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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는 깊다>에는 새벽 산사에서 스님들이 맞이하는 일상은 물론 평생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산사는 깊다>에는 새벽 산사에서 스님들이 맞이하는 일상은 물론 평생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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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들과는 달리 머리를 빡빡 깎고 살아가는 이유도 궁금하고, 많고 많은 옷들 중에서 항상 잿빛이 도는 헐렁한 옷만을 입고 다니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잠드는지도 궁금하고 하루 종일,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무슨 일, 어떤 것들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스님이 되는 과정도 궁금하고, 스님이 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거나 거쳐야 하는 일과도 궁금합니다. 절에서 듣게 되는 염불도 궁금하고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종소리에 담긴 의미도 궁급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스님 앞에 붙는 두세 글자의 '법명'이라는 것도 궁금하고, '총림'이니 '안거'니 하는 건 도대체 뭔지도 궁금하고 '대중공사'니 '용맹정진'이니 하는 건 또 뭔지도 궁금합니다.

스님들의 일과(日課), 스님들 세상에서만 통용되는 이런저런 용어와 그 용어에 담긴 의미, 스님들이 하는 역할에 따른 호칭, 평생을 수행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평생 동안 지켜야 하거나 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기회가 되면 가끔 물었습니다. "왜 스님이 되셨느냐"는 질문은 너무 개인적인 질문일 것 같아서 묻지 못하고 그때그때 생기는 궁금증을 물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주는 스님도 있었고, '뭘 그런 걸'이라는 표정으로 넘기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아도 될듯합니다. 이런 궁금증을 단박에 해소해줄 책이 나왔습니다. 갈증 정도로 궁금해하는 사람에겐 옹달샘 같은 해답이 담겨 있고, 후텁지근할 정도로 궁금해하는 사람에겐 솔바람이나 물결소리 같은 설명이 될 것입니다. 

깊은 산사에서 하루를 보내는 듯

<산사는 깊다> 표지
 <산사는 깊다> 표지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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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는 깊다>, 1970년 통도사에서 벽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4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구도자의 삶을 살고 계시는 지안스님이 쓰고 불광출판사에서 출판한 <산사는 깊다>는 이런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할 솔바람이 되고 옹달샘이 될 것입니다.

"왜 머리를 깎아야 스님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머리를 깎는 것을 ' 무명의 풀을 자른다'는 뜻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중국불교의 논문 선집이라 할 수 있는 당나라 도선(道宣) 율사의 <광홍명집>에는 삭발의 의미를 이렇게 밝혀 놓았다.

'삭발은 속세를 등지는 절차이다. 도를 닦으려는 자는 속세를 등지는 데 힘써야 한다. 속세를 등지려면 머리부터 깎아야 한다. 머리를 깎고 용모를 바꾸는 것은 고상하고 소박하게 살려는 데 뜻이 있다. 부모와 이별하고 애착의 껍질을 벗겨 성인(聖人)이 계신 곳으로 가 탐욕을 떨쳐 내고 소박한 마음이 되어 육신의 집착을 잊고 깨달음의 결과를 얻기 위하여 머리는 깎는 것이다.'" - <산사는 깊다> 117쪽

스님들이 머리를 깎는 이유입니다. 삭발을 하는 건 "속세를 등지는 절차이자 육신의 집착을 버리고 깨달음의 결과를 얻기 위하여"라고 합니다. 그냥 남다른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던 삭발에 이런 의미가 있고 결기가 서려 있음을 알겠습니다.

한평생을 스님으로 산 듯한 경험

스님들의 일상, 출가수행자의 삶과 세계를 34가지로 간추린 설명에는 구도자의 고단한 삶도 담겨 있고, 어떤 설명에는 산사의 고뇌가 아스라하게 그려집니다. 어떤 설명은 '피식~'  웃음을 나오게 하고, 어떤 설명은 자세를 고쳐 앉아야 할 만큼 진지하게 고매합니다.

스님들이 삭발을 하는 이유는 깊은 산사 만큼이나 깊습니다.
 스님들이 삭발을 하는 이유는 깊은 산사 만큼이나 깊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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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이틀 쯤 산사에 머무는 템플스테이보다 스님들의 하루, 스님들의 일상을 더 진지하게 지켜본 만큼이나 실감나는 설명입니다. 책에서 보고 배운 이야기, 누군가에게 듣거나 읽은 이야기를 쓴 게 아니라 저자인 지안스님이 몸소 겪은 일, 40여 년 동안 걸어온 구도자의 삶을 바탕으로 한 설명이기에 산사의 풍경은 생생하고 구도자의 하루하루는 실감납니다. 

"40여 년 전 통도사 강원에서 공부하던 어느 날, 점심 공양 후 대중공사가 시작되었다. 어간(御間 : 법당이나 큰방의 한복판)에 앉아 계시던 큰스님으로부터 엄한 질타의 말씀이 있었다. '세상에! 교조이신 부처님의 사진이 나와 있는 신문을 가지고 뒤 닦는 휴지로 쓰다니, 이게 도리 법한 일이냐?'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필시 강원에서 공부하는 학인들이 그랬을 것이라고 호되게 나무라셨다." - <산사는 깊다> 163쪽

직접민주주의로 운영되는 절집의 '대중공사'를 설명하고 있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뒤를 보고 부처님의 사진이 실린 신문으로 밑을 닦은 게 들통나 소위 집합을 당해 꾸중을 듣는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깊은 산사 만큼이나 스님들의 일상도 깊습니다.
 깊은 산사 만큼이나 스님들의 일상도 깊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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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가 없어 신문으로 밑을 닦던 시대적 상황이 연상되고, 매체에 실린 교조조차 숭고하게 받들던 스님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그려볼 수 있을 만큼 생동감 있는 설명입니다. 그 후, 호된 꾸중을 듣고 스님들은 무엇을 결정하고 행동하였는지도 현장을 보여주듯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임', '도량석', '종송', '염불', '출가', '삭발', '수계', '가사', '공양', '방생', '총림', '만행', '토굴', '우란불절', '시식', '축원', '시다림과 49재'….

스님들의 세상이라고 해서 정보의 바다로부터 예외는 아닙니다. 궁금해하는 웬만한 불교용어들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얻는 답들은 무감각한 일색입니다. 하지만 지안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출판의 <산사는 깊다>에서 읽을 수 있는 설명은 보고 있고 듣고 있는 것처럼 감각적이고 생생합니다.

산사의 하루는 짧고 구도자의 일생은 길겠지만 산사의 하루, 구도자의 일생을 간접으로나마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산사에서 하루를 보내는 듯, 스님으로 한 평생을 사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고 지식을 터득하고 싶다면 <산사는 깊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깊은 산사에서 구도의 삶을 살고 있는 출가수행자들의 일상과 평생은 더 깊고 자욱하지만 <산사는 깊다>를 통해서 들여다 보는 깊은 산사는 자욱했던 안개가 걷힌 또렷한 모습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산사는 깊다>┃지은이 지안 스님┃펴낸곳 불광출판사┃2012. 8. 6┃값 15,000원┃



산사는 깊다

지안 지음, 불광출판사(2012)


태그:#산사는 깊다, #지안 스님, #불광출판사, #삭발, #수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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