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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는 일찌감치 경제민주화 논의와 함께 복지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특히 복지 분야 중에서도 보육 정책은 2011년 6·2 지방선거와 올해 치러진 19대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대선주자들의 보육 정책은 지난 총선에서 각 당이 내놓은 것들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미흡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안철수 후보의 보육 정책을 모아서 비교하고 보완해야 할 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같은 무상보육, 다른 정책 방향

보육정책의 차이는 선별복지냐 보편복지냐의 문제, 보육서비스 제공을 주로 시장에 맡길 것이냐 국가가 나설 것이냐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 2012 대선 주요 후보별 보육 정책 비교 보육정책의 차이는 선별복지냐 보편복지냐의 문제, 보육서비스 제공을 주로 시장에 맡길 것이냐 국가가 나설 것이냐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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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치른 19대 총선에서는 여야가 너나할 것 없이 '무상보육'을 주장하면서  0-5세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을 약속하여 정책적 차이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공공시설 확충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민간어린이집 지원에 방점을 둔 반면, 민주당은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대하는 쪽을 강조했다.

여기서 보이듯이 여야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그 방향에서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현 시장 중심의 복지서비스 구조 위에서 소득을 기준으로 정부의 수혜 대상을 걸러내려고 한다. 그러나 선별 지원만으로는 사회안전망의 토대는 빈약하고, 개인의 경제력에 따라 기본적인 생계도 이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급증할 수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투자적 관점에서 모든 소득 계층이 복지를 누릴 수 있는 보편 복지를 구상한다. 다만 보편 복지를 위한 재정 확보가 걸림돌이다. 결국 세부 정책이 비슷해 보여도 두 정당이 내건 복지 정책의 지향은 엄연히 다르다.

선별과 보편, 민간과 국공립의 차이

그렇다면 18대 대선주자들의 정책은 어떨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정책은 이미 지난 총선 정당 정책에 상당 부분이 반영되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대선출마 선언문을 보면 국민 개개인의 꿈이 이루어지는 '국민행복의 길'을 위한 과제의 하나로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제도 확립이다. 박근혜 후보는 국민 개개인이 가진 자기 역량을 뒷받침하고 끌어내서 자립과 자활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을 지향하고 있음을 밝혔다.

박근혜 후보의 복지 정책은 새누리당의 지향과 동일한 선별 복지다. 만0-5세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을 언급하고 있으나, 당 안팎에서는 수혜 대상을 소득하위 7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양육수당 공약은 현재 만0-2세 차상위계층 이하에 연령별로 20~10만원 지원하는 수준에서 대상과 연령을 어떻게 늘려갈지 구체적인 안은 없다.

박근혜 후보, 선별복지와 민간 중심 공급

또한 국공립어린이집은 매년 50개로 최소화하고, 민간어린이집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못 박아,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 보육정책 기조와 다르지 않다. 현재 어린이집 미설치 지역이 전국 470개가 넘는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대로 국공립어린이집을 매년 50개씩 5년간 250개로 한정할 경우 지역적 불균형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렵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만0-5세 무상보육과 만0-2세 가정양육 환경 강화로 육아휴직급여 70% 확대, 국공립시설 이용 아동 40% 확대, 시간-야간-휴일 등 취약보육을 위한 시간 이원화를 내놓았다.

최근까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손학규 후보는 '맘 편한 세상'이라는 보육정책을 내놓으며, 만3-4세 보육료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양육수당 확대를 약속했다. 이 외에도 손 후보는 협동조합형, 법인, 직장시설 등의 공익형 시설도 확대하겠다고 말한다. 김두관 후보는 국공립보육시설 20%로 확대하고, 직장보육시설 확충에 무게를 두어 아직 미진한 직장보육시설을 9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 국공립 시설과 육아휴직 확대에 집중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복지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하되, 보육 분야 등에는 보편지원을 하는 등 선별과 보편 전략을 통해 복지를 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자신이 맞벌이 시절 겪었던 육아 경험을 토로하며 국공립어린이집 30% 확충을 강조하고, 민간 중심의 보육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이 마련된 1991년부터 현재까지 보육에 대한 투자는 빠르게 늘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들은 여전히 힘들다. 우리의 보육정책은 보육서비스를 양적으로 늘리는데만 주력해왔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보육료를 지원하고 가정 돌봄서비스 이용을 뒷받침해줘도 가정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탓이다.

