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출연 중인 (왼쪽부터) 민호·김지원·설리·이현우가 27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양지파인리조트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출연 중인 (왼쪽부터) 민호·김지원·설리·이현우 ⓒ SBS


최근에 눈에 띄는 학교가 두 곳 생겼다. 고등학생으로 위장을 시도해서라도 전학 가고 싶은 <아름다운 그대에게> 지니체육고등학교와 <응답하라 1997> 부산 광안고등학교다.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현실성에서 오는 공감보다는 대리만족을 목표로 한 드라마다. 높이뛰기 선수 강태준(민호 분)을 동경해 지니체육고등학교로 위장전학 온 남장여자 구재희(설리 분)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 안에서 엉성한 전학 수속 따위는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보여주고 싶은 학교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호텔 같은 기숙사와 대학교 뺨치는(실제로 대학교에서 촬영함) 교정은 운동하는 꽃미남이 득실거리는 이곳을 더욱 화려하게 만드는 장치다. 학생들이 파티에서 샴페인을 마시는 장면이 '술 마시면 키스도사가 되는' 태준의 귀여운(?) 버릇을 설명하기 위해 쓰이는 이곳은 학교를 가장한 꽃미남들의 놀이터다.

SBS 수목극 '아름다운 그대에게' 아쉽게도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한 장면

SBS 수목극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한 장면 ⓒ SBS


배경이 대리만족을 담당한다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이마저도 힘들어 보인다. 재희가 남장까지 불사하고 지니체고로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태준을 향한 동경'만은 부족하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겪은 재희의 사연은 조금이라도 개연성을 더하기 위해 넣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고민의 깊이보다는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라는 수가 읽힌다.

인물들의 고민과 감정은 결국 두 남녀를 가까워지게 하고 로맨스로 향하기 위해 쓰일 뿐이다. 재희를 남자로 알고 있는 은결(이현우 분)이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며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습은 대개 정상이 아닌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는 재밌는 장면 정도로 그려진다. 그들의 삼각 로맨스에 집중하기 위해 원작에 있던 다양한 캐릭터들을 덜어내면서, 학원물로서의 특징도 줄어들었다.

15년 전 부산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응답하라 1997>의 경우

1997년을 추억하는 tvN <응답하라 1997> 역시 고등학생의 사랑과 고민을 다루고 있다. 그 바탕에는 지니체고라는 환상에서 얻을 수 없는 현실성이 있다. IMF나 정권 교체, 1세대 아이돌과 빠순이의 등장처럼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시대적 요소들을 배경으로 하면서, 각자의 개인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 속을 채워 안팎으로 공감대 형성을 시도했다. 

 tvN <응답하라 1997> 출연진

tvN <응답하라 1997> 출연진 ⓒ CJ E&M


2012년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 이들 중 결국 누가 누구와 사랑의 결실을 맺었는지를 쫓는 것이 <응답하라 1997>의 골자이지만, 1997년 광안고 학생들의 일상이 그 장치가 되지는 않는다.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교실과 무선호출기에 남겨진 음성 메시지를 듣기 위해 공중전화에 줄 서는 소소한 설정은 정말 내 주변에 있었던 누군가를 재연한 듯, 인물들을 살아 있게 만든다.

그 바탕 위에서, 아이돌 오빠를 좋아하다가 현실 속 오빠에 눈 뜨는 시원(정은지 분)의 변화나 동성인 윤제(서인국 분)를 좋아하게 된 준희(호야 분)의 가슴앓이 등 성장통도 생명력을 얻는다. 추억이 떠오르는 배경 때문이든,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사랑 이야기 때문이든 취향에 따라 집중할 만한 여지가 곳곳에 있다.

<아름다운 그대에게>와 <응답하라 1997>은 시청률 4%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쪽은 공중파 프라임 시간대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로 고전 중이지만, 다른 한쪽은 케이블 방송으로서 기념할만한 성공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돌이 출연하는 두 드라마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아무래도 대리만족보다는 공감에 점수를 주는 시청자들이 더 많다는 걸 방증하는 게 아닐까.

아름다운 그대에게 응답하라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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