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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번째 시간입니다.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1편에서 다룬 헌법소원뿐 아니라 각종 단체의 회견이나 논평, 트위터, 온라인 서명 운동으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 반대론은 없을까요?

사실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듣긴 힘들었습니다. 새누리당도 '절대 반대'보다는 신중론에 가깝거든요. <오마이뉴스>는 그들의 이유를 들어보고자 인터뷰를 추진했는데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의 지난 27일 논평이 그나마 가장 잘 정리된 내용입니다. 이 원내대변인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룰(규칙)을 바꾸면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장기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장기간…. 즉, 이번 대선부터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죠. 그러나 문재인, 안철수 두 대선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 찬성' 뜻을 이미 밝혔습니다. 박근혜 후보만 아직 말이 없네요.

신중론자들의 논리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열띤 토론 끝에 '투표 개시 오전 6시, 종료 오후 8시'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뻔 했던, 문제의 회의죠.

몇몇 새누리당 의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현행대로를 주장하며 맨 먼저 '오후 6시 종료는 하루 이틀 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대선만 해도 1971년부터 오전 6시와 오후 6시 사이에 투표를 진행해왔습니다. 법적 근거는 1994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졌고요. 이후 투표시간은 딱 한 번 바뀌었습니다. 2004년 재·보선 투표 종료 시간이 오후 8시로요. 재·보선일은 다른 선거와 달리 법정공휴일이 아니잖아요? 이 점을 고려,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오후 8시로 2시간 늦추면 투표율이 더 늘어나겠냐"

ⓒ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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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소속 고희선 소위원장은 투표시간 연장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며 "(투표 시간을 늘려) 변화를 주는 건 좋지만, 폭넓은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당 박성효 의원 역시 "시간이 혼선된다"며 "부재자투표 개시만 당기고, 나머지는 현행대로 하는 게 무슨 큰 문제가 있냐"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부재자투표 개시 시간을 당긴다'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부재자투표 개시 시각 오전 10시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법을 고쳐야 하고, 부재자투표시간 역시 18일 회의 안건 중 하나였죠.

투표시간을 늘리자는 이유 중 하나는 '갈수록 떨어지는 투표율을 높이자'는 것이기도 합니다. 박성효 의원은 여기에도 부정적인 편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낮은 투표율'의 원인은 "투표를 안 하려는 의사 때문"이라며 "투표시간을 두 시간 더 늘린다고 (투표율이) 늘어나겠냐"고 지적했습니다.

김용희 선관위 선거실장 또한 투표시간을 늘리기 전후 투표율이 "별 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손재권 법제기획관은 "재보선을 오후 8시까지 하고 있는데, 오후 6~8시에 투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투표시간 연장의 효과를 낮게 평가했고요. 하지만 유대운 민주통합당 의원이 "투표율 자료를 갖고 있는데, (투표시간 연장하면 투표율이) 10%씩 올라간다"고 지적하자 손 법제기획관은 "죄송하다"며 사과합니다.

선관위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바로 '돈'입니다. 투표시간을 두 시간 늘리면 인력이 더 필요하고 개표시간도 늦어질 테니 예산이 배로 들어간다는 주장인데요. 김 실장은 "개표시간이 12시 넘어가면 (개표원 임금) 하루 분을 더 쳐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손 법제기획관은 "국민들이 밤새 개표를 지켜보는 사회적 비용 같은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고요. 신중론의 근거로 명시적 비용뿐 아니라 '밤새 개표를 지켜보는' 사회적 비용까지 나왔네요.

그럼 이날 회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당시 회의장에는 위원장까지 모두 6명의 소위 위원이 있었는데요, 여야 비율이 1대 1이었습니다. 열띤 토론 끝에 소위 위원들은 '임기만료 선거는 오전 6시 투표 시작, 오후 8시 종료'에 합의했습니다. 부재자투표 개시 시간은 4시간 앞당겨 오전 6시로 결정했고요. 행안위 전문위원의 정리 보고까지 마쳤습니다. 의사봉을 땅땅땅 두드리면 끝나는 상황이었죠.

의사봉을 땅땅땅 두드리려는 순간... "5분 정회"

그 순간, 고희선 소위원장이 외쳤습니다.

"한 5분만 정회하겠습니다."

야당 의원들의 반응이요? 상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아까는 빨리빨리 하자고 먼저 해놓고 이 1건 갖고 몇 시간이냐(유대운 의원)", "위원장 마음대로 운영하려면 위원들이 무슨 필요가 있냐(백재현 의원)"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의결하기 직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이 고 소위원장에게 귓속말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죠. 김민기 의원은 "제가 귀가 밝아서 새누리당 전문위원이 '시간만은 안 됩니다'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자, 어떠십니까. 투표시간 연장 반대 또는 신중론의 논리, 조금은 이해가 되셨나요? 다음은 마지막으로 투표시간 연장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을 만나실 차례입니다.


태그:#투표시간, #투표참여, #대선, #공직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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