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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 살림욕장에서 피고개 중간쯤에 있는 돌탑, 이 돌탑이 소씨에게 건강을 찾아 주었다고 한다.
▲ 계양산 계양산 살림욕장에서 피고개 중간쯤에 있는 돌탑, 이 돌탑이 소씨에게 건강을 찾아 주었다고 한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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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큼 내려 앉은 계양산(인천광역시 계양구 소재), 순초록의 산이 어느새 갈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따가운 가을 볕이 눈부시다.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연휴를 맞아 가을산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3일 오후 2시, 계양산 입구 산림욕장에 도착하여 바위 틈에서 나는 샘물로 목을 적신다. 가슴 속까지 시원하다. 가을이라고 하지만 한낮에는 볕이 따갑다. 그래도 날씨는 쾌청, 계양산 정상(395m) 위의 파란 하늘에 눈이 시리다. 뭉게구름이 한결 시원해 보인다.

계양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혼자 가을산을 걷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산림욕장에서 피고개까지는 670m, 그러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생태통로를 지나는 곳에는 이름 모를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생태통로도 사람들이 여기저기 훼손한 흔적이 있어 아쉽다. 메마른 날씨 때문인지 생태통로 물웅덩이에는 물이 거의 말라가고 있다. 물이 조금 남은 곳에는 이름모를 생명체들이 서식하고 있다. 산짐승이 먹을 도토리나 밤을 줍는 사람들을 보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태통로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 그러나 이곳도 사람의 손길로 인해 여기저기 상처가 났다.
▲ 계양산 생태통로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 그러나 이곳도 사람의 손길로 인해 여기저기 상처가 났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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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씨가 탑을 쌓고 있는데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계양산 소씨가 탑을 쌓고 있는데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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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개를 향해 반쯤 갔을 때 너널지대라는 골짜기가 나타난다. 돌이 많은 지역이다. 그 곳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3개월 전만 해도 없던 풍경이었다. 둘레길 옆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돌탑을 보자 산행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저절로 찬사가 나온다.

"와, 마니산이 여기 있네."
"누가 이렇게 훌륭한 일을 했을까."

저마다 돌탑 앞에서 포즈를 잡고 스마트폰으로 연신 기념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계양산에 또 하나의 새로운 명물이 탄생했다며 모두들 돌탑을 쌓은 주인공이 누굴까 궁금해 한다.

그 시간에도 한쪽 귀퉁이에서는 부지런히 돌탑을 쌓고 있는 분이 있었다. 이름을 물었으나 밝히기를 한사코 거절한다. 성씨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하자 겨우 소씨라고만 알려 준다. 금년 나이 65세, 부인과 두 자녀를 둔 보통 가정의 가장이란다. 직장에서 정년 퇴임했다고 한다.

왜 힘든 돌탑을 쌓느냐는 물음에 그는 한참 동안 말없이 돌탑을 쌓기만 했다. 그래도 돌을 쌓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꼬치꼬치 캐묻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위암 수술을 받고 건강을 위해서 돌을 쌓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제는 건강이 좋아졌다고 했다.

탑쌓기를 끝내고 탑을 둘러 보고 있다.
▲ 계양산 탑쌓기를 끝내고 탑을 둘러 보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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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들이 소씨의 탑쌓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 계양산 등산객들이 소씨의 탑쌓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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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이런 기적을 만들어 준 것은 역시 돌탑이라고 했다. 돌탑을 쌓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건강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위암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는 눈앞이 암담했지만 이제는 병을 이길 자신이 생겼다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그동안 애로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등산하는 사람들이 돌탑을 허물어 버려 애를 먹기도 했단다. 지금은 탑의 수가 많아지자 구경거리를 만들었다며 감사를 표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떤 등산객은 돌탑을 향하여 가족의 소원을 빌기도 한다.

그는 계양산을 다닌 지 30년이 되었다고 한다. 계양산 둘레길도 자기의 손이 닿은 곳이라며 많은 등산객들이 다니는 것을 보고 감회에 젖었다. 어떤 산이 제일 좋느냐는 물음에 북한산을 꼽았다. 한때는 모 잡지에 산을 소개할 만큼 산을 좋아했단다.

돌탑은 자기에게 건강을 찾아주었다며 몸이 예전 같지 않지만 앞으로도 부지런히 돌탑을 만들겠다고 했다. 서산으로 가을 해가 기울어지자 그는 자기가 쌓은 돌탑을 둘러본 후 메고 왔던 청색 가방을 어깨에 메고 바쁜 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기자도 하산을 서둘렀다. 역사가 숨쉬는 계양산에서 이제는 돌탑이라는 새로운 명소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계양산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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