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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는 이야기'에서 한 번씩 썼지만, 우리 집은 정말 덥습니다. 당연히 겨울은 춥습니다.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방 안에서 잘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정도입니다. 두 달 동안 방 안에 들어가지 않다가 방에 들어가면 낯선 기분까지 듭니다.

우리 집에는 지난 2001년 구입한 에어컨이 있습니다. 문제는 에어컨을 켜고 싶어도 켤 수 없습니다. 11년 되었고, 전기사용량도 1시간에 2.5kw입니다. 그냥 돌렸다가는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시간은 예비시간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불만입니다.

에어컨은 켜는 것이 아니라 모셔두는 것

"아니, 예배 끝났다고 에어컨을 끄면 어떻게 해요."
"전기요금을 어떻게 감당할 거예요."
"그래도 밥 먹는 시간은 좀 켜놓으면 안 돼요?"
"예배시간에 에어컨을 켰기 때문에 찬바람이 조금 남아 있어요. 그리고 선풍기 돌아가고 있잖아요."

"이렇게 하려면 에어컨을 왜 샀어요?"
"내가 샀나요. 동생이 사 줬잖아요."
"겨우 한 시간 더 켠다고 얼마나 더 나온다고 그래요."

"한 시간이 나중에 두 시간 되고, 두 시간이 세 시간 되는 것은 순간입니다."

에어컨을 켜고 싶어도 켤 수 없는 아픔. 하지만 올해도 조금 욕심을 부렸습니다. 결국 요금은 2만원이나 더 나왔습니다
 에어컨을 켜고 싶어도 켤 수 없는 아픔. 하지만 올해도 조금 욕심을 부렸습니다. 결국 요금은 2만원이나 더 나왔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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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더이상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저 역시 켜고 싶지만 '조금만 참자', '조금만 참자'고 마음에 다짐했습니다. 그럼 한 달에 3만 3000원~3만 5천 원 정도 나옵니다. 에어컨을 켜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모시기' 위해 산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올여름은 정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나면 지난 해까지만 해도 바로 끈 사람이 그냥 두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저 사람이 더위를 먹었나'는 눈초리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예배 마쳤는데 왜 에어컨을 끄지 않았어요."
"더워서요."
"아니 지난해는 안 더웠어요?"

"더웠지만, 올해는 더 덥네요."
"우리가 느끼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요."

"아빠는 독재자...아빠 마음대로"

오전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같이 먹은 후 오후 2시에 예배를 드립니다. 지난해까지는 두 시간 동안 에어컨을 아예 켜지 않다가 올해부터는 10시부터 3시까지 하루에 5시간 동안 에어컨을 켰습니다. 아이들도 놀랐습니다.

"아빠 웬일이세요. 밥 먹을 때 에어컨을 다 켜고."
"덥잖아."

"아빠는 에어컨을 켜는 사람이 아니라 끄는 사람이잖아요."
"덥잖아."
"그럼 왜 우리가 더울 때는 켜지 않았어요"
"아빠는 별로 덥지 않았지."

"아빠는 거의 독재예요. 독재! 우리 앞에서는 독재는 나쁘다고 하면서 아빠가 진짜 독재예요."
"그래도 에어컨 켜니까 좋지?"
"응 에어컨을 켜 시원하니까 좋아요."

"그럼 됐어."

하지만 속으로는 뜨끔했습니다. 독재권력을 비판하면서 독재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전기요금이었습니다. 언론을 통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다가 '요금폭탄'을 맞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4만 원 나왔던 집이 20만 원이 넘게 나오고 심지어 어떤 집은 열 배나 더 나왔다고 합니다. 바로 누진제 때문입니다.

누진율을 보면 100㎾의 사용량이라도 0~100㎾일 때는 ㎾당 57.9원이 적용되지만 500㎾가 넘는 구간에는 ㎾당 677.30원인 11.7배나 높은 요금이 적용됩니다. 한 마디로 요금 폭탄을 맞는 것이지요. 누진제는 지난 1973년 전기 절약과 서민층 보호를 위해 도입됐지만 38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서민들에게 요금 폭탄을 투하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서민들 불만이 폭발하자 한국전력은 현행 6단계의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가장 낮은 등급과 가장 높은 요금 누진율은 11.7배에서 3배로 줄어듭니다. 서민들 삶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평균 3만 4천 원...8월 6만 3000원

그럼 우리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집이 전통시장 안에서 있어 주택용 전기요금이 아니라 일반용입니다. 누진제 적용을 받지 않아 그런지 354kw를 썼는데 63,800원이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적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보다는 무려 2만 원이 더 나왔습니다.

무려 63,828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달보다 2만원이 더 나왔습니다.
 무려 63,828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달보다 2만원이 더 나왔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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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6월까지는 3만 3000원~3만 5000원 정도 나왔으므로 두 배가 더 나왔습니다. 수십만 원이 나온 집보다는 적게 나왔지만, 우리 집 살림에는 엄청나게 나온 것입니다. 아니 6만 원이 넘은 것은 12년 만에 처음입니다.

"여보 전기요금이 6만 3천 원이 나왔어요."
"예 6만 3천 원?"
"많이 나왔지요."
"당연하죠. 우리 집은 3만 원 조금 더 나왔잖아요. 무려 두 배가 더 나왔어요."
"여름에 시원하게 지냈으니까. 많이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우리 집은 수십만 원 나온 집보다는 낫잖아요. 관리사무소 아주머니가 말씀하기를 다들 전기요금 많이 나왔다고 아우성이래요. 특히 전기요금 자체가 올라 더 많이 나왔다고 해요."

"이제 여름이 다 갔으니 다음 달에는 조금 적게 나오겠지요."
"그렇겠지. 6만 3천 원은 정말 많이 나왔다. 내년 여름에는 다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여름 조금 시원하게 보내려다가 다들 요금폭탄 맞은 분들. 내년 여름은 조금 덥게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다들 힘들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성공시대'를 약속했던 우리 '가카'는 어디 가셨나요.


태그:#전기요금, #누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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