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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토) 당일치기로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대전에 다녀왔다. 대전의 근대건축물을 둘러보기 위해 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근대건축은 1876년 개항 이후부터 한국전쟁 전후까지를 말하지만, 대전의 경우에는 일제가 만든 철도도시의 성격이 강한 관계로 1904년 대전역 개역(開驛)부터 시작된다.

예전 농산물품질관리원 건물이다
▲ 대전창작센터 예전 농산물품질관리원 건물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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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대전의 건축역사는 1928년 세워진 대전역 신축과 1932년 준공된 충남도청을 기점으로 보면 된다. 조선후기까지 회덕현의 작은 마을이었던 대전이 급성장하게 된 때는 1905년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일본인 철도원과 상인들이 터를 잡으면서부터이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이루어지고, 일제의 식민정책이 실시됨에 따라 1914년 대전군 대전면을 설치했다. 경부선에 이어 1914년 대전을 기점으로 하는 호남선이 개통되자 1904년 당시 수십 가구에 불과한 외진 마을이었던 한밭은 급속하게 팽창한다.

이후 철도의 물류기지와 기관차 수리공장으로 급성장한 대전은 1931년 대전읍으로 승격했다. 다시 1932년 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게 되자 충남의 정치 경제 문화의 요충지가 되었다.

이만큼 대전의 발전은 철도를 시작으로 하여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지선, 국도가 분기하는 교통과 물류의 중심으로 성장하여 현재는 과학기술단지와 연구소를 다른 한축으로 발달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전쟁으로 거의 파손된 대전의 근대건축물 중에서 아직 남아 있는 몇 개의 건물과 전쟁 이후에 지어진 시설들을 보기 위해 우선 시내 중심인 은행동에 소재한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로 갔다.

창문이 예술이다
▲ 대전창작센터 창문이 예술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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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등록문화재 제100호로 원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으로 쓰이던 곳으로 지난 1958년 건립되어 1999년까지 원래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충청 지역의 농산물 품질 관리를 위하여 건립된 관공서로 대전에서 활동한 건축가인 배한구가 설계했다.

출입구는 아치형을 이루며 육중한 철제 문짝과 건물 외벽에 돌출된 상자 모양의 창틀은 추상화된 예술작품의 느낌이 든다. 서쪽의 강렬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 앞에 설치한 수직 철제 블라인드가 매우 인상적이다.

1층의 홀과 방은 사무실과 전시장, 세미나실, 응접실 등의 형태로 개조되어 쓰이고 있었고, 화장실도 현대적으로 손질을 하여 아주 깔끔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모습도 오래된 대리석의 느낌과 육중한 창틀이 주는 멋스러움이 좋았다.

햇빛 가리개다
▲ 대전창작센터 햇빛 가리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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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장의 경우 천정의 목조 트러스(truss)가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있어 운치도 있고, 탁 트여 높이가 주는 여유로운 공간의 미학도 아름다운 곳이다.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과 전시공간으로 충분히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듯 했다. 

이곳 세미나실에서 지역의 근대건축에 대한 짧은 설명을 듣고서, 건물도 둘러보았다. 정오를 지나 점심을 먹기 위해 이웃한 대흥동의 올갱이(민물다슬기)국 전문점인 '내집'으로 가서 충청인들이 즐겨먹는 올갱이국과 두부두루치기를 안주로 옥천군 군북면 증약리의 명물인 '증약막걸리'를 한잔했다.

대전에서는 인기가 있다고 한다
▲ 두부두루치기 대전에서는 인기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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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대전은 특별히 맛있고 유명한 요리가 없는 것 같다. 대전역의 가락국수가 있고, 장소가 어딘지 기억은 안 나지만 도토리묵밥 정도가 생각난다. 대흥동에는 두부요리와 올갱이국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두부두루치기는 매운 맛이 강해 별로였고, 올갱이는 요즘 태풍과 홍수 피해로 값이 비싼지 된장과 아욱 맛만 강했다.

아무튼 약간 실망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증약막걸리는 주전자에 일방적으로 담아 와서 용기를 볼 수도 없었고, 맛만 보기 위해 우리들처럼 소량만 마시는 경우 남는 것을 어떻게 처리할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버려야 되는데, 재활용하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 말이다.

심심한 식사와 막걸리까지 마신 우리들은 다시 인근에 1977년부터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여인숙으로 운영이 되다가 문을 닫는 다음, 한동안 도심 속에 폐가가 되어가던 여인숙을 2년 전쯤 임대 개조하여 문화와 예술이 문안(問安)하는 공간으로 탄생시킨 '복합문화공간과 여행자를 위한 쉼터인 산호여인숙'으로 갔다.

문화공간과 숙박
▲ 산호여인숙 문화공간과 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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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여인숙의 1층은 문화공간으로 전시와 찌라시 도서관으로 운영되는 예술가들의 자유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2층은 예술가들의 숙소는 물론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로 온돌방과 침대 방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고 있다. 물론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고 한다.

대전의 중심인 대흥동에서 산호여인숙은 지역 문화를 리드하는 안내자이자 예술가는 물론 여행자간의 교류의 장으로 역할이 크다고 한다. 나도 서울의 한 모퉁이에서 돈도 모으고 사람들을 모아서 이런 집을 한번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공간
▲ 산호여인숙 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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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한잔 하면서 그림도 논하고 시도 쓰고 책도 읽고 여행자도 받고 길 안내도 하고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공간으로 말이다. 단체로 기념촬영까지 마친 우리들은 바로 이웃에 있는 1944년에 지어진 목원대 전희철 초대 학장의 옛집으로 갔다.

목원대 학장의 옛집이다
▲ 초록지붕 목원대 학장의 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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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초록지붕'이라는 작은 레스토랑으로 오래된 집을 개조하여 식당을 하는 모습이 유럽의 시골 레스토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구와 정원에 나무를 좀 더 심었으면 더 분위기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오래된 집이 기분 좋게 바뀌어 있어 음식도 무척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만이 세운 도서관 터에 현재는 공연장이
▲ 우남도서관터 이승만이 세운 도서관 터에 현재는 공연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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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길을 건너 옛 '우남도서관'이 있던 자리와 '대전 중구청'이 있던 자리 등을 살펴본 다음, 대전여중 옛터로 갔다. 현재는 '대전평생학습관'으로 쓰이고 있는 이곳 본관 앞에서 지난 2007년 5월부터 매달 대전에서 발간되고 있는 문화잡지 '월간 토마토'를 만드는 사람들이 주관하는 책 판매 행사장을 잠시 둘러보았다.

튀김소보로. 정말 맛있다
▲ 성심당 튀김소보로.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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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매달 문화잡지를 만들고 있는 전사들의 모습도 대단했지만, 여러 책을 팔고 전시하는 행사 또한 발상이 무척 좋아보였다. 난 친구가 대전의 명물인 57년 전통의 '성심당' 제과점에서 방금 사온 따뜻한 '튀김소보로'를 간식으로 너무 맛있게 먹으면서 책들을 살펴보았다.

월간 토마토
▲ 대전의 문화잡지 월간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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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화도시 , #대전, #대전의 근대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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