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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빙삼입니다"
"아, 김빙삼님이시구나! 반갑습니다. 저는 안진입니다."

지난 3일 오후 7시, 홍대 근처의 한 술집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트위터 아이디 혹은 닉네임(별명)으로 자기소개를 주고받는 그들은 '트친(트위터 친구)'이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어색함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은 마치 오랜 친구 사이 같았다.

20대 직장인에서부터 60대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트친들의 모습도 다양했다. 트위터 상에서는 꽤 유명인사가 된 파워 트위터리안들도 속속 보였다. 30여 명의 트친들은 <경향신문> 시사만화가 박순찬 화백의 최신작 <나는 99%다>(비아북)의 출간을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트위터에서 모인 자발적인 '99%의 만남'

박순찬 화백(오른쪽)이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트친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박순찬 화백(오른쪽)이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트친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 김이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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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9%다>는 17년 동안 <경향신문> 시사만화 <장도리>를 연재한 박순찬 화백의 두 번째 <장도리> 모음집이다. 2010년 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약 400여 회의 연재 만화를 담아 '1%의 권력'이 지배하는 현실을 날카롭고 유쾌하게 꼬집었다.

이날 모임은 박순찬 화백의 '출판 기념 벙개(깜짝 모임)'였지만 주인공은 다름 아닌 '트친들'이었다. 모임을 주도한 것도 일부 트위터리안이었다. 현재 팔로워가 2만9888명인 송진용(@2MB18****)씨는 스스로를 '자발적인 <장도리> 책 홍보차장'이라고 소개했다. 평소 <장도리>의 팬이었다는 송씨는 트위터를 통해 박 화백과 친분을 쌓고 지내다 이날 모임을 추진하게 됐다. 파워 트위터리안으로서 트친들의 참여를 주도한 것.

송씨는 실제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송씨의 트위터 아이디와 관련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연재된 <장도리>에 세 번이나 등장했다. 책에는 그 중 두 편이 실렸다. 송씨의 트위터 아이디 '2MB18****'는 지난 5월,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키는 유해정보라는 이유로 접속이 차단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바 있다.

송씨 외에도 <나는 99%다>를 알리기 위한 트친들의 활동은 이곳저곳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패러디한 아이디로 트위터 상에서 '각하'로 불리는 김빙삼(@PresidentV****)씨는 "아이디어와 재치가 넘치는 <장도리> 덕에 통쾌하다"며 "99%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오늘'이 집약된 한 컷의 그림

<나는 99%다> 책 겉표지
 <나는 99%다> 책 겉표지
ⓒ 비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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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아무개(29·여)씨는 "매주 회사에 뉴스레터를 돌릴 때마다 <나는 99%다> 책 표지 그림을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등을 그려 넣어 한국 사회의 권력 계급을 풍자한 책 표지는 트위터 이용자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편 이 모임에 참석한 한 트위터리안(@jm****)은 이날 직접 음식을 준비해 오기도 했다. 트친들 사이에서 '마마님'이라 불리는 그는 집에서 담근 김치와 주먹밥, 치킨구이 등을 손수 나르며 분위기를 한층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장도리>의 팬임을 자처한 그는 "<장도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니 맛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순찬 화백은 이날 모인 모든 트친들에게 친필 사인을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박 화백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접할 수 있었다"며 "만화의 내용과 표현 방식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해 현실에 대한 독자들의 심정을 충실하게 대변할 수 있는 만화를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태그:#장도리, #박순찬, #이엠비씨팔노마, #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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