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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세습 방지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교회 세습 방지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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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교)가 개신교 교단 최초로 '교회 세습'을 막는 법안을 만든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대형교회가 많은 감리교에서 이러한 법안을 추진한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영한다. 이 문제는 감리교의 문제뿐 아니라 개신교 전반의 문제이므로, 감리교뿐 아니라 다른 교단들도 이에 동참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조직과 행정법' 부분에 '담임목사 파송 제한' 조항이 삽입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 그의 자녀가 담임할 수 없다는 내용과 더불어 장인, 장모와 사위, 며느리 사이에도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는 교회세습 때문에 추락하는 한국교회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조항이 모든 각 교회에 적용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자립 교회나 농어촌교회 등 목회자들을 청빙 (청빙의 본래 의미는 '청한다, 모셔간다는 의미다)하기 어려운 교회는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문제의 본질은 대형교회의 세습인데, 목회자 청빙이 어려운 교회까지도 그 법 규정에 얽매여 자칫 청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예외조항도 마련하겠지만 그 교회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감리교에서 '교회 세습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총회차원에서도 통과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자칫하면, 교회 세습 방지법이 미자립교회나 농어촌교회 등에 족쇄를 채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자립교회나 농어촌교회 등을 세습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말이 세습이지, 어려운 교회지만 끝까지 지켜가겠다는 신앙적인 결단으로 자녀에게 혹은 사위나 며느리에게 세습하거나, 집안이 온 힘을 모아 교회를 지켜나가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교회세습의 문제를 이분법적인 논리로 접근하면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청빙절차가 더 문제다

교회의 청빙절차는 일반에서 생각하듯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감리교를 포함한 개신교회의 청빙이 직원 뽑는 것처럼 채용화된 데 있다. 대부분 교회에서 목사청빙을 공고하고, 목회자들이 지원하면, 보통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 때처럼 청빙위원회에서 목회자의 이력을 통해 서류심사를 하고, 당회에서 결정하고, 공동의회(교인 전체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담임목사가 결정된다.

웬만한 자립교회의 경우 청빙공고가 나면 적어도 30여 명 이상의 목회자가 지원서를 낸다고 한다. 청빙이 아니라 채용하는 식의 청빙절차이다보니 이른바 청빙하는 교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목사를 통해서 로비하기도 하고,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목회자적인 심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펙만 보고 목사를 청빙하게 되는 것이다. 개신교에서의 목사청빙은 노회의 허락이 있어야 하지만, 각 교회에서 청빙하기로 결정한 목사를 노회에서 반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교회세습을 방지하고, 청빙과 관련된 문제를 개신교에서 해결하려면 가톨릭처럼 파송제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개혁을 통해 출범한 개신교(프로테스탄트)가 가톨릭의 체제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수용성을 가지고 있을까?

개신교에서는 교인 전체의 의결기구라 할 수 있는 '공동의회'라는 제도가 있다. 목사청빙의 경우 공동의회를 통해서 일정 수 이상(대부분이 출석인원의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교회의 중요한 문제들 역시도 공동의회를 통해서 결정되고 시행된다.

그러나 문제는 공동의회가 당회나 담임목사의 의지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조금은 어려운 문제지만, 교인들이 각성해야 하는 문제가 내포돼 있다. 지금껏, 대형보수교회의 목사들이 반기독교적인 행태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하나님처럼 떠받들고 무조건 '아멘!'으로 화답하며, 지지해준 교인들 덕분이다. 그것이 강요에 의한 것이든, 세뇌된 것이든 교인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관철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를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다.

교회세습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공동의회에서 부결되면 담임목사를 청빙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어느 모임이든 찬반 의견이 갈리게 되고, 거기에서 갈등이 초래된다. 교회에서는 이 갈등이 신앙의 이름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합의를 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많은 개신교회가 교회문제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아주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교회 안에 내재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교회세습 방지법'을 환영한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감리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회세습 방지법'을 찬성한다. 좋은 결과가 있어, 한국 개신교 전반에 교회세습으로 말미암은 문제가 사라질 수 있으면 좋겠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를 살아가게 된 것은 전적으로 목회자들의 책임이다. 거기에 보탠다면, 자질 함량의 목사에게조차도 끊임없는 맹목적인 복종을 하는 신도들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이제는 오히려 교인들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목회자를 청빙하거나, 길들이는 현상도 만연하다.

목회자가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교회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점에서 목회자들이 진정으로 하나님의 말씀만 전하겠다는 결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 목회자가 양성되는 과정이나 분열된 교단의 모습을 보면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단지, 소수의 정의로운 목회자들과 올바른 신앙을 가진 신앙인들이 있을 뿐이며, 그들 덕분에 아직도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다는 점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태그:#교회세습, #교회세습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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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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