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이동국 선수가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레바논전에서 헤딩슛을 시도하자 레바논 골키퍼가 손으로 공을 쳐내고 있다.

축구대표팀 이동국 선수가 지난 6월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레바논전에서 헤딩슛을 시도하자 레바논 골키퍼가 손으로 공을 쳐내고 있다. ⓒ 권우성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동국과 이근호에게는 비슷한 상처의 경험이 있다. 바로 월드컵 본선출전 한이다.

이동국은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당시 한국축구의 미래로 꼽혔다. 그러나 이동국은 정작 신체적으로나 기량에서나 전성기였던 20대 시절 두 번의 월드컵에서는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홈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황선홍, 최용수 등 쟁쟁한 선배 공격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렸지만 더욱 아쉬웠던 것은 오히려 2006년 독일월드컵이었다. 당시 이동국은 지역예선에서 한국대표팀 부동의 원톱으로 활약하며 본선진출의 일등 수훈갑이었지만, 정작 본선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리그 경기에서 당한 불의의 부상으로 꿈에 그리던 월드컵을 밟지못했다. 당시 이동국이 본프레레 감독에 이어 아드보카트 감독까지 외국인 감독들도 하나같이 인정한 대한민국의 넘버원 공격수였기에 아쉬움은 컸다.

이근호는 4년뒤 남아공월드컵에서 이동국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최종예선까지만 해도 대표팀의 해결사는 이근호였다. 최종예선 초반까지 고전을 면치못하며 세대교체와 전술변화에 돌입한 허정무호에서 깜짝 주전으로 발탁된 이근호는 최종예선 2차전 UAE전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혜성처럼 급부상했다. 이후 확고한 주전으로 자라잡은 이근호는 중요한 고비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대표팀을 남아공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고 허정무호의 황태자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그러나 정작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이근호는 결국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두 선수는 한동안 대표팀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이동국은 지난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14년만의 본선무대를 밟는 데는 성공했으나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고, 유일한 기회였던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는 후반 교체로 출전하여 막판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놓쳐 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동국은 남아공월드컵이 끝난 후 출범한 조광래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과 멀어졌고, 이근호 역시 엔트리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렸으나 예전만큼 중용되지는 못했다.

대표팀에서 소외받던 두 선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최강희 감독의 부임이었다. K리그 전북의 사령탑 출신으로 이동국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최강희 감독은 국내파 선수들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였다.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마자 그동안 유럽파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서 소외받던 K리거들을 다시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이동국과 이근호는 최강희호 출범과 함께 주전자리를 꿰차며 전폭적인 신뢰를 입증했다.

K리거들이 중심이 된 대표팀은 한국축구의 위기였던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을 시작으로, 카타르-레바논과의 최종예선 1,2차전까지 연승행진을 하며 추락하던 한국축구를 기사회생시켰다. 그 중심에 이근호와 이동국의 활약이 있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근호는 최근 7차례의 A매치에서 6골을 터뜨리며 대표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4년 전 허정무호 시절 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보여준 폭발력을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박지성의 은퇴와 이청용의 장기 부상등으로 대표팀에 확실한 전문 윙어가 부족해지며 근심이 많았던 최강희 감독은 주 포지션인 공격수 외에도 좌우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해 내는 이근호 덕분에 큰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이동국 역시 4-2-3-1을 주 포지션으로 하는 최강희호에서 출범 이후 내내 부동의 원톱 역할을 소화해 내며 안정된 포스트플레이와 몸싸움을 바탕으로 최강희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해외파 가세하면 주전 장담 못해

 축구대표팀 이근호 선수가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레바논전에서 공중볼을 차지하기 위해 뛰어 오르고 있다.

축구대표팀 이근호 선수가 지난 6월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 레바논전에서 공중볼을 차지하기 위해 뛰어 오르고 있다. ⓒ 권우성


두 선수는 다가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하지만 두 선수에게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국내파 위주로 꾸려진 대표팀이었지만 이제 해외파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경쟁 구도 변화가 불가피해진 탓이다. 대표팀의 핵심전력인 박주영과 이청용의 가세는 최강희호 부동의 주전이었던 이동국-이근호의 입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동국과 박주영은 언제나 경쟁과 공존의 경계선에 있는 사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군림해왔던 두 선수지만 함께 뛸 때 시너지 효과를 낸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동국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때 박주영은 아직 풋내기였지만, 이동국이 슬럼프로 주춤할 때부터 박주영은 본격적으로 한국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올라섰다.

분명한 사실은, 박주영은 20대에 이동국이 넘지 못했던 한계를 넘어선 선수다. 이동국이 기록하지 못한 월드컵 본선 득점도 했고, 유럽 진출에 재미를 보지 못했던 이동국과 달리, 박주영은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을 거치며 유럽무대에서 인정받는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은 경력에 큰 격차다.

이동국이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좌절했다면 박주영은 런던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내는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병역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아스널 이적 실패의 후유증으로 한동안 주춤하는 사이, 이동국이 K리그에서의 눈부신 활약을 바탕으로 재기해 한국축구의 중심으로 되돌아왔다.

이동국은 현재 최강희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으며 주전경쟁에서 한발 앞서있다.대표팀 공격전술의 중심도 이동국이다. 하지만 박주영은 최근 런던올림픽에서의 동메달로 병역논란에서 해방된 데다 새로운 소속팀도 구하며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박주영의 컨디션이 다시 살아난다면, 향후 대표팀 공격의 주도권을 놓고 두 선수의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재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물론 대한민국 최고의 두 공격수가 공존할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강희 감독도 더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한 효율성을 두고 선택의 고민에 빠질수밖에 없다.

최강희 감독은 최종예선이 끝나는 2013년 6월까지만 대표팀을 맡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만일 한국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최강희 감독이 물러나고 새로운 감독이 온다고 했을 때,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2014년이 되면 이동국은 우리 나이로 35세가 된다. 반면 박주영은 29세로 부상같은 변수만 아니라면 축구선수로 한창 전성기를 달릴 나이다. 축구에서는 2년 사이에 무수한 일이 벌어질 수 있고, 이동국도 그때까지 지금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동국은 지금도 세간의 편견과 수많은 변수 속에서 매경기 살얼음 위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근호도 이청용-박주영의 가세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청용은 부상을 당하기까지 대표팀 부동의 오른쪽 윙어였다. 최전방에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게 이근호의 장점이지만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도 어차피 경쟁은 마찬가지다. 왼쪽에는 김보경과 박주영이, 최전방 공격수에는 이동국과 김신욱이 버티고 있다. 2년 전 이근호가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슬럼프에 빠지며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데는 해외파들과의 '포지션 경쟁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탓이 컸다.

이근호가 그간 이청용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오른쪽에서 활약했다면 이번 우즈벡전에서는 구자철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구자철이 부상으로 낙마하며 이근호가 그의 자리였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여러 포지션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대단히 유용하지만, 만일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그의 자리가 대체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이근호가 월드컵 본선이라는 더 큰 무대에 나서기 위해서 풀어야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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