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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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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스타일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군대로 치면 공수부대처럼 움직인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신동철 부소장의 말이다. 신 부소장은 21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에 대해 "박 후보의 '100% 대한민국'이라는 말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전날(20일)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당선 일성으로 국민 대통합을 역설한 박근혜 후보가 본격적인 파격 행보에 나섰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오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할 예정이다.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후 의원총회 후 봉하마을로 간다. 노 대통령을 뵈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의 한 축을 이루고 계신 전직 대통령이시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가 되서 참배를 드리러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봉하마을 방문은 '노무현 정신' 인정한 것"

박근혜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보라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이날 당이나 선거 캠프에서 내놓은 공식 일정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대외 일정을 본인 입으로 직접 밝힌 것이다. 그의 봉하마을 방문이 파격적이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동철 부소장은 지난 2009년 박근혜 후보가 스탠포드 대학 강연에서 밝힌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나 지난해 말부터 얘기하기 시작한 '경제민주화'를 예로 들었다. "박 후보가 진보주의자들에게 전가의 보도 같은 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신 부소장에 따르면 이번 봉하마을 방문도 그런 흐름의 일환이다.

신 부소장은 "박 후보는 '탈보수 시대'에 대한 개념 등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념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그런 행보는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신 부소장은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에 대해 "소위 '노무현 정신'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에서 한번 되새겨볼만한 것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서는 왜 가겠느냐"고 말했다. 전날 박 후보가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념·계층·지역·세대와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밝힌 것이 '노무현 정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이런 파격 행보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후보 경선캠프의 최경환 총괄본부장은 지난 19일 "현재 캐치프레이즈가 '박근혜가 바꾸네'이지만 앞으로 (사람들이) '박근혜가 바뀌네'라고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비박(근혜) 주자들에 의해 덧씌워진 '불통'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본선에서 당내는 물론 당 외에도 포용력 있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한뒤 현충탑을 나서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한뒤 현충탑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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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박 후보의 주변 인사들은 "박 후보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조언해왔다. 김종인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앞으로 한 달은 박 후보가 바짝 뛰어야 하는 기간"이라며 "말이나 행동에서 180도 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100% 대한민국',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통합과 소통의 적임자'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 스스로도 수도권과 2040세대에 대해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고, 많이 만나고, 얘기도 많이 들으면 저는 그분들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동철 부소장은 "파격적인 행보로 인해 '기존의 잣대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구나'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면 국민들의 기대감도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습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선에서는 많이 다치지 않으려고 몸을 사렸지만 본 게임인 본선에서는 '박근혜가 확 바뀌었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바뀌었네'는 예선을 끝내고 본선에 올라온 박근혜 후보에 있어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천적' 없는 박근혜, 중도층 관심 끌어올 수 있을 것"

박근혜 후보 경선캠프에서 정치발전위원으로 활동한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박 후보의 이번 봉하마을 방문을 5·18민주화운동 묘역 참배와 4·3평화공원 참배의 연장선으로 봤다. 박 후보는 5·18민주화운동 32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17일 5·18 묘역을 방문한 데 이어 경선 기간 중이었던 지난달 26일에도 조용히 5·18 묘역를 찾았다. 또한 지난 1일 새누리당 지도부 등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해 고개를 숙이고, "4·3은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박 후보가 (봉하마을을) 언젠가는 갈 것으로 봤다. 다만 시기를 조금 당겨서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5·18, 4·3에 이어 마지막으로 간 것"이라며 "이제 더 갈 곳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 후보의 최대 강점으로 '천적'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이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야당 시절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해 여러 발언은 했지만 개인적인 사감이 있었겠느냐"며 "MBC도 이명박 대통령은 싫어해도 박근혜 후보와는 개인적인 감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가 노 전 대통령 개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거나 노 전 대통령이 박 후보에게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봉하마을 방문 일정은 순전히 박 후보의 본인의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비록 쇼라는 비판을 받더라고 이번 방문으로 인해 적어도 중도층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효과는 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신동철 부소장도 "박근혜 후보가 지금까지 버틴 힘의 원천은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했다는 점"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폭정 속에서 박근혜라는 후보를 가지고 정권재창출에 도전하려면 박근혜 후보가 더 진화하고 이를 통해 외연을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태그:#박근혜, #노무현 대통령, #봉하마을, #2012 대선,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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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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