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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2012년 여름 20대 청년들은 어떻게 보낼까? 많은 주변 사람들이 불안한 미래 때문에 더워도 휴가를 가지 못한다. 더운 여름에도 하루 밥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이 있고, 미래의 안전을 위해 어학연수, 영어캠프, 기술 자격증 취득 등 스펙을 쌓기 위한 노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두운 미래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하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청년들이 있었다. 대학생사람연대 라는 단체의 주관으로 생명/평화의 '바람' 이라는 팀이 8월 2일부터 10일까지 SJM 노동자, 제주도 강정, 밀양 송전탑의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한 휴가를 떠났다. 나 또한 희망을 만드는 청년들의 삶이 궁금해 10일간의 휴가를 반납하고 그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2012년 생명 평화의 '바람' 8월 2일 서강대에서 발대식.
 2012년 생명 평화의 '바람' 8월 2일 서강대에서 발대식.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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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누구는 용역 누구는 시위대

SJM 공장 근처 바람 선전전
 SJM 공장 근처 바람 선전전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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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바람 대원들이 달려간 곳은 안산이다. 7월 27일 안산의 SJM 이라는 회사에 용역이 노동자를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뉴스와 신문에 헤드라인으로 보도가 되었다. 많은 노동자들이 용역들의 폭력에 중상을 입었고 지금까지 연일 뉴스에서는 용역과 경찰과의 관계와 경비회사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 되고 있다. 폭력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병원에서 아직 치료중이고 사측의 직장폐쇄로 쟁의에 가담한 노동자들은 해고 위기에 몰렸다.

바람 대원들은 실제로 이 사건이 벌어진 SJM 공장 앞에 가보았다. 마침 사건이후(7월 27일) 매일 아침 8시 마다 집회가 있어 참석하였다. 집회가 열리는 SJM 공장 부근은 살벌했다. 컨텍터스 라는 경비 업체 용역들이 검은 복장에 모자를 쓰고 공장 출입을 막기 위해 이곳저곳 험상궂은 얼굴로 집회 참가자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공장 담벼락에는 철조막을 설치하여 마치 공장이 교도소와 같아 보였다. 

SJM 공장 안 용역
 SJM 공장 안 용역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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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M 공장 앞에서 뜨거운 햇살 앞에 두 가지 다른 인생이 있었다. 같은 20대 청년들인데 어떤 이는 용역으로 이곳에 있고 어떤 사람은 집회의 참가자로 있었다. 같은 공간에 이렇게 다른 인생이 있는 곳이 SJM 정문 집회가 열리는 그곳이었다. 용역으로 일하는 20대 청년 또한 생활고나 등록금이 없어서 선택한 것이 용역이었을 것이다. 심정으로는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자신의 생활고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해칠 수 있는 일을 꼭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독일 나치 시대 아이히만을 보고 "사유하지 않는 것도 죄!" 라는 말도 떠오르기도 했다.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현실을 마주 쳤을 때의 괴로움은 무엇 보다 고통스러웠다.

강정의 구럼비는 보이지 않았다.

강정 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바람 대원들과 강정을 지키는 평화 활동가들이 함께 문화제를 하고 있다.
 강정 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바람 대원들과 강정을 지키는 평화 활동가들이 함께 문화제를 하고 있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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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M 공장 노동자들과의 짧은 만남이 끝나고 4일 바람 대원들은 제주도 강정 마을로 들어갔다. 전 국민이 알다시피 제주도 강정 마을에는 해군기지를 짓는 문제로 수년간 갈등상태에 있는 곳이다. 바람 대원들이 제주도에 가기 전에 이미 대법원에서는 주민들이 제기한 법적인 문제에 대해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사실상 해군기지 건설이 법적으로 어떤 문제도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실제로 제주도 강정마을에 왔을 때 해군기지 건설이 본격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언론에서 자주 등장했던 구럼비 바위는 공사 현장의 펜스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공사 현장에는 용역과 경찰이 함께 시위자들을 감시하며 순찰을 돌고 있었다. 강정마을에 푸른 바다와 웅장한 한라산이 있고 맑은 밤하늘에 별들이 있는데 그 중간에 떡하니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이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안보 문제를 얘기 하며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치부하고 있지만 이런 천해의 자연환경에 꼭 이런 군사 시설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 대원들이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아침에는 불교의 100배, 점심에는 천주교의 미사, 오후에는 기독교의 기도회에 참석했다. 왜 집회를 하지 않고 종교 행사를 하는지 물어보니 경찰에서 공사장 앞에 집회는 모두 불법이라 규정하고 있단다. 하지만 종교 행사는 탄압할 수 없기 때문에 하고 있다고 했다.

