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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프로게이머 겸 가수 이민석씨의 모습이다.
▲ 이민석씨(남,25세) 시각장애인 프로게이머 겸 가수 이민석씨의 모습이다.
ⓒ 이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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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여수에서 서울로 잠깐 올라온 시각장애인 프로게이머 겸 가수인 이민석(남·25)씨를 만났다. 그는 현재 경기도 여주에 있는 시각장애인 재활시설인 '라파엘의 집'에서 중복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밴드를 가르치고 있으면서 올해 6월에 앨범을 발표한 정식 가수다.

마포에 작업실이 있는 그는 장애인 밴드인 '절대음감'팀을 구성해 음악에 소질이 있는 후배들과 함께 밴드 활동도 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2004년 스타크래프트 황제라 불리는 임요환 선수와 막상막하에 경쟁을 펼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10 경기 기능성게임페스티벌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후, 게임을 단순히 취미생활로만 치부하지 않고 장애인 e-스포츠를 활성화 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장애인 직업군으로 만든다는 목적을 가지고 e-스포츠 종목 중에 하나인 스타크래프트 동호회 카페를 통해 온라인으로 대회도 진행하고 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의 열정을 익히 잘 알고 있는 학교 후배(서울맹학교)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궁금한 일이 있으면 전화해서 자문하고 있다. 실제로 대화를 하는 중간에도 몇 몇의 후배들이 전화가 와서 질문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현재 주 활동영역인 가수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들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 음악과 게임 중에 뭐가 더 좋으신가요?
"뭐가 더 좋은지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만약에 두 가지 분야가 있다고 하면 잘할 수 있는 부분이 그 두 가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두 가지 다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음악 활동이 좀 더 수월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게임분야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음악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제게 장애라는 부분을 빼놓을 수는 없지만, 장애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저를 그냥 일반 가수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일부러 이번 자켓 사진 찍을 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선글라스를 벗고 옆모습을 찍었는데요.

아무래도 장애인이라고 하면 동정을 사려고 한다는 말을 듣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음악적인 부분으로 대중들에게 찾아가서 '이민석이라는 가수가 있구나'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후에 제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제가 전하고자 하는 희망적이고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 가수가 된 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수가 되기 전에도 10년 동안 공연을 통해 꾸준히 노래를 불렀었는데요. 앨범을 내기 전에는 '노래하는 게이머다'하면 대우가 괜찮았어요. 근데 앨범이 나온 후에는 '신인가수'가 되었기 때문에 대기실에서 물도 안주고 스태프들도 거의 신경을 안 써 주더라구요.

신인가수라는 꼬리표를 때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여서 그런 부분들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처음에는 좀 상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인가수라는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도 있지만, 상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 앞으로 더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제가 어떤 한 분야를 가지고 정확히 일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한테 저를 소개할 때 '저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보면 도전에 대해 완성하지 못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도전해 놓은 가수와 게임의 분야에서 완성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후배들과 함께 장애인 직업군을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것도 도전이라고 한다면 장애인 직업군을 만들어서 젊은 친구들이 방황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찾아주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 나에게 있어서 도전이란?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요즘 들어서 장애라는 부분이 매우 힘들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를들어 장애인 친구들과 게임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노는 거, 또는 축제라고 생각하고 예산을 안 주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 비장애인들과 함께 이 일을 했으면 좀 더 쉽게 일이 진행되었을 거에요.

장애인이기 때문에 어려운데, 만약 이 분야를 도전이 아닌 일이라 생각하면 포기해야겠지만 도전이기에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장애라는 부분을 부각시켰을 때 물론 힘들기는 하지만,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기에 도전을 통해 장애를 장애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할 수 없다는 편견을 없애주는 도구가 도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전때문에 마음이 더 꿋꿋하여지고 굳은 의지가 생기기 때문에 아주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 장애 때문에 아직 사회에 나오지 못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자기의 소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가졌으니까 어떠한 것을 하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학부모나 선생님들이 사회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일도 있거든요. 근데 사실 위험한 일들을 경험하는 건 일반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래도 위험하지만 안 할 수 없기때문에 하는 것처럼 장애인 친구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소신을 가지고 걱정하시는 가족들의 마음을 설득시킬 줄 아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한마디로 예기한다면 '소신을 가져라'라고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또래친구들과 다르게 많은 것을 도전하며 소신으로 나 뿐만아니라 힘들어하고 있는 많은 장애인 후배들에게 멘토가 되어주고 있는 이민석씨에 앞으로의 행보도 승승장구하길 응원한다.


태그:#시각장애인, #이민석, #가수, #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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