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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홈플러스 합정점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이 홈플러스 접근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19일 오후 홈플러스 합정점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이 홈플러스 접근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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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는 없어도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다. 입점이 철회되는 순간까지 계란을 던지자."

대형마트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한 지역 상인들의 외침이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일대 시장 상인과 정청래·홍종학·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은 홈플러스 합정점 진입을 시도했다. 입점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내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홈플러스 입구가 집회 신고 장소가 아니라며 상인들의 진입을 막았다. 상인들은 1시간여 동안 경찰 기동대 2개 중대, 100여 명의 병력과 몸싸움을 벌였지만 경찰의 강력한 저지 앞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상인들과 함께 앞서 몸싸움을 벌인 정청래 의원은 "사즉생의 각오, 배수진의 각오로 다시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메세나폴리스 내 4300여 평의 규모로 8월말 입점이 예정돼 있는 상태다. 합정점 반경 800m 내에 있는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 시장 상인들은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지난 10일부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2010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전통시장 반경 1킬로미터(km) 내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다. 이에 법에 따라 마포구의회는 2011년 4월 관련 조례제정을 공포했지만 홈플러스는 2011년 1월에 영업허가를 받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인들은 이날 오후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홈플러스의 입점이 대형 유통자본의 탐욕이라고 규탄했다. 이 자리에서 홍지광 망원·월드컵시장 조합 이사장은 "우리들의 몸부림이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계란은 바위를 더럽힐 수 있다"며 "입점이 철회되는 순간까지 이곳 농성장에서 함께 계란을 던지자"라고 말했다. 

"합정동, 아니 대한민국에서 쫄딱 망하게 하자"

이날 집회는 '합정동 홈플러스입점 결사반대'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상인 100여 명과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지역 대책위 등을 비롯 정청래·홍종학·홍의락·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 심상정·서기호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합정동을 지역구로 하는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마포구 주민들은 홈플러스가 합정동 4300평 자리에서 쫄딱 망하게 만들 수 있다"이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홈플러스가 대한민국에서 쫄딱 망하고 한 푼도 못 건지고 돌아가게 만들자"고 말했다.

같은당 홍종학 의원은 "이렇게 된 것, 다 국회가 잘못한 것이다, 법이 미비해서 외국자본이 휘젓고 다니는 거 아니겠나?"라며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외국자본은 이 땅에 설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약속했다.

상인회 대표 3명 삭발... "입점만 철회된다면 100번이라도 삭발"

19일 오후 삭발 투쟁에 나선 조태섭 망원시장 상인회 회장은 "입점 철회만 된다면 100번이라도 삭발하겠다"면서 "대형 유통마트의 확장에 시장 상인들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19일 오후 삭발 투쟁에 나선 조태섭 망원시장 상인회 회장은 "입점 철회만 된다면 100번이라도 삭발하겠다"면서 "대형 유통마트의 확장에 시장 상인들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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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서 조태섭 망원시장 상인회장, 홍지광 이사장, 박종석 마포구상인총연합회회장은 삭발 투쟁으로 입점 저지를 결의했다. 삭발은 시장 내의 미용실 디자이너들이 직접 '바리깡'을 들어 이들의 삭발 투쟁을 도왔다. 삭발에 앞서 조태섭 회장은 "입점 철회만 된다면 100번이라도 삭발하겠다"면서 "대형 유통마트의 확장에 시장 상인들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삭발 후 이들은 '재벌 대기업 탐욕 규탄한다', '홈플러스 입점 철회하라'의 구호를 외치며 메세나폴리스 후문까지 행진해 홈플러스 진행을 시도했으나 결국 경찰들의 저지로 실패했다.

이날 홈플러스 합정점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은 달랐다. 망원시장만 30년 째 애용하고 있다는 김성안(56, 서울 마포구)씨는 "정 많고, 싸고, 맛있고 좋은 물건 많은 망원시장이 홈플러스 때문에 망할 것을 생각하면 보면 열불이 난다"며 "비단 상인의 생존권 문제가 아니라 망원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도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씨는 "친구들, 이웃사람들에게 홈플러스 가지 말라고 설득하는 중"이라면서 "특히 망원동, 합정동 사람들은 망원시장이 아니라 홈플러스가 망하는 것을 똑똑히 보여줄 준비가 됐다. 한 번 들어와 보라"고 말했다.

메세나폴리스에 거주하고 있다는 김아무개(44)씨는 "망원시장까지는 가깝게 걸어다닐 거리는 아니다, 홈플러스가 생기면 홈플러스에 갈 수밖에 없다"며 "집회를 여는 상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인근 주민들은 편의성, 접근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홈플러스 입점을 찬성했다.

메세나폴리스 옆 식당을 운영하는 지아무개(53)씨는 "홈플러스 때문에 밥 줄이 끊길 것"이라며 걱정을 했다. 지씨는 "시장 상인은 아니지만 메세나폴리스 인근 상인의 마음은 다 똑같다"며 "홈플러스에 마트만 들어서는 게 아니라 피잣집, 식당가, 치킨집, 패스트푸드점까지 들어올 예정이라 타격이 클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시장 상인들은 오는 24일 7시, 같은 곳에서 문화제를 열고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집회를 연 전통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의 입점은 대형 유통자본의 탐욕이라고 규탄했다.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집회를 연 전통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의 입점은 대형 유통자본의 탐욕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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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홈플러스, #망원시장,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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