바람대원 강정마을 공사 현장 근처 100배 참가 중
 바람대원 강정마을 공사 현장 근처 100배 참가 중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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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행사가 종교적 색체를 가져 매우 지루하거나 별 의미가 없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고 있었다. 불교의 100배는 한 배 한 배 할 때 마다 앰프에서 맑은 음악과 함께 경전의 한 마디와 같은 글귀를 말해주었다. 그 내용은 스스로의 성찰과 주변 사람들과의 평화 그리고 세상의 생명과 평화를 고귀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였지만 생명과 평화가 파괴되고 있는 현장에서는 그 말이 나의 가슴 속에 하나하나 꽂혔다.

미사와 기도회 같은 경우에는 공사장 출입구를 앞에서 진행했다. 미사에는 평화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에 언제나 앞장서서 활동하는 문규현 신분가 진행하였다. 미사와 기도회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중단시키는 힘을 만들었다. 때마침 그 시간에 공장의 트럭이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미사와 기도회로 중단되었던 것이다. 경찰은 지금 불법 집회를 하는 참가자들에게 경고의 방송을 하며 지금 당장 철수하라고 했다. 실랑이 끝에 미사가 마무리 되자 참가자들은 공사 현장에서 떠났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하고 그곳에 앉아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강정의 해군기지 건설을 잠시 중단시키는 힘을 만든 것이었다.

강정 마을 해군기지 건설 공사 현장 정문 앞 미사를 하고 있는 바람 대원
 강정 마을 해군기지 건설 공사 현장 정문 앞 미사를 하고 있는 바람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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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외국에서도 강정 평화를 위해 달려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1980년 광주 항쟁 당시 외신에 이 항쟁을 최초로 알렸던 기자가 있었다. 나이가 든 백발의 노인 분이었는데 지금도 한국의 평화에 관심이 많다며 강정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계신다고 했다. 역사책에나 접할 수 있는 분을 실제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한국의 사회 현실에 대해 잊지 않고 찾아 세계에 알리는 그의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밀양 송전탑 반대! 새로운 희망을 만든 20대 청년!

제주도 강정마을의 아쉬움을 뒤로한 체 바람 대원들은 7일 송전탑 문제로 한전과 씨름을 하고 있는 밀양으로 향했다. 나는 개인 사정이 있어서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함께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람 대원들은 그곳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냈다. 현재 밀양 송전탑 문제로 주민과 한전이 대립중인 상황이다. 송전탑 반대를 위해 농성하시다가 폭염에 응급실에 주민들이 실려 가기도 했고, 밀양 시청 앞에 천막을 설치해 몇몇 분이 단식을 진행 중 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은 공사를 강행했다. 근데 바람 대원들이 밀양에 온다고 하니 또 7일부터 11일까지는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밀양 뿐 만 아니라 앞서 SJM과 강정 등 20대 청년들과 함께 하면서 느낀 것은 이런 활동이 단순히 자신의 지식과 사회적 활동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의 문제에 대해 연대하는 것이 갖는 희망을 알게 되었다. 각자의 삶으로 흩어질 때는 절대 생길 수 없는 함께 모였을 때의 힘이 '연대'의 힘이다. 그것을 통해 생명과 평화가 파괴되는 한국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있었다.

20대 청년의 휴가 중 이들의 휴가가 특별하거나 대단하다고는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단 우리 사회에 잊혀 가는 가치를 기억하는, 새로운 삶의 관계를 만든 휴가라고 생각한다. 바람 참가자들은 또 대학과 회사 그리고 일상에 돌아가 SJM, 강정, 밀양에서 느낀 가치를 새롭게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 이들이 일상의 지루함과 폭력 앞에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게 박수를 부탁한다.

제주도 강정마을 평화를 위한 평화콘서트(8월 3일) 장소에서 바람 대원 단체 사진
 제주도 강정마을 평화를 위한 평화콘서트(8월 3일) 장소에서 바람 대원 단체 사진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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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정, #밀양 송전탑, #S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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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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