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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부산 반여동 PSMC 본사 앞에서 열린 풍산 마이크로텍 투쟁 10개월 집중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있다.
 4일 부산 반여동 PSMC 본사 앞에서 열린 풍산 마이크로텍 투쟁 10개월 집중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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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섭 전국금속노조 풍산마이크로텍(PSMC) 지회장에게 지난 10개월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회사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발한 PSMC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10개월이란 시간은 노동조합과 파업을 다른 나라 이야기로 생각했던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국토대장정도 그 중 하나였다. 올 여름을 앞두고 문 지회장과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부당해고를 알리기 위해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5월 28일부터 6월 27일까지 한 달간 걸은 거리는 743km. 지금도 문 지회장은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KTX 창밖을 내다보며 그때 생각을 한다고 했다.

KTX로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한 달 동안 걸어 간 것처럼 그들의 파업도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겨울을 앞두고 "한두 달이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던 파업은 한 번의 겨울을 보내고 또 다른 겨울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4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PSMC 본사 앞에서 열린 PSMC 노동자들의 집회는 308일째를 맞는 이들의 파업을 응원하기 위한 자리였다. 400여 명의 참가자가 이 날 집회를 함께했다. 한 쪽에서는 커피를 나눠줬고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가 가져온 떡도 손에 손을 타고 전해졌다.

사람들은 떡을 오물오물 씹으며 노래를 불렀고, 구호도 외쳤다. 민중가수들은 목청으로 PSMC 노조의 파업을 지지했고 비보이들은 춤으로 이들의 파업에 힘을 보탰다. 시끌벅적한 앰프 소리에 동네 주민들까지 나와 공연을 지켜봤다. 하지만 마냥 즐거울 수는 없는 자리였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언제 이들이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기약 없는 기다림에는 투쟁을 다시 시작한다는 다짐이 따라붙었다. 

"노동자들의 '308일 길거리 투쟁' 정치권이 알겠나"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이들의 파업에 박수를 보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탐욕에 찌든 풍산재벌을 고발하고 향토기업 풍산을 살려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지만 아직 힘이 모자란 모양"이라며 "저들의 탐욕에 맞서 당당히 싸워왔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웃으며 달려왔다"고 그동안의 파업에 의무를 부여했다.

김태진 부산지하철노조위원장은 "PSMC 노동자들이 308일동안 길거리에서 투쟁을 한 것을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알겠나"라며 "대선을 앞두고 끝장 볼 수 있는 투쟁을 하는 각오로 함께 움직여야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308일 넘게 고통의 시간을 갖게해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300일 넘게 흐트러짐 없이 노동자의 무기인 단결로 싸워왔듯이 하반기 투쟁에도 모범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마무리 발언을 끝으로 참가자들은 9시께 집회를 끝냈다. 민주노총은 PSMC 문제 해결에 지역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고 집회를 계기로 이번 파업의 새로운 투쟁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PSMC 해고 노동자들은 회사의 해고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일부 부당해고 인정에 반발하며 해고자 전원의 복직을 요구하는 싸움을 진행해오고 있다.


태그:#풍산마이크로텍, #P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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