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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별 거 다하는 닭살부부입니다.
 별 거 다하는 닭살부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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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잘 계시죠?"
"아니. 지금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어."

지인은 의례적 물음에 고생 중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을 먹일 사골 곰국 끓이다가 얼굴, 팔, 다리 등을 댔다고 합니다. 머리카락까지 탔다더군요. 걱정 속에 농담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각시가 집에서 곰국 끓이는 건 남편 버리는 준비라던데, 혹시 사모님도?"

지인은 펄쩍 뛰었습니다. "내가 한 눈 안 팔고 얼마나 잘하는데, 그럴 리가 없다"는 겁니다. 자기처럼 "아내에게 져 주며, 맞춰 사는 사람이 없을 거다"며 "한 여자도 벅찬데 다른 여자에게 눈 돌릴 생각은 애초에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지난 일요일, 김헌·신재은 부부와 함께 여행을 갔습니다. 당초 목적지는 전남 장성 축령산 '치유의 숲'이었으나 가던 도중 전북 고창 '고창읍성'과 '선운사'로 바뀌었습니다. 미리 보는 단풍 구경 겸이었습니다.

밤늦게 사골국 끓인 건 남편 향한 사랑이었다?

재밌게 김헌, 신재은 부부입니다.
 재밌게 김헌, 신재은 부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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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밟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죠. 싸였던 스트레스 등을 버리니 가벼워지는 이치입니다. 지인 아내가 사골 국 끓이다 다친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했습니다.

"입술은 이제 다 나은 거죠?"
"다 나았는데, 입술이 두꺼워진 느낌이야. 남편이랑 뽀뽀도 못한다니까."
"엥, 50대 중년 부부가 아직 뽀뽀를 해요?"
"우린 아침 출근할 때 뽀뽀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애정 넘치는 부부였습니다. 서로에게 헌신적인 부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친 아내 간호는 어느 정도까지 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대답이 구구절절 이어졌습니다.

"난, 아내가 새벽에 곰국 끓이다 데였을 때, 화기 빼느라 한 숨도 못자고 9시간 내내 간호했어. 그리고 오전에는 회사 일, 오후에는 병원을 오가며 아내 치료에 매달렸다니까."

이 정도면 괜찮은 남편이었습니다. 지인 아내도 "밤늦게 사골 국 끓이다 다친 건 남편을 향한 나의 사랑이었다"고 항변했습니다. 이들의 닭살 행각에, 손을 내밀며 화제를 돌렸습니다. 

"아빠, 엄살은... 우리 아빠는 엄살이 너무 심해"

삼겹살 굽다 손가락이 데였습니다.
 삼겹살 굽다 손가락이 데였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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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 좀 보세요."
"어, 손 왜 그래?"
"집에서 아이들 삼겹살 구어주다가 기름에 데었어요."
"그건, 자식 위하는 아버지의 영광스런 상처야."

뜻하지 않게 칠칠치 못한 아빠에서 영광스런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머쓱하대요. 사실은 아들이 삼겹살 구울 때가 생각났습니다.

"아빠, 아빠가 삼겹살 좀 구워 줘요."
"네가 구워."
"기름이 튀어 무섭단 말예요."
"엄살은, 조심히 구우면 돼지."

이랬던 아빠가 데었으니 체면이 영 아니었습니다. 손 데인 후 "따갑다"고 했더니, 아들과 딸에게 말이 되돌아왔습니다.

"아빠, 엄살은... 우리 아빠는 엄살이 너무 심해."

이랬는데, 지인은 자식을 위한 영광의 상처로 대접한 겁니다. 찔리긴 하대요. 아버지로써 자식에게 해야 할 일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하여튼 누군가를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복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부부, #삼결살, #사골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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