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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지난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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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본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에 이어 '정치쇄신'까지 양 날개를 달았다.

27일 민주통합당 경선이 모바일 투표 불공정 시비로 파행을 겪고 있는 사이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와 '정치쇄신'을 양축으로 한 박근혜 대선 캠프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향후 경제민주화 등 대선 공약을 총괄하게 될 국민행복특별위원회 위원장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재 등용한 것.

특히 개혁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에 '국민검사'로 불리는 안대희 전 대법관을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중원(중도층) 전쟁에서 민주당이 밀리고 있다"고 탄성을 터뜨렸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할 때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인물. 당시 박 후보는 '차떼기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당을 천막당사 체제로 전환시켜 기사회생시켰다. 안 전 대법관의 발탁은 '차떼기 사건' 당시 못지않은 정치쇄신을 추진하기 위한 박 후보의 야심작으로 평가된다.

안 전 대법관은 박 후보로부터 사실상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후보자 본인은 물론 친인척, 그리고 측근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 과제에 대해 반대해 왔다. 향후 그가 내놓을 정치쇄신 카드 역시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정치쇄신, 박근혜 후보도 예외일 수 없다"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선임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27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선임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27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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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진로를) 아직 뚜렷하게 정하지 않았다. 여러 법조 후배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데,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 무엇을 하더라도 경제적인 면에 연연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법조 원로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난달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지난달 10일 대법관에서 퇴임한 그는 오는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펠로우십으로 체류할 계획이었다. 27일 낮에는 그의 송별모임도 잡혀 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기간이었던 지난달 말, 그리고 지난 24일 두 차례에 걸쳐 박근혜 후보를 만나고 나서 마음을 돌렸다.

안 전 대법관은 27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면서 정치쇄신특별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 분(박근혜 후보)이 나라를 사랑하는 진정성, 한 번 한 말은 지킬 것이란 믿음이 있어 깨끗하고 맑은 나라를 만드는 데 내가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이 자리를 수락했다"는 것이다.

"제가 대도무문(大道無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박 후보는) 깨끗한 정치, 바로 가는 나라, 질서가 잡힌 나라 이런 말을 많이 하셨다, 저와 생각이 같은 부분이 많았다. 생각이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직을 35년 했는데 더 이상 자리에 미련을 갖고 온 게 아니다. 언제든지 새누리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그만둘 것이다."

'깨끗한 정치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후보의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성을 중시하는 직업을 가졌던" 전직 대법관으로서 특정정당 선거조직에 합류해 일을 해도 되느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안 전 대법관이 이런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도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정치 한복판에 발을 들여놓은 진짜 이유가 뭘까?

안 전 대법관이 박 전 대표와의 두 차례에 걸친 회동을 통해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내건 조건은 바로 '전권의 위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병수 당 사무총장은 "박 후보는 (안 전 대법관이) 후보자 본인은 물론 친인척, 소위 후보의 측근이라고 하는 사람들에 관한, 재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부정부패와 관련됐는지 등에 관한 관리 감독을 직접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에 대해 (안 전 대법관이) 거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안 전 대법관 역시 "이것(정치쇄신)을 제의하신 분(박근혜 후보)도 예외일 수 없다"며 "박 후보 측근이라도 건의를 드리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가족들도 포함되느냐"고 묻자, "당연하다. 법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라며 "박 후보 가족이 제외된다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차떼기로 대표되는 정치 구태"... '스폰서 검사' 비리는?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지명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전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며 밝은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지명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전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며 밝은표정을 짓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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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쇄신'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강한 의지는 지난 20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읽을 수 있다. 박 후보는 "친인척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서 사전에 강력하게 예방하겠다"며 "문제가 생기면 상설특검을 통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법관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직을 수락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정치권의 부정부패 및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항상 차떼기로 대표되는 정치 구태가 있었고 특검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 권력형 비리나 선거를 둘러싼 부정부패에 대한 우려도 많다. 제가 (대선 캠프에) 들어가서 근절 대책을 한 번 만들어보겠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이 검찰 개혁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향후 그가 내놓을 정치쇄신 방안 역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안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1975년 사법고시 동기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추상같이 수사해 '검찰 사상 최고의 칼잡이'로 불렸다. 특히 '안짱'이라는 팬클럽까지 결성되는 등 비리 척결의 대명사로 꼽히며 '국민 검사' 반열에까지 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노 전 대통령에 의해 지난 2006년 대법관으로 내정됐는데, 당시 서울고검장이었던 그의 재산 신고액은 2억6000만 원이었다. 법조계 고위공직자 가운데 가장 낮은 신고액이었다. 임기 마지막해인 지난 3월 공직자 신고액은 전년보다 7394만 원 증가한 9억6439만 원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직접 후보로 추천하면서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공을 들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은 검찰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들의 범죄나 부패사건의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의 신설 문제나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줄곧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달 5일 대법관 퇴임을 앞두고 가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공수처 도입, 대검 중수부 폐지 등에 대해 "확실하게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검찰을 일반적으로 권력기관으로 보는데, 사실 검찰은 기본적으로 법률기관"이라며 "항상 공정이나 형평성을 생각하는 법률가들이 수사하는 것과 일반적인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과의 관계에서 결국 '옥상옥'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치권이나 사회 지도층, 소위 화이트칼라 크라임(범죄)에 대해 그래도 감히 수사할 수 있는 데는 바로 중수부로 대표되는 검찰 아니냐"며 "오히려 그 사람들이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의 주장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 문제와 그 해결책에 관한 논의가 사실상 '스폰서 검사'와 같은 검찰 내부 비리 사건 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스폰서 검사' 파문 직후에는 그동안 반대 입장을 보여 왔던 한나라당에서조차 공수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정몽준 최고위원이나 정두언 의원 등은 "공수처 등 검찰 개혁에 대해선 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나 검찰 내부 수사를 기존 검찰에 맡겨선 안 된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반면 안 전 대법관은 "판·검사 비리는 검사가 수사하면 되고, 판·검사 재판은 판사가 하면 된다"며 "그것을 특별히 떼어 내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후보의 광폭 행보가 중도층과 젊은층을 겨냥해 이미지 메이킹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효적인 개혁의 성과로 나타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안대희, #박근혜, #공수처 , #차떼기,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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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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