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춘 고민상담소〉
▲ 책겉그림 〈청춘 고민상담소〉
ⓒ 엘도라도

관련사진보기

요즘 청춘들은 고민거리가 참 많을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는 일에서부터 졸업장을 따는 것도 그렇고, 대학에 들어갔다손 치더라도 비싼 등록금을 해결할 일들도 그렇고,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스펙 쌓는 일에 허둥지둥 보내야 하는 모습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그렇죠.

어찌 보면 요즘 청춘들은 '스펙'과 '좋은 직장'에만 골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좋은 스펙을 쌓는다고 해서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겠죠. 유명한 대학을 나왔어도 45세에 명퇴당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이죠. 또 좋은 직장에 다닌다 해도 그만큼 밤 업무가 산더미처럼 많다고들 하죠.

대학과는 상관없이 맘 놓고 놀 수도 없고, 대학에 들어가도 취직 걱정 때문에 한 시름 안고 살아야 하고, 직장에 들어갔어도 타협 때문에 괴로워해야 하고, 또 지나온 과거를 두고서 오랜 시간 후회토록 하는 일들이 청춘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죠. 그만큼 '스펙'과 '직장'을 떠나 더 많은 고민거들이 요즘 청춘들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죠.

한동헌 외 여러 사람이 쓴 <청춘 고민상담소>는 그에 대한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줄 듯합니다. 요즘 청춘들이 안고 있는 10가지 고민을 놓고서, 명사들을 초청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눈 대화록이라 할 수 있겠죠. 그 유명한 장항준 영화감독을 비롯해 문화기획자 류재현, 배우 홍지민, 소설가 김홍신 등 우리 시대에 '이름값' 하는 분들이 고민상담소에 참석한 여러 사람들을 끌어안고 나눈 이야기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능력의 한계는 전에 경험한 거였고 지금은 시스템하고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 정도 위치 갖게 되고 그 일을 하게 되면, 대중의 취향을 좇을지 대중을 이끌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후자는 상당히 외로워요. 힘듭니다. 트렌드를 벗어나요. 영화 보면 늘 히트작들은 아무도 생각지도 못했던 것죠. <부러진 화살> <워낭소리> 이런 것들 말입니다."(31쪽)

장항준 영화감독이 '두려움'이란 주제로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아버지가 갑부였던 까닭에 어렸을 때 온갖 것들을 누리며 무사태평하게 살았지만, 갑자기 부도가 났을 때 그에게 밀려든 상황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고 하죠. 그리고 막상 설계한 것 없는 미래 때문에 더 막막했다고 하죠. 그런 그가 학창시절에 봤던 연극이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급기야 그 길을 지금껏 걸어왔다고 합니다. 물론 그 길을 걸어오면서 겪은 온갖 어려움들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무작정 겨우 두 달 치 생활비 들고 호주로 갔어요. 그것밖에 없었죠. 뭔가 탈출구는 찾고 싶어서 떠난 거예요. 가서 적극적으로 치고 들어갔어요. 거기서 칼리지도 들어갔죠.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기가 끝이다', '무조건 승부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강사가 11년찬데 해외에서의 서빙이 8년차예요. 외국에서 연수, 전문대, 석사과정 거치면서 제일 많이 했던 건 출장 뷔페였고 새벽에는 학교 식당…. 두 달 치 생활비밖에 없었으니까요."(74쪽)

한때 유명한 토익강사였고, 지금은 방송사에서 <유수연의 웁스 잉글리시>를 진행할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는 유수연씨가 한 고백입니다. 당시에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는 강남대를 나왔고, 그것 때문에 고개도 못 내밀고 살았지만, 실은 그것이 계기가 되어 두 달 치 생활비를 가지고 호주로 떠났다는 그녀입니다. 그곳에서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 '스펙 아닌 스펙'을 쌓았기에 지금의 유명세를 날리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스펙'을 쌓기 위해 떠난 게 아니었다고 하죠. 그저 살다 보니 억척스럽게 살았고, 석사과정에서도 금전적으로 쪼들리다보니 쓰러지더라도 악다물고 일을 했다고 하죠. 그토록 원 없이 일을 하고 공부도 했던 까닭에 지금의 그녀가 된 것이고요. 그녀가 11년 동안 강의하며 만족했던 것도 모두 그 때문이라고 하죠.

"저 사실 정상이잖아요. 몸매 말이에요. 주변 것들이 하도 날씬해서 제가 뚱뚱하게 보이는 거거든요. 아까 처음에 얘기했던 것과 비슷한데, 빨리 성공하는 게 결코 좋은 건 아니에요. 천천히 가는 게 맞아요. 자기 중심이 서 있고 그 중간 중간 단기 목표 세워서 성취감을 맛보면 별 문제 없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 눈에는 기본 트레이닝이 한심해 보일지 몰라도 정말로 중요하거든요."(118쪽)

배우 홍지민이 이야기한 것입니다. 사회에 나갈 준비도 못한 채 덜컥 졸업해버린 취업 준비생에게 멘트해준 내용이죠. 사실 그녀도 '조급증' 때문에 처음 들어간 뮤지컬 배우도 때려치우고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하죠.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았고, 다시금 기본 트레이닝부터 탄탄히 다졌을 때 서서히 기회가 찾아왔다고 이야기를 해 줍니다.

'두려움'과 '타협'과 '조바심'과 '상처'와 '열등감' 같은 10가지 고민들이 비단 청춘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겠죠. 40이란 나이를 훌쩍 넘긴 나에게도 깃들어 있는 고민거리들입니다. 나에게도 '한계상황'과 '외로움'과 '후회감' 등이 불쑥불쑥 밀려들 때가 많기 때문이죠. 모두가 겁 없이 뛰어든 모험심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렇다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길 위에서 오로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죠. 앞서서 유수연씨가 말했듯이, 후회하지 않을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것 말이죠. 더욱이 이름값 날리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기보다 가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깊고 끈질기게 파다보면 급기야 우물물이 솟아난다는 박신영씨의 이야기도 참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참 고마운 멘토들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청춘 고민상담소> 한동헌 외 씀, 엘도라도 펴냄, 2012년 8월, 292쪽, 1만4500원



청춘 고민상담소 - 청춘이 버려야 할 10가지

한동헌 외 지음, 엘도라도(2012)


태그:#한동헌 외 여러 사람이 쓴 〈청춘 고민상담소〉, #스펙, #열등감, #한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