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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난개발에 반대하는 강원도 주민들이 강원도청 현관 앞에서 비닐천막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어느새 300일을 넘겨 301일째를 맞았다. 이대로 두 달만 더 지나면 꼬박 일 년이다. 강원도청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춘천시를 비롯해 원주시, 강릉시, 홍천군 등 7개 마을에서 온 주민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이들이 자식만큼이나 중요시하는 농사일을 제쳐두고 도청으로 몰려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골프장 문제는 곧 이들의 생존권과 연결이 되어 있다. 이들은 골프장이 있는 곳에서는 사람은 물론이고, 농작물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골프장 피해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4일 강원도청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기도회'를 78회 열었으며, 강원도를 골프장 난개발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생명버스'를 12차례 운영했다. 이들은 골프장 문제가 완전히 해결이 날 때까지 노숙농성을 끝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강원도청 현관 앞, 골프장 반대 주민 비닐 천막 노숙농성장. 8월 30일로 농성 301일째를 맞았다. 천막 지붕이 차 지붕보다 조금 더 높다. 그나마 태풍 볼라벤이 지나가면서 천막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렸다.
 강원도청 현관 앞, 골프장 반대 주민 비닐 천막 노숙농성장. 8월 30일로 농성 301일째를 맞았다. 천막 지붕이 차 지붕보다 조금 더 높다. 그나마 태풍 볼라벤이 지나가면서 천막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렸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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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골프장 관련 공약 이행" 촉구

노숙농성 301일째를 맞는 30일, 강원도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등 강원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은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불·탈법 골프장을 재검토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허가를 취소하겠다던 공약을 즉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에서 ▲ 강원도지사 직속 '강원도 골프장 민관협의회'를 정상화할 것 ▲골프장 개발 명목의 토지강제수용을 즉각 중단할 것  ▲ 대선 후보자들은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공약화할 것 ▲ 19대 국회는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 기구를 즉각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대위 박그림 공동대표는 "그동안 최문순 도지사에게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고 수없이 물어왔지만 대답하지 않고 있다"며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고 나서 "(이제는) 아이들과 농사짓고 살고 싶은 소박한 소망뿐이다, 삶의 희망을 찾고 싶다. 그 꿈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홍천군 월운리 골프장 주민반대대책위원회' 조인자 위원장은 "골프장은 개인영업 시설이면서 주민의 정주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개발 사업인데도,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불법적인 요소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들이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을 요구해도 허가 취소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며 공직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은 공무원들을 비난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 본부 김희준 본부장은 최문순에게 직접 화살을 날렸다. 김 본부장은 "최문순 도지사가 과거 노조위원장 등 다방면의 직책을 경험해 (사회적 약자들과) 소통이 잘 될 것으로 믿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은 자본가들이 개발이익을 추구하는데 본능적으로 따라가는 형태로, 이명박과 같은 불통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시점에서 도지사가 마음을 바꿔먹고 골프장 문제를 해결해 주민들이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동훈 신부는 "불법과 탈법에 맞서 정의롭게 싸우고 있는 주민들에게 마음으로 지지를 보낸다"며 "최문순 도지사는 후보 시절 약속한 골프장 재검토, 취소 공약을 꼭 지켜 정의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도 골프장 공약 이행 촉구', 강원도청 기자실에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강원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
 '강원도 골프장 공약 이행 촉구', 강원도청 기자실에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강원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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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돌바닥 위, 혹독한 추위와 더위 견딘 주민들

범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최문순 도지사가 지난해 4·27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 후보 시절 강원도 골프장 현안과 관련해 골프장 피해 주민들과 맺은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협약사항' 전문을 공개했다.

이 협약서에는 "주민동의 없이 추진되는 개발사업은 반대한다, 무분별한, 무원칙한 개발로 청정 강원도의 모습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과 "골프장이 산지관리법 제20조(산지전용허가의 취소 등) 1항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한 경우'에 의거하여 골프장 개발대상 허가를 받았다면,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취소에 대해 결정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강릉시 구정리 주민들은 비롯한 농성 주민들은 지난해 초겨울 최문순 도지사에게 도지사 후보 시절 주민들과 약속한 공약 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강원도청 현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주민들은 당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만 해도 농성이 이렇게까지 길어줄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 농성이 어느새 해를 바꿔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농성 주민들은 그 사이 도청 현관 앞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혹독한 날씨를 체험했다.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추위와 더위를 한꺼번에 겪었다. 비닐을 덮어 쓴 농성장은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에는 턱 없이 열악한 환경이었다. 올해 여름, 비닐 천막 안은 불에 달군 듯 뜨거웠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강원도에서 골프장 난개발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은 춘천시, 원주시, 강릉시, 홍천군 등이다. 노숙농성은 이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번갈아가며 하고 있다. 농성 주민들은 노숙농성과 더불어 수차례 집회를 열고, 각각의 지역에서 골프장 조성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알리는 데 애를 썼다. 하지만 골프장 문제는 여전히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농성중인 주민들은 이미 지역에서 길게는 7, 8년 짧게는 3, 4년, 수년째 골프장 반대 시위와 농성을 계속해 왔다. 그런데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그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주민들은 강원도청에서 '자폭'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농성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말하고 있고, 골프장 사업주는 물론이고 강원도청 역시 주민들이 받아들일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는 범대위를 비롯해, 강원도기독교교회협의회, 녹색연합, 생명의 숲, 천주교원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민주주의와민생사회공공성실현을위한강원지역연석회의(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강원지역본부, 전교조강원지부, 공무원노조강원본부, 전국농민회강원도연맹, 전국여성농민회강원도연합, 통합진보당 강원도당, 진보신당 강원도당) 등이다.


태그:#골프장, #최문순, #강원도, #노숙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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