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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찾아온 반가온 손님 삼치. 작은형님이 회를 썰기전 낚아올린 삼치로 인증샷을 찍었다.
 가을을 찾아온 반가온 손님 삼치. 작은형님이 회를 썰기전 낚아올린 삼치로 인증샷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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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동생), 요즘 연도 바닥(바다)에서 삼치가 무는데 한번 내려오지 그런가?"

지인의 반가운 전화에 형님은 손바닥을 쳤다.

"옳거니 때가 왔구나. 올해도 어김없이 삼치가 찾아왔군."

역마살이 끼었는지 어디론지 훨훨 떠났으면 좋으련만. 텔레파시가 통했을까? 작은 형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 주말에 삼치를 낚는데 꼭 시간을 비워두라는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형님은 낚시의 달인이었다. 항상 대어를 낚아 올렸다. 삼치가 날 때면 형님은 해마다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분은 여수시 남면의 끝자락 연도에 사는 분이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길었다. 엑스포 탓이었을까?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계절은 또다시 가을이 찾아왔다. 항구에 살고 있는 나는 가을이 옴을 가장 먼저 삼치를 통해 확인한다. 삼치는 꼭 가을에 물기 때문이다.

신강수도로 떠난 삼치낚시... 씨알좋다

비가오는 가운데 삼치잡이가 시작되었다. 삼치낚시를 하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
 비가오는 가운데 삼치잡이가 시작되었다. 삼치낚시를 하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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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를 배 양쪽에다 묶어 끌고 다니면서 삼치를 잡는 전통방식의 삼치잡이 어선의 모습
 대나무를 배 양쪽에다 묶어 끌고 다니면서 삼치를 잡는 전통방식의 삼치잡이 어선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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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새벽에 삼치낚시를 떠났다. 태풍이 지난 후 아수라장이 되었던 여수밤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하다. 수일째 비가 내리더니 이젠 아침저녁 기온이 제법 차갑다. 여수에서 배를 타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물살이 세기로 소문난 신강수도(新江水道)다.

섬사람들은 이곳을 일명 '신갱이도'라고 부른다. 신강수도는 여수시 남면 안도리와 연도리 사이의 좁은 뱃길을 말한다. 이곳은 물살이 빠르고 수중에 암초가 잘 발달돼 있어, 많은 고기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주 어종으로 감성돔, 참돔, 볼락, 열기, 능성어, 농어, 갈치, 삼치 등등 많은 물고기가 철 따라 회유하는 탓에 낚시꾼에게는 천혜의 포인트로 각광받는 곳이다.

여수에서 출발한 배는 이윽고 연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삼치 잡이가 시작된 곳은 신강수도에서 작도 사이다. 그런데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비는 어느새 폭우로 변하더니 또 그쳤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우리는 일회용 우의를 걸치고 삼치낚시가 시작되었다.

삼치 채비는 납을 챈 와이어가 원줄이다. 여기에다 중간 중간 쎄미줄이 달린 낚시가 전부인데 기호에 따라 낚시의 개수를 조절할 수 있다. 10개 정도 낚시를 달았다. 선상 삼치낚시는 삼치낚시를 바다에 던지고 rpm 1500정도의 속력으로 배를 끌고 다닌다. 그러면 낚시가 팽글팽글 돌아 마치 살아 있는 미끼가 도망가는 것처럼 보인다. 바닷속에서 이것을 본 여러 마리의 삼치는 냅다 달려와 덥석 낚아챈다. 이때 여지없이 걸려들고 마는 삼치. 원줄을 통해 툭툭 거리는 신호를 받아서 끌어올리면 끝.

낚시에 물어 주렁주렁 올라온 삼치를 꺼내고 있다.
 낚시에 물어 주렁주렁 올라온 삼치를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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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낚시를 떠난 이성철씨가 팔뚝만한 삼치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삼치낚시를 떠난 이성철씨가 팔뚝만한 삼치를 들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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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4마리가 문 삼치가 낚시를 꺼내 뱃장에 던져지고 있다.
 한꺼번에 4마리가 문 삼치가 낚시를 꺼내 뱃장에 던져지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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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낚싯대를 바다에 던지고 배로 한참을 끌고 다녔다. 잠시 후에 기다렸다는 듯 삼치가 낚시를 끌고 갔다. 한참을 잡아당기니 삼치가 쌍으로 올라왔다. 이날 한번에 4마리까지 올라왔다. 처음에는 고시라고 불리는 작은 삼치가 물더니, 시간이 갈수록 굵은 삼치가 올라왔다. 어느새 어깨에 힘이 절로 났다.

"고 놈 튼실한 삼치, 씨알 좋네 그려."

헤잉웨이 '노인과 바다'를 만나다

우리가 탄 배 앞으로 삼치잡이를 나온 어선이 휙 지나간다. 그 배는 전통방식으로 삼치낚시 채비를 했다. 대나무를 배 양쪽에다 묶어 끌고 다니면서 삼치를 잡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배는 통발어장을 하다 삼치잡이를 나온 모양이다. 이윽고 유독 눈에 띄는 작은 배가 있다. 작은배에 있는 영감은 혼자서 삼치낚시를 나온 모양이다.

마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초라한 산티아고 할아버지처럼 보인다. '노인과 바다'의 한장면이 떠올랐다. 바다를 벗으로 삼고 살아가는 노인은 84일 동안을 고기 한 마리 못 잡고 허송세월을 보낸다. 이후 커다란 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고기가 워낙 큰 탓에 고기에 끌려 다니며 하루 밤과 하루 낮을 죽을 힘을 다해 싸운다. 하지만 그 고기를 끌어 올려 배에다 걸치고 항구로 들어가던 중 상어떼의 습격을 받고 만다. 이후 노인은 앙상한 뼈만 남은 고기를 싣고 항구에 도착한다. 생은 덧없고 삶의 고통은 언제나 되풀이된다는 헤밍웨이의 작품 노인과 바다. 이 배를 보면서 그 장면이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작은 조각배에 영감님 혼자서 삼치낚시를 하고 있다.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작은 조각배에 영감님 혼자서 삼치낚시를 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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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모양이다. 물때가 지나니 삼치의 입질도 멈췄다. 이어 배를 돌려 조용한 포구로 돌아왔다. 이후 삼치회는 낚시 차로 함께 온 일행인 드림냉동 형님과 형수님의 노련한 솜씨로 회를 썰었다. 세상에 그 어떤 맛이 이 맛과 견줄 수 있을까?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감칠맛 나는 회 맛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침이 고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치낚시, #신강수도,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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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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