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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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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정치' 대 '새로운 정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등판으로 대선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19일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겉으로 드러난 대선 구도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제1야당인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그리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삼파전으로 짜이게 됐다.

하지만 안 원장의 대선 출마가 '여의도 정치'로 환유되는 낡은 정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대중의 요구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보다 본질적인 대선 구도는 '안철수식 정치' 대 '기성 정치'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낡은 물줄기 미래 향해 바꿔야"... 출마 명분은 정치 쇄신

공식 출마 선언문에 담긴 안 원장의 메시지의 초점도 "새로운 변화"에 맞춰졌다. 그는 ▲ 국민들의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시스템 ▲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 ▲ 계층 간 이동이 차단된 사회시스템 ▲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과 과보호구조 등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낡은 체제"로 규정하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한다"고 선언했다.

안 원장은 또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가 지금처럼 가다가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정치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거대 양당이 주도하고 있는 정치 시스템을 구체제로 규정하고 거기서 파생된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극복을 대선 도전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안 원장은 "지금까지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 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 주셨다"며 "18대 대선에 출마함으로써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뀔 수 있고 변화의 열쇠는 바로 국민 여러분께 있다"며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분석가는 "안 원장의 경쟁력은 새로운 정치를 동력으로 대선 구도를 바꿀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며 "안 원장이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나 본선에서 만날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 대선 구도 자체를 '올드 앤 뉴'(새것 대 낡은 것")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철수의 전략적 모호성... 야권 후보단일화에 거리감?

이제 막 첫발을 뗀 안 원장이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과도 다소 거리를 두는, 전략적 위치 선정을 함에 따라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야권의 후보단일화의 변동성이 다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 원장은 이날 야권의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또 지난해 9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아직 유효하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한 정당, 한 정권이 풀 수 없는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과 화합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이야기를 하는데 그쳤다.

특히 안 원장은 문재인 후보는 물론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도 만날 수 있다며 회동을 제안하면서 "저 나름대로 옳은 일을 하고 아까 말한대로 선거과정에서 양당이 혁신하고 개혁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과실은  국민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바짝 긴장하는 한편, 새누리당은 반색하는 눈치다.

하지만 안 원장의 모호한 위치선정은 야권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선 본선은 물론 야권 후보단일화 경쟁의 전선도 '기성 정치'대 '안철수식 정치'의 대결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안 원장이 후보단일화의 조건으로 "정치권에 진정한 변화와 혁신", "국민의 동의"라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현재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단일화를 논의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원장은 "정치권이 정말 진정으로 변화와 개혁을 했는지는 제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안 원장이 후보단일화 조건으로 민주당의 강력한 쇄신을 주문한 것인데 민주당은 이미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당 쇄신에 들어갔다"며 "안 원장과 결국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원장은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불출마 협박을 거론하면서 "악의적인 흑색선전은 정치권 최악의 구태"라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압박 맞서 문재인도 '여의도 정치' 극복 시동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소설가 조정래씨 등이 함께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소설가 조정래씨 등이 함께 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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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는 안 원장의 쇄신 압박에 맞서 '여의도 정치' 극복에 시동을 걸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대선기획단 첫 공개회의에서 "선거대책위 구성도 과거와는 다르게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수평적인 체계로 구성해보고자 한다"며 관행 탈피를 강조했다. 

민주당과 문 후보를 '낡은 정치' 프레임에 가두려는 안 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문 후보는 대선기획단에 SNS 기반의 온·오프라인 결합형 '시민캠프'를 꾸리고 안 원장의 지지기반인 시민들의 변화와 참여 요구를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문 후보와 안 원장 모두 경쟁 관계에 있긴 하지만, 양측 모두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나뉘는 경쟁적 단일화는 지양해야된다는 데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단일화가 후보를 하나로 만드는 게 아니라 양쪽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후보가 전국을 돌며 함께 토크 콘서트를 열자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제안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단일화 과정에서 선의의 경쟁은 벌어지겠지만 토크 콘서트와 같은 소통 통로를 통해 양쪽 지지층이 상호공감대를 넓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감동 없는 정치공학적 단일화로는 안 원장을 지지하는 무당층과 비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을 민주당이 온전히 흡수할 수 없다"며 "협력적 경쟁을 통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새로운 방식의 단일화를 이뤄야만 후유증 없이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의 대선 행보가 시작되면서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10일간의 단일화 '1차전'이 시작됐다.  특히 안 원장이 언급한  '정치권의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결국 여론조사상의 지지율 수치로 나타날 수밖에 없어 추석 이후 민심의 추이가 단일화 국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의 쇄신 드라이브와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의 대결, 또 양측의 정책과 메시지 경쟁의 막이 올랐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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