 '신의' 유은수다. 원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던 공민왕이 즉위한 원년, 두 사람은 공민왕이 주체성 있는 고려왕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한다.

비록 최영과 유은수의 멜로가 주를 이루며 킹메이커로서 전하는 메시지가 다소 희석됐지만, <신의>의 기획 의도 중심에도 '지도자'가 있었다. <신의>의 김종학 감독은 기획 의도에 대해 "의사가 사람의 병을 고치듯, 대통령은 나라의 아픔을 고치는 진짜 신의"라며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혀왔다.

 10월 초 첫 방송되는 SBS 대기획 <대풍수>에서 이성계 역을 맡은 지진희.

SBS 대기획 <대풍수>에서 이성계 역을 맡은 지진희. ⓒ SBS


10일 첫 방송을 앞둔 SBS 드라마 <대풍수>는 킹메이커를 보다 전면에 내세웠다. 고려말, 조선 건국을 배경으로 이성계를 왕으로 만든 다양한 도사들이 존재했다는 상상력을 가미한 것. 이성계는 지금까지 극에서 다뤄온 것과 달리, 전혀 왕위에 관심이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대풍수>의 설정은 정해진 운명이 아닌, 사람들이 원하는 지도자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광해>나 <신의> 속 왕이 시사하고 있는 바 역시 시대를 불문하고 요구되는 지도자의 자질이다. 시장에서 국밥을 먹는 것만으로 친서민 정책을 표방한다 눈속임할 수 없을 만큼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킹메이킹에서 지금의 대선 주자들은 어떤 힌트를 얻고 있을까.

대풍수 광해 신의 공민왕 이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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