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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디 압둘 하디(팔레스타인 국제문제 연구소장)
▲ 마흐디 소장 마흐디 압둘 하디(팔레스타인 국제문제 연구소장)
ⓒ Mahdi Abdul H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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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밤, 예루살렘과 서안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권능의 밤(Laylat al-Qadr), 라마단 신성한 밤을 기리기 위해 성지 예루살렘(동예루살렘-1967년 이스라엘 점령지)에 함께 모였다. 무슬림들은 610년 권능의 밤에 코란의 첫 계시가 예언자 마호메트에게 전달되었다고 믿는다.

2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티카.프(하룻밤 동안 모스크에 머무르면서, 코란을 읽는 의식)를 하기 위해 알 아크사 모스크에 모였다. 이티카프는 이른 아침까지 계속된다.

예루살렘의 구 도시(동예루살렘)는 하룻밤 동안 해방된 것처럼 보였다. 군중들이 예루살렘 구도시 중심에 있는 하람 알 샤리프의 매우 상징적인 장소(알 아크사 모스크)에 가기 위해  다마스쿠스 문으로 몰려 들면서, 다마스쿠스 문에서 알 아크사 모스크에 이르는 구시가지의 미로와 같은 골목길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예루살렘 구 도시 전체가 사람들로 완전히 뒤 덥혔다.

전례 없이, 이스라엘 정부는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예루살렘 출입 허가권을 발행했다. 이에 따라 40세 이상의 팔레스타인 여성들과 남성들은 이스라엘의 최소한의 보안 감시를 통과해서 예루살렘 출입을 허가를 받았다. 이것은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구도시를 점령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서안과 예루살렘을 분할하는 경계가 열리고, 서안과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함께 모이면서, 팔레스타인들의 의식으로부터 매일 사라져가는 성지 예루살렘은 다시 한 번 팔레스타인인들의 도시가 되었다.

알 아크사 모스크 주변으로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공간을 찾지 못했던 많은 서안지구 사람들은 이 밤을 서 예루살렘, 자파와 하이파(현재 이스라엘 도시들) 등 방문할 기회로 이용하고, 개인적으로 그리워하던 곳들을 방문했다. 일부 사람들은 살라딘 거리에서 쇼핑하기도하고, 말하와 마밀라에 있는 쇼핑센터들로 향했다.

축제 분위기는 동쪽의 알 아크사 모스크와 팔레스타인들이 전통적으로 거주해왔던 도시 지역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서쪽으로, 종교의 경계를 넘어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여름 축제(Chutzot Hayotzer 2012)를 위해 힌놈 계곡(동예루살렘과 서예루살렘 경계)에 모였다.  

이스라엘 안보는 예루살렘 주변의 수많은 도로들을 폐쇄하고 주요 지역에 추가적으로 부대를 배치하여 힘의 과시에 중점을 둔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보여준 전례 없는 개방은 이스라엘 안보 문제와 팔레스타인인들과의 미래관계 등과 관련한 동시대 이스라엘인들의 생각에 관해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이 사건의 의미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모두에게 미칠 영향을 읽어내기 위해서, 정치, 안보, 미래 전략의 관점에서 그 밤의 사건들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하나는 이러한 이스라엘의 행위가 서안 지구에 대한 안보 정책을 급격히 바꾸기 전에 시험하는 하나의 시도라는 낙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과 이스라엘 국가 사이의 경계가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유연한 경계'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문을 열어주고, 예루살렘에서 권능의 밤이 개방과 상호 관용의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어쩌면 독단적으로 주장하는 '유대 국가'의 두려움을 누그러뜨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만약 이스라엘 공동체와 팔레스타인 공동체가 사고 없이 하룻밤이라도 성지 예루살렘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이스라엘 체제라는 생각을 고착시켜야한다는 두려움의 담론은 새로운 현실을 직면함으로써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정말 그들의 이웃들과 함께일 때 '더 안전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아라파트 사망 이후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서안에서 이스라엘 점령민들, 군인들, 물자들이 어떤 저항도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허락함으로써 100퍼센트의 안보를 누려왔다. 이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안보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 구성원들 대부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감옥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6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감옥에 수감되어있다. 좀 더 넓은 그림에서 볼 때, 가자 지역을 감시하는 책임이 이집트의 어깨로 천천히 옮겨감에 따라 가자 또한 이스라엘 안보 문제에서 덜 중요해 지고 있다.

서안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며, 이러한 상황에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존재를 결정짓는 현재 진행 중인 정치적 난국이 부가될 것이다. 이스라엘인들은 확실히 지금 상태에서 많은 안정을 도모하고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 맥락에서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의 인구학적인 균형을 위협하지 않을 방식으로, 틈새가 많은 경계를 갖는 팔레스타인 자치 독립체가 이스라엘과 공존할 수 있는지' 등 새로운 정세의 실행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양측이 직면한 끝없는 도전들 중 하나는 성지 알 아크사 모스크를 분할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이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논쟁적인 '헤브론 모델(이브라힘 모스크 분할)'에 따라서 알 아크사 모스크를 분할하려고 한다고 밝혀왔다. 헤브론에 존재하는 이브라힘 모스크는 이스라엘 군대가 접근 권리를 통제함에 따라 이스라엘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무력으로 분할'된 곳이다. 팔레스타인들은 헤브론의 이브라힘 모스크 분할 방식이 알 아크사 모스크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절대 반대한다. 무력으로 이루어진 방식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권능의 밤 동안 수십 만 명의 팔레스타인들은 예루살렘과 성지들에 대한 그들의 권리를 재확인하고,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인들의 독점적인 도시가 아니라고 이스라엘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마흐디 압둘 하디 씨는 현재 팔레스타인 국제문제 연구소장으로 활동중입니다. 영문 원고 번역은 정지혜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 #이티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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