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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 마을 20분만에 후닥딱 봤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현대식 한옥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전주한옥 마을 20분만에 후닥딱 봤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현대식 한옥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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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웠습니다. 전주한옥은 적어도 이틀 이상 시간을 내 돌아봐야 하는데 20분 남짓 만에 후닥딱 했으니 말입니다. 한옥을 '겉맛'만 본 것입니다. 전주한옥마을만 아니라 한옥 한 채를 보는데도 어쩌면 하루 종일 걸릴 지 모릅니다. 그런데 700여 채가 되는 한옥마을을 20분 만에 보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듯합니다.

무너진 한옥....

"아빠 한옥이 어디 있어요?"
"한옥이 안 보여? 아빠는 보이는데."
"이것은 요즘 지은 한옥이잖아요. 그리고 저기 보세요. 한옥이 다 허물어졌어요."

하지만 20분 만에 본 한옥마을도 이곳저곳이 쇠락해가고 있었습니다. 현대식 한옥과 허물어진 한옥은 마음을 씁쓸하게 했고, 한켠을 짓눌렀습니다. 아이들 말은 정확했습니다.

허물어진 한옥. 쇠락해가는 한옥. 옛것을 대하는 우리 현실이었습니다.
 허물어진 한옥. 쇠락해가는 한옥. 옛것을 대하는 우리 현실이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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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분 만에 본 것을 전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소나무 한 그루가 죽었다고 숲 전체가 죽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언제간 시간이 되면 긴 시간을 들여 한옥마을 전체를 보고 싶었습니다.

아쉬움을 달래면서 발길을 돌렸는데 이상하게 생긴 자동차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스페어 타이어'가 차 앞에 있었습니다. 차 뒷편이나 트렁크 아래있는데 이 차는 앞쪽에 있었습니다.

"아빠 앞에 툭 튀어나온 이것은 무엇이예요?"
"응 타이어."
"타이어가 왜 여기 있어요?"
"아빠 차에도 있어. 타이아거 펑크나면 쓸 수 있도록 모든 차는 반드시 여분의 타이어를 가지고 있어야해."
"아빠 차에는 어디 있어요?"
"응 트렁크 아래에 보면 있어."


참 재미있게 생긴 자동차입니다. 스페어 타이어가 앞에 있습니다.
 참 재미있게 생긴 자동차입니다. 스페어 타이어가 앞에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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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천을 콘크리트로 만들었네

어떤 분이 실개천이 있다고 하기에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실개천은 콘크리트였습니다. 실개천은 살아있지만 이곳은 물만 흐를 뿐 살아있지 않았습니다. 실개천 앞에서 사진을 찍은 막둥이 얼굴도 씁쓸합니다. 이끼가 낀 모습을 보면서 실개천 '녹차라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한옥마을에 콘크리트 실개천을 만들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주한옥마을 '실개천' 앞에서 막둥이, 그런데 실개천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만든 작은 물길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주한옥마을 '실개천' 앞에서 막둥이, 그런데 실개천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만든 작은 물길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웠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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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도 굴러도 굴러가지 않는 굴렁쇠

이끼 낀 실개천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는데 막둥이 눈에 이상한 것이 띄었습니다. 바로 '굴렁쇠'였습니다. 처음보는 굴렁쇠를 굴려 보려고 했지만 안 됩니다. 보면 쉽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림없습니다.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자전거 타이어를 굴렁쇠로 만들어 다녔습니다. 누나가 보는 앞에서 굴렁쇠를 멋지게 굴러보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막둥이 굴렁쇠를 굴려보지만 안 됩니다.
 막둥이 굴렁쇠를 굴려보지만 안 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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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보는 앞에서 굴렁쇠를 멋지게 굴러보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누나가 보는 앞에서 굴렁쇠를 멋지게 굴러보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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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굴렁쇠 굴러 봤어요?"
"아빠는 굴러봤지."
"잘 굴러가지 않아요."
"당연하지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굉장히 어려운 곳이 굴렁쇠 굴리기야."

"체헌아 나도 한 번 굴러보자."
"누나는 더 못할거야."
"한 번 굴러보고 싶단 말이야."
"누나는 못한다니까. 아빠 그냥 가자."


막둥이 마음대로입니다. 굴러 보다가 안 되니까 가자고 합니다.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굴러도 굴러도 굴러가지 않는 굴렁쇠를 뒤로하고 한옥마을 관광을 끝냈습니다. 막둥이가 굴렁쇠를 구를 수 있는 그날이 올 때 무너진 한옥도 깔끔하게 복원되고, 콘크리트 실개천도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태그:#전주한옥마을, #굴렁쇠, #콘크리트실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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