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천상시계>의 장영실 역을 맡은 배우 전재홍, 8월 21일 오후 대학로연습실 세미나실에서 뮤지컬 <천상시계>의 연습실 공개 자리에서

뮤지컬 <천상시계>의 장영실 역을 맡은 배우 전재홍, 8월 21일 오후 대학로연습실 세미나실에서 뮤지컬 <천상시계>의 연습실 공개 자리에서 ⓒ 김민관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이 천상시계를 비롯한 위대한 발명품들을 만드는 과정과 그에 얽힌 삶을 그린 고궁 뮤지컬 <천상시계>가 오는 9월 5일부터 경희궁에 오른다.

<천상시계>는 경희궁 숭정전을 배경으로, 국악의 리듬 위에 현대적인 선율을 얹은 24곡의 뮤지컬 넘버로 구성되며, 이에 다채로운 전통연희를 곁들여, 천민출신으로 종3품의 벼슬까지 올랐지만, 하루아침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의문의 인물, 장영실의 삶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낸다.

 지난 21일 오후 대학로연습실 세미나실에서 뮤지컬 <천상시계>의 기자간담회 현장

지난 21일 오후 대학로연습실 세미나실에서 뮤지컬 <천상시계>의 기자간담회 현장 ⓒ 김민관


지난 21일 오후 대학로연습실 세미나실에서 뮤지컬 <천상시계>의 기자간담회 및 연습실 공개 자리가 열렸다.

연습실과 기자간담회 자리 이후 만난 방은미 연출의 작품에 임하는 에너지는 대단했다. 고궁 뮤지컬 <천상시계>는 원래 2004년 아르코 예술극장과 2006년 토월극장 공연에 이어 세 번째로 경희궁 숭정전을 무대로 선택했다. 토월극장 공연 당시 언론에서 거의 기사화되지 않았음에도 유료 관객 팔십 퍼센트 이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뮤지컬 <천상시계>의 방은미 연출

뮤지컬 <천상시계>의 방은미 연출 ⓒ 김민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배지를 달고 있던 방은미 연출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 역시 간과하지 않고, 정의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제작사를 찾던 중 이후 위안부 소재로 한 작품이 잘 되어 전국 순회공연과 해외 투어 공연을 하게 됐다. 이후 서울문화재단의 공고를 보고, 지원을 받게 됐다.

사실 <천상시계>는 티켓 가격이 세종석 55,000원, 영실석 44,000원으로 책정됐다. 보통 VIP석이 10여만 원이 넘는 뮤지컬치고는 싼 가격임에 틀림없다. 이는 서울시 협조를 통해 경희궁이라는 무형의 공공 자산으로서 가치가 공연을 위해 고스란히 제공될 수 있었고, 따로 대관료가 책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철 홍보 등에서도 서울시의 전적인 협조가 뒷받침된다.

 뮤지컬 <천상시계>의 작곡·편곡을 맡은 박수환 작곡가

뮤지컬 <천상시계>의 작곡·편곡을 맡은 박수환 작곡가 ⓒ 김민관


<천상시계>에서 서후석 작곡가와 함께 작곡·편곡을 맡은 박수환 작곡가는 국악 맛을 잘 살린 뮤지컬을 만들고 싶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보통 서양음악을 기초로 한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합창단이 3성부 내지 4성부인 데 반해, 국악을 바탕으로 한 <천상시계>에서는 무려 12성부 25명의 합창을 이룬다.

또한 <천상시계>는 고궁에서 첫 라이브 연주로 공연을 시도한다. 방은미 연출은 야외에서 공연되는 만큼 공연에 대한 관객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영상을 주로 사용하는 한편 극과 극 사이에 암전을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원래 풀 버전은 인터미션을 포함한 2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축약해 1시간 40분으로 선보이게 된다. 이는 경희궁이 열시 마감인지라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다.

고궁의 장점으로는 숭정전이 웅대한 세트로 자연 기능하여, 극장에서 세트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 테스트를 하기 위한 두 차례 방문에서 방 연출은 숭정전의 무대로서의 아름다움을 확인했다.

 뮤지컬 <천상시계>의 명나라 사신 '주하' 역할의 김신용 배우

뮤지컬 <천상시계>의 명나라 사신 '주하' 역할의 김신용 배우 ⓒ 김민관


실제 연습실에서는 두 곡이 공개됐다.
명나라 사신, '주하' 역할의 김신용 배우는 피아노가 고양되며 주하의 환희에 찬 모습을 꿈과 거기에 담긴 의지로 잘 표현해 냈다.

 뮤지컬 <천상시계>의 배우 김재한(세종 역)

뮤지컬 <천상시계>의 배우 김재한(세종 역) ⓒ 김민관


두 번째 곡은 세종대왕의 고민하는 모습 뒤로, 장영실이 시계를 고안하고 만드는 과정이 활기 있게 진행되는데, 장구와 피아노가 급격하게 분위기의 변화를 이끌었다.

발성은 보통의 뮤지컬과 다르지 않지만, 사극 고유의 강한 강세와 발음의 대사들이 극의 힘을 배가시키는 한편, 자연스럽게 노래의 발성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발명품의 아이디어룰 떠올리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배우 한 명 한 명의 개입을 통해 무대 전체로 그 활기가 확장되어 감을 느끼게 했다.

