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네 경기 세 골밖에 넣지 못했다. 하지만 2실점을 기록해 수비력이 강해졌다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쉽게 지지 않는 경기 운영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기성용 선수가 런던올림픽 영국과의 경기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런던 올림픽 영웅' 기성용(23, 스완지 시티. 이하 스완지)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캐피털 원 컵(구 칼링컵) 2라운드 반슬리전 76분 출전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첫번째 경기를 치른 것.

기성용은 한국 시각으로 9월 1일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선덜랜드전에서 후반 33분 교체 투입했다. 추가시간 포함 약 15분 정도 뛰면서 새로운 동료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벤치에서 시작한 짧은 데뷔였지만 인상 깊었다(Impressed on his brief league debut off the bench)는 호평과 함께 평점 7점 받으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스완지는 2-2로 비겼다. 한편, 선덜랜드의 지동원은 결장했다.

스완지, 선덜랜드전에서 나타난 문제점

우선, 스완지는 슈팅 15-4(유효 슈팅 7-2, 개) 점유율 64-36(%) 우세를 나타냈으나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했다. 수비 실수로 2실점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전반 40분 윌리암스가 백패스를 잘못 걷어낸 것이 선덜랜드 공격수 플래처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전반 46분에는 라우틀리지가 동점골을 넣었으나 전반 52분 플래처에게 또 실점하고 말았다. 선덜랜드의 왼쪽 프리킥 상황에서 플래처가 골문 가까이에서 왼발로 볼을 밀어 넣었다. 플래처와 가까이에 있었던 치코의 마크가 느슨했다. 윌리암스와 치코는 스완지의 센터백으로 뛰는 선수들.

불운도 따랐다. 전반 16분 왼쪽 풀백 테일러가 가드너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이 꺾이는 부상을 당하면서 교체됐다.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한 심각한 부상이었다. 스완지는 시즌 초반에 주전 왼쪽 풀백을 잃고 말았다. 후반 21분에는 미추가 헤딩 동점골을 넣었으나 4분 뒤 치코가 퇴장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빠졌다. 10명으로 역전을 노리기에는 버거웠다. 치코 퇴장 이후에는 수비수 4명을 채우기 위해 후반 28분 라우틀리지를 교체하고 테이트를 투입하면서 공격 옵션 1명을 줄였다.

원톱 그라함은 철저하게 부진했다. 90분 동안 볼 터치 17번에 불과할 정도로 선덜랜드 수비에 꽁꽁 막혔다. 최전방에서 활발히 움직이지 못하면서 볼을 많이 따내지 못했다. 몸이 가벼웠다면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공격 지원에 힘입어 몇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슈팅도 1개에 불과했다. 스완지로서는 후반 중반에 그라함을 교체시킬 필요가 있었으나, 테일러가 부상으로 조기 교체되고 치코가 퇴장 당하는 바람에 공격수를 교체할 여유가 없었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그라함을 교체했다면 기성용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은 다음으로 미루어졌을 것이다.

'기성용 경쟁자' 데 구즈만, 스완지 중원 빛냈다

기성용이 스완지 붙박이 주전으로 발돋움하려면 데 구즈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미추는 팀의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최근 3경기 연속골(4골)을 터뜨렸으며 브리튼은 오랫동안 스완지 중원을 누볐던 터줏대감이다. 반면 데 구즈만은 윙어로 뛸 수 있다. 측면 이동시 기성용이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게 된다. 하지만 스완지는 이적시장 막판 발렌시아의 윙어였던 에르난데스를 영입하면서 데 구즈만의 포지션을 변경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데 구즈만은 선덜랜드전에서 능숙한 볼 배급과 경쾌한 움직임을 과시하며 스완지 중원을 빛냈다.

데 구즈만은 스완지 미드필더 5명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연결했다.(87개) 패스 정확도는 97%이며 선발 출전 선수 중에서 최고로 높다. 크로스는 13개 기록했으며 그 중에 1개가 미추의 헤딩골을 도왔다. 미드필더 중앙과 오른쪽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정확한 볼 배급을 자랑했다. 스완지의 패스 축구 및 중원 장악이 힘을 얻었던 이유. 수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더불어 태클 3개를 날리는 만능적인 활약을 펼쳤다. 놀라운 것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지 얼마 안된 임대생이다. 빠른 시일내에 프리미어리그에 완전히 적응했다.

어쩌면 데 구즈만은 라우드럽 감독이 필요로 하는 선수였는지 모른다. 동료 중앙 미드필더들에 비해 움직임이 많으며 때로는 측면에서 활동한다. 브리튼이 포백 보호에 집중하고 미추가 공격 조율과 골 생산에 탄력을 받는 효과를 안겨줬다. 임대생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 될 수 있지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시즌 뛰었던(마요르카, 비야레알) 경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스완지가 추구하는 스페인식 축구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그런 스완지는 프리미어리그 3경기 연속 브리튼-미추-데 구즈만에게 미드필더 중앙을 맡겼으며 지금까지 세 선수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기성용, 패스 정확도 100% 위엄

하지만 기성용도 데 구즈만에 뒤지지 않았다. 약 15분 출전하면서 패스 18개를 연결했으며 패스 정확도는 무려 100%였다. 출전 시간이 짧았음을 감안해도 단 한 개의 패스 미스를 범하지 않는 인상 깊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대부분 짧은 패스였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볼을 정확하게 연결했다. 교체 투입한지 1~2분 뒤였던 후반 34분과 35분 사이에는 데 구즈만을 비롯한 동료 선수들과 여러 차례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팀 선수에게 볼을 빼앗기지 않았다. 데 구즈만이 볼을 잡을 때는 왼손으로 패스할 지점을 가리키는 장면도 있었다. 마치 주전 선수 같았던 느낌이다.

기성용이 볼을 다루는 솜씨를 놓고 보면 스완지 패스 축구에 어울리는 선수였다. 팀 공격의 흐름을 꿰뚫고 있었다. 동료 선수가 어떻게 공격을 풀어갈 것인지 판단하며 패스 받을 움직임을 취했다. 볼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몸의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도 부드러웠다. 높은 패스 정확도까지 받쳐주면서 스완지 공격이 자연스럽게 전개됐다. 출전 시간이 충분했다면 더 많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브리튼-미추-데 구즈만 조합이 굳어지면서 기성용의 주전 도약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세 명의 조합이 강팀을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우세를 점할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중위권, 하위권 팀들과 경기했으며 8라운드 위건전까지 빅6와 맞붙지 않는 순조로운 시즌 초반 일정을 보내고 있다. 아직까지 중위권 전력이기 때문에 분명 어느 시점에서 고비에 직면할 것이다. 기성용이 프리미어리그에 차근차근 적응하면 어느 순간부터 넉넉한 출전 시간이 보장 될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스완지의 주전이 될 자격을 얻은 것이 이날 경기의 소득이다.

덧붙이는 글 -스완지vs선덜랜드 출전 선수 명단-

스완지(4-2-3-1) : 포름/테일러(전반 19분 데이비스)-윌리암스-치코(후반 25분 퇴장)-랑헬/브리튼(후반 33분 기성용)-데 구즈만/라우틀리지(후반 28분 테이트)-미추-다이어/그라함
선덜랜드(4-4-2) : 미놀렛/콜백-쿠에야르-오셰이-가드너/맥클린-캐터몰(전반 39분 메일러)-라르손-존슨/플래처(후반 23분 사아)-세세뇽(후반 39분 캠벨)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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