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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로 정부가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며 구럼비를 봉쇄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구럼비 봉쇄 1년'을 맞아 제주군사기지 문제 등에 대한 기획기사를 차례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트위터 친구가 보내준 <강정 스타일>, 내가 미친다! ^^" (조국 서울대 교수)
"뮤직비디오 찍어 강정을 알리겠다는 그 마음 너무 예뻐요." (페북 이용자 강**)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강정스타일>(☞ 바로가기)을 본 이들의 반응이다. <강정스타일>은 제목 그대로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다룬 뮤직비디오로, 제작 후기 영상이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뮤직비디오는 강정마을에서 상주하고 있는 평화활동가 둥글이가 제작과 편집을 했다. 노래는 가수 민경이 불렀고 자칭 '떨거지걸스'라 부르는 강정마을 평화활동가들이 코러스를 넣었다.

<강정스타일>이 화제가 된 까닭은 뮤직비디오 출연진 때문. 예수회 신부가 춤을 추고, 여성 평화활동가가 잠수를 하는 등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군기지 반대투쟁으로 감옥살이를 한 주민이 거만한 연기를 선보였다.

<오마이뉴스>가 뮤직비디오 <강정스타일>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 '레미콘 신부', 엉거주춤 선보이다 : 예수회 이영찬 신부

'레미콘 신부'라 불리는 예수회 이영찬 신부. 그는 뮤직비디오 <강정스타일>에서 '엉거주춤'을 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레미콘 신부'라 불리는 예수회 이영찬 신부. 그는 뮤직비디오 <강정스타일>에서 '엉거주춤'을 춰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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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이영찬 신부는 뮤직비디오에서 엉거주춤 자세로 춤을 춰 화제다. 이 신부는 "몸 흔들라고 하니까 흔들고, 말하라고 하니까 말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알아본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지금도 날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 앞에서 문규현 신부 등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 강정에 머문 지 벌써 일 년째. 이 신부는 작년에 제주도 여행을 왔다가 구럼비에서 문정현 신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후 강정마을에 상주할 마음을 굳혔다.

"이 아름다운 제주도가 하와이처럼 되어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니까 공군기지도 들어설 예정이고, 해병대도 들어오고, 여기 해군기지야 미군이 언제든 항공모함 기항지로 사용할 수 있고….

총칼에 의지해 패권을 확장하겠다는 전쟁주의자들이 판을 치니 원…. 중국이 미국처럼 살려면 지구가 한 개 더 필요하다고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강정마을 사람들은 그를 '레미콘 신부'라 부른다. 해군기지 공사장에 드나드는 레미콘을 막기 위해서 드러눕고, 레미콘 위에 올라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와 관련 그는 두 개의 재판을 받고 있고, 출두요구서만 25번을 받았다.

"불법인 해군기지 공사를 조금이라도 지연시켜보기 위해서 하는 거죠. 더 큰 죄악을 막기 위해 작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어요. 공권력은 안보와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헌법정신을 짓밟아놓고 실정법만 따져요.

나는 종교인이에요. 이기고 지는 문제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기든 지든 평화의 논리로 계속 하는 것이죠."

# 친구 따라 왔다가 이젠 돌아갈 기약조차 않는 평화활동가 무밍

평화활동가 무밍. 뮤직비디오 <강정스타일>의 주인공이다.
 평화활동가 무밍. 뮤직비디오 <강정스타일>의 주인공이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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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엔 많은 이들이 오고 간다. 반나절 둘러보고 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일년 넘게 상주하며 경찰서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 평화활동가도 있다. 뮤직비디오 <강정스타일>의 주인공 격인 평화활동가 무밍(23)씨. 휴학 중인 그는 강정마을에 온지 6개월째다.

"친구 따라 왔다가 이젠 언제 서울로 돌아갈지 나 스스로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엄마 아빠랑 살아왔는데 강정마을에 있으면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있는 것 같아요. 대가족이 된 기분이랄까요?"

처음엔 4월 총선 끝날 때까지만 머물다 가려했다. 하지만 갈수록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여러 면에서 다시 보게 되고, 함께 있는 이들에 대한 생각도 깊어간다. 무밍씨는 요즘 환경적 관점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지금 제주도에서 '세계환경총회'가 열리고 있잖아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었고 제주도가 지정한 절대보전지역에 해군기지를 짓고 있다는 것이 어이가 없어요. 이 아름다운 강정을 힘들어서 울면서도 지키려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작은 힘이 되고 싶어요."

일본정부에 의해 나리타공항 입지로 강제로 선정되어 힘든 싸움을 했던 일본의 작은 마을 산리즈카. 그 마을이야기를 다룬 만화 <우리 마을 이야기>가 무밍씨는 자꾸 떠오른다. 산리즈카 마을과 강정마을이 너무 닮아서다.

"만화에 그런 대사가 있어요. '이길 수 있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싸움을 한다'. 일본정부가 결국 산리즈카 마을에 했던 강제집행에 대해 사과했는데 강정마을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 구럼비 봉쇄되던 9월 2일이 나의 새로운 생일 : 주민 김미량씨

김미량씨는 작년 구럼비가 봉쇄되던 날 경찰에 의해 구속됐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알리고 깊어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고.
 김미량씨는 작년 구럼비가 봉쇄되던 날 경찰에 의해 구속됐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알리고 깊어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고.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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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2일, 강정마을엔 육지경찰이 투입됐고 구럼비로 가는 길엔 펜스가 세워졌다. 그리고 바로 그날, 강정마을회관에 있던 김미량씨는 경찰에 의해 연행돼 구속되었다. 김씨는 9월 2일은 자신의 새로운 생일이라 말한다.

"어떤 책을 봤는데 '인간은 자연에게 얻어먹는 거지'라는 구절을 봤어요. 다들 그렇겠지만 어업으로 먹고사는 저희 집안은 더더욱 자연에게 얻어먹고 살고 있죠. 해군기지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는 자연환경파괴를 멈췄으면 해요."

김씨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 뮤직비디오 촬영에 응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친구들과 친척들을 만나면 "잘 봤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기분도 좋고 뿌듯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엔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주민도 있다.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서 서로 시각이 다르겠지만 삶은 서로 같다고 생각해요. 또 해군기지 공사장에 일하러 오신 분들 있잖아요? 결국 그 분들도 자기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일을 하러 이곳에 온 것이잖아요. 우리는 오래 전부터 쭉 내려온 우리 삶의 터전과 환경을 지키려는 것이고…. 서로 다를 게 없죠. 우리도 우리 가족과 함께 먹고 살아가기 위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이 싸움을 하는 것이니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태풍 볼라벤이 와서 구럼비로 가는 길을 막은 펜스를 무너뜨리던 새벽 세시에 김씨는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태풍으로 인해 파손된 걸 복구하려면 또 국민의 혈세가 들어갈 걸 생각하니 이내 가슴이 답답해졌다"며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 강정마을에선 12월 대선이 참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이번에 대통령 잘못 뽑으면 이민 가야 할 상황이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태그:#제주해군기지, #강정마을, #이영찬 신부, #김미량, #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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