 뮤지컬 <천상시계>의 연습실 공개 현장

뮤지컬 <천상시계>의 연습실 공개 현장 ⓒ 김민관


배우들의 목소리는 연습실을 넘어섰고, 실제 야외에서 벌어졌을 때 스펙터클의 장면을 미리 그려볼 수 있었다.

세종실록의 기록을 보면 세종대왕(이하 세종)이 장영실을 내시처럼 두고 부렸다는 언급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왕이 신하를 수족처럼 부렸음을 말하기보다는 둘의 사이가 그만큼 친밀했음을 방증하는 기록이다.

장영실은 경상도 채방별감(採訪別監)으로 파견되어 세종의 명에 따라 철을 캐는 임무를 맡는다. 이는 세종의 자주 국방을 위한 무기(화포) 제작의 목적이 전제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장영실은 중국에 파견되어 물시계인 자격루와 이어 경점지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이후 장영실 혼자의 힘으로 천상시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세종대왕은 백성이 '태어나서 일하면서 행복해야 한다'는 "생생지락(生生之樂)"을 정치 과제로 발표한다.

세종대왕의 백성을 위한 순수한 마음과 현실 정치 전략의 현명함은 <천상시계>의 한 축을 이룬다. 국회의원의 신분에서 다시 배우로 돌아온 최종원은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한 배우 여균동, 그리고 배우 김재한과 함께 트리플 캐스팅으로 세종을 맡았다.

 뮤지컬 <천상시계>의 세종 역을 맡은 배우 최종원

뮤지컬 <천상시계>의 세종 역을 맡은 배우 최종원 ⓒ 김민관


최종원은 신분의 차이 없이 각 분야의 모든 인재를 추천받고 천한 신분의 장영실을 위대한 과학자로 만든 세종을 통해 권력에 대한 탐욕 없는, 참다운 권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는 세종과 같은 왕이 현실에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뮤지컬 <천상시계>의 장영실 역을 맡은 배우 전재홍

뮤지컬 <천상시계>의 장영실 역을 맡은 배우 전재홍 ⓒ 김민관


장영실을 맡은 배우 전재홍은 인사를 전하다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간 연습이 고됐던 탓일까. 역사적 위인의 주역을 맡은 것에 대한 기쁨이었을까. 물론 기쁨의 눈물에 가까웠지만, 공연의 힘든 부분 역시 존재했다.

우리 장단인데도 노래를 맞추기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굿거리장단 정도는 누구나 배우지만, 칠채 장단은 3개월을 배웠지만, 아직도 조금은 완전하지 않을 정도다. 

 뮤지컬 <천상시계>의 장영실을 사랑한 여인 예성 역의 배우 최수진

뮤지컬 <천상시계>의 장영실을 사랑한 여인 예성 역의 배우 최수진 ⓒ 김민관


장영실을 사랑한 기생인 예성 역의 배우 최수진 역시 한국 무용을 배우고 있고, 극 중 민요 한 자락을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최수진은 한류스타로서 명망을 얻고 있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수영'의 친언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실이 그리 중요치 않을 만큼 그녀는 묵묵히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며 <겨울연가>, <프로포즈> 등 맡은 작품들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자간담회 이후 방은미 연출은 두 젊은 배우, 전재홍과 최수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배우는 물 같아서 그릇(역할)에 따라 바뀔 수 있어야 하는데, 최수진의 경우, 연출이 지시하는 것을 다 흡수하는 데다, 예쁘고 겸손하기까지 하다고 전했다.

[공연 개요]
공연기간_ 2012년 9월 5일(수)-10월 1일(월)
9월 10일, 17일, 24일 공연 없음
공연시간_ 저녁 8시
공연장소_ 경희궁 숭정전

원작_ 김남채
작, 연출_ 방은미
예술감독_ 여균동
협력연출_ 김재한
작곡, 편곡_ 서후석, 박수환/ 음악감독_ 신경미
안무_ 우재현/ 무대디자인_ 김인준
조명디자인_ 우수정/ 의상디자인_ 박근여
분장디자인_ 김진숙/ 기술감독_ 이태용
조연출_ 정우일/ 음악조감독_ 황유경/ 조안무_ 유화정/ 무대감독_ 김지후
프로듀서_ 신현길/ 진행총괄_ 정안나

출연_ 최종원, 여균동, 전재홍, 최수진, 김숙영, 현순철, 김재한, 김신용, 김태유, 변진완, 김선혜,
정우일, 정유하, 김유진, 이상원, 최유미, 김형석, 이형준, 조승명, 황은진, 오정훈, 정태준,
조민정, 진성민, 정순원, 김민영, 박가은, 박정은, 이가영, 안솔지

주최_ 서울특별시
주관_ (재)서울문화재단, ㈜아트브릿지
후원_ 아산시
제작, 기획_ ㈜아트브릿지
협찬_ 한국지역난방공사, 레노마 란쯔 시계
제휴_ 에비슈라, 호텔 앰베서더, 오요리

티켓가격_ 세종석 55,000원/ 영실석 44,000원
런닝타임_ 100분
관람연령_ 만 7세 이상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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