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콜드 워>의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콜드 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콜드 워> ⓒ 부산국제영화제


CCTV로 전 도시의 80%를 볼 수 있을 만큼 최강의 치안을 자랑하는 홍콩. 하지만 어느 날  5명의 경찰이 임무 수행 중 행방불명된다.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것이다.  납치된 경찰 중에는 경찰 2인자 중 한 명인 M.B 리(양가휘 분. 이하 리) 처장의 아들도 포함돼 있다.

경무처 처장이 해외 출장으로 부재한 상태에서 리 부처장은 비상사태를 발령하며 수사에 들어간다. 작전명은 콜드 워. 그러나 또 다른 부처장인 션 라우(곽부성 분. 이하 라우)는 리 처장의 수사 방식과 절차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두 명의 처장은 수사 지휘권을 놓고 갈등한다.

지휘권이 라우에게 넘어 간 후 인질들의 몸값을 요구하는 괴한들에게 돈을 주기 위한 작전을 펼치지만 그 와중에 희생이 따르고 괴한들은 몸값을 다른 방식으로 가로채 간다. 인질들이 풀려나면서 인질 사건은 정리가 되는 것 같지만 실제적인 전개는 이제부터다.

괴한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경찰 내부의 정보를 알아내고 경찰의 작전을 농락한 것일까? 고도의 심리전과 함께 그 의문이 하나둘 씩 꼬리를 물며 실체로의 접근을 시작한다. 

기존 홍콩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

<콜드 워>는 잘 짜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탄탄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잠시도 숨 돌릴 틈이 없을 만큼 고도의 심리전과 복선이 스릴러처럼 펼쳐진다. 홍콩영화로 화려한 액션이 선보이진 않지만 심리적 묘사를 통해 내면의 생각과 고민을 끄집어낸다. 그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의 갈등을 부각시킨다. 범죄와의 싸움을 벌이는 내용이지만 초점은 경찰 내부에 맞춰져 있다. 차기 처장 후보이기도 한 두 부처장의 대립은 흥미진진하다.

 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콜드 워>

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콜드 워> ⓒ 부산국제영화제


특히 대립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연 곽부성과 양가휘의 연기력 대결도 볼 만하다. 수사지휘권을 놓고 거세게 충돌하는 장면은 두 배우의 연기력이 도드라지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는 부분이다. 동료이면서 경쟁자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막판에는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범죄자가 드러나고 감옥에 가지만 마무리된 느낌은 아니다.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면서 속편에 대한 여지를 남겨 놓는다. 감독은 속편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마지막 장면은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다.

<콜드 워>는 경찰 내부에 있는 범죄조직 내통자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무간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양가휘는 "인질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많지만 다른 점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홍콩안보시스템을 바라보는 영화"라고 말했다.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시선에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다. 이용관 위원장 역시 "<무간도>와 인질 소재 등은 같게 보이지만 다른 면이 많아서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렁록만 감독은 "홍콩영화에서 경찰 영화가 많다"며 "시나리오 쓰면서 어떻게 써야 새로운 모스모습을 보여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내부의 갈등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덧붙였다.

관객들은 '재밌다'지만...작품성이나 감동에 대한 언급은 없어

영화에 대해 관객들은 일단 "재밌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개막작 상영이 끝난 후 관람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재미있게 봤다"는 답변은 빠지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감동적이라거나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의견은 듣기 힘들었다.

일부 관객은 SNS를 통해 '개막작 시작 15분 만에 너무 지루해 잠든 게 함정'이라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30대 관객은 "영화 음악이 작품과 안 맞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관객들은 '배우들이 멋있다'면서 홍콩영화 4대 천왕 중 한 명인 곽부성의 등장을 반기는 모습을 나타냈다. 

 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콜드워>의 감독과 주연배우. 왼쪽부터 배우 양가휘, 써니 럭 감독, 렁록만 감독, 배우 곽부성

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콜드워>의 감독과 주연배우. 왼쪽부터 배우 양가휘, 써니 럭 감독, 렁록만 감독, 배우 곽부성 ⓒ 이정민


그렇지만 영화제 개막작으로서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글쎄?" 라며 망설이는 표현이 다수였다. 30대 초반 관객은 "대중성을 겸비한, 잘 만들어진 오락 영화지 예술성 있는 작가주의적 작품은 아니다"라며 "영화제의 간판이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개막 전 "올해 개막작 후보 중 10편 정도를 봤지만 딱 이거다 싶은 영화가 없어 고심했다"고 말했는데, 관객들 입장에서도 예술성이 있다며 흔쾌히 박수를 칠 만큼 개막작으로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었던 셈이다.

기자회견에서의 언급처럼 "기존 홍콩영화와는 다른 면이 있다는 판단"이 개막작에 선정과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물에 대한 심리묘사가 세밀하게 이뤄진 점이 익숙한 홍콩느와르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이를 두고 "새로운 홍콩영화의 등장으로 평가받을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 관객은 "개막식을 재밌게 즐기라고 관객들을 배려준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지루하지도 않고 재밌어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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