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불멸의 데뷔곡이자 대히트를 기록한 '새'를 통해 세상에 나온 이후부터 싸이는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아니 이 나라에서 보기 힘들다는 소위 '양스러움'(양아치스러움) 혹은 '돌아이'(?)로 통했다.

그 뒤 싸이의 바통을 이어 방송인 노홍철이 싸이가 이룩하지 못한 '양스러움' 혹은 '돌아이'를 대중 문화계에서 사랑받는 인기 캐릭터로 완성시켰지만,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이 배출한 최고의 '양스러움'은 싸이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결혼을 하고 남들은 한 번 가기도 싫은 군대를 무려 2번이나 다녀오면서 그는 어른스러움으로 어필한다. 물론 <강남스타일> 발매 이전에도 싸이는 여전히 보기만 해도 흥이 나고 에너지 넘치고 즐거운 '딴따라' 였다. 하지만 이제 나이도 어느 덧 30대 중반 줄에 한 집안의 가정이 된 싸이에게 과거 수준의 과감한 퍼포먼스와 가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로 보였다.


싸이여, 예전의 돌연변이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달라

그런데 싸이는 이런 예상과 편견을 깨트리고 오히려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새' 이상의 '양' 스러움이 묻어나는 <강남스타일>을 발표했다. 그것도 오늘날 빅뱅, 2ne1등 최정상급 아이돌을 배출한 YG엔터테인먼트로 옮긴 지 2년 만에 발매한 음반에서 낸 과시적인 성과다.

보통 YG엔터테인먼트 같이 사회적으로 메이저급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집단에 들어가면 자유분방했던 사람도 기존 조직의 틀에 맞게 그 집단이 원하는 인간상으로 억지 변화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이미 혼자서도 잘 해왔던 싸이에게 간섭 대신 딱 한마디 충고를 남겼다고 한다. "바로 예전의 싸이로 돌아가라"

과거 대중들이 싸이에게 열광했던 이유는 그의 자유분방함에 반했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적인 기성세대는 싸이의 가사와 퍼포먼스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으나, 젊은이들은 싸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에게 열광했다. 그런 그의 재치있는 퍼포먼스와 기발한 멜로디는 한국을 넘어 어느 덧 전 세계를 강타하는 중이다.

싸이가 이룩한 쾌거는 현재 K-POP의 주역인 아이돌이 아니라도 음악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를 보여준다.

비록 YG엔터테인먼트에 몸을 맡기고 있지만 확실히 싸이는 수년 동안 기획사에서 잘 닦여진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다. 대형 기획사의 트레이닝을 거쳐 예정된 스타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아이돌이 입시 명문 학고에서 배출된 엘리트라면, 싸이는 제도권 교육에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돌연변이 천재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유감...지원과 의지의 문제?

물론 싸이 못지않게 기발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도 더러 존재한다. 하지만 싸이처럼 집안이 부유하거나 그의 남다른 재능을 밀어줄 든든한 지원이 없다면 대부분은 '돌아이'로 낙인찍히거나 보통을 강조하는 이 사회에서 애써 그 재능을 묻혀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다행히 요즘 들어 남다른 재능을 가진 이들을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거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선 재능을 잘 가꿔주기보단 단발성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지만 말이다.

오늘날 대중의 감성을 읽어내어 자신의 '양스러움'과 결합시켜 히트곡을 내놓은 싸이의 '천재성'은 본인의 재능만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은 아니다. 제 아무리 집안이 부유하다하더라도 그의 재능과 열정을 인정한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이만큼까지 오진 못했을 것이다.

싸이의 성공 이후 대한민국 가요계에서는 제2의, 제3의 싸이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싸이는 10대 시절부터 기획사(혹은 입시 교육 시스템)에 의해 맞춤형 교육을 받게 하는 아이돌(혹은 엘리트) 육성 시스템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천재'다.

우리 주변엔 싸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능력 있는 젊은 친구들은 많다. 하지만 여전히 재능보다 배경, 연줄, 미모에 의해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막강한 사회 시스템은 이들에게 진입 자체를 막는 격이다. 싸이의 성공에 고무돼 있다면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제2의 싸이를 원한다면 지금의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바라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