따라서 향후 보육정책의 방향은 보편 지원은 물론, 양질의 서비스 이용의 보편화, 부모가 일-가정을 오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대선후보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선결 보육정책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민간어린이집 지원보다 '국공립 확충'이 우선

현 시장 중심의 보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들은 국공립시설 30% 확충을 주창해왔다. 국공립어린이집 30% 확충은 민간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 질을 견인할 수 있는 최소 비율로, 참여정부가 시민사회단체와 협의한 수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국공립어린이집은 전국 5.3%로 지역마다 차이도 커 양질의 보육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불균형하다. 현재 차선책으로 공공형 어린이집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 사업은 보육의 질과 특별한 상관성이 없을 뿐더러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 또한 저소득층과 맞벌이 이용, 시간제 보육, 야간보육, 휴일보육, 24시간 보육 등 취약보육은 국공립어린이집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중심의 보육은 지역적으로 양질의 서비스 접근을 어렵게 하고, 취약보육에 취약하다. 이 과제들은 사실상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민간시설에 맡겨 해결될 수 없다. 공공형 어린이집 사업보다는 국공립어린이집 30% 확충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린이집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할 상시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금지원보다 다양한 '육아지원 서비스' 확대

차별없는 보육비 지원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시위
 차별없는 보육비 지원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시위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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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은 표심이 혹 하기 쉬운 현금지원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집 보육료지원이나 양육수당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대폭 늘었다.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올해에 만0-2세와 만5세 무상보육이 확대되었고, 내년에 만3-4세 무상보육이 이뤄질 계획이다. 올해 양육수당은 만0-2세로 확대되고 수당도 늘었다. 앞으로 여야 대선주자들은 양육수당 정도를 두고 다툴 여지가 있다.

양육수당은 전 연령으로 보육료 지원이 확대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양육수당은 시설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계층별 교육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 저소득층은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대신 수당을 받으려고 하거나, 고소득층은 영어 학원 등 사교육에 수당을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 영아에 한정한 양육수당을 전 연령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다시 한 번 제고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는 양육수당보다는 가정 양육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확대하는 방향이 옳다. 기존의 보육정책이 어린이집 중심으로 이뤄져 육아지원이 다양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제 보육, 어린이도서관, 놀이프로그램, 부모교육 및 육아상담 등 실질적으로 육아에 도움이 될 서비스를 늘려간다면 부모의 선택권은 현저히 많아진다. 최근 이 같은 고민에서 서울시가 영유아플라자와 육아 사랑방 등을 활성화할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양육수당 보다 아동수당을 통해 보편지원하는 정책을 고려해봄직하다.

부모휴가 가능하도록 기업 책임 강화해야

모든 대선주자들이 육아휴직급여를 높이고, 아빠의 달을 정하자고 한다. 그러나 이 제도를 선택할 권한조차 없는 부모들이 더 많다는 문제는 그대로다.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정규직 중심의 정책이다. 여성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출산으로 장기휴가를 쓸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먼저,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인에도 부모휴가 지원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게다가 기업의 책임부분은 더해야 한다. 최근 모 대기업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성역을 두지 않고 산전후휴가를 쓰고 눈치 볼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는 환경을 만든다고 해 눈길을 모았다. 비단 일부 기업의 홍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여성이 일하는 모든 일터라면 가능한 현실이 되어야 한다. 기업의 분위기상 부모휴가를 쓸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모휴가를 권리로 정하고, 기업의 부당한 눈치나 해고에 법적인 제재도 갖춰야 일-가정 양립이 뿌리내릴 수 있다.

이상의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양육수당의 타당성 검토, 교사의 노동권 강화, 어린이집평가인증제 의무화, 어린이집 운영의 민주적 참여구조 확립, 일-가정 양립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 등이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기를 바란다. 이는 현재의 시장주의 보육의 방향을 바꿔 공공성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논의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최정은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태그:#보육정책, #2012 대선, #대선 정책, #어린이집,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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