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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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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용역깡패' 이야기는 입에 담기도 싫다고 했다. 2009년 민주노총 한국쓰리엠지회(한국쓰리엠노조)를 만든 이후 줄곧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에게 시달렸기 때문이다.

용역들은 회사 정문 앞을 지나는 여성 조합원들을 검사하며 "노조 조끼는 벗고 가라"며 윽박질렀다. 간혹 적극적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조합원을 식당 구석으로 불러 감금하고 때렸다. 폭력을 휘두르는 용역은 덤덤했다. "어차피 벌금은 너희 회사가 내주니 고소할 테면 하라"는 식이었다.

한국쓰리엠노조 수중에는 용역폭력 피해 영상이 없다. 조합원들이 용역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 두들겨 팼다. 증거인멸을 위해 들고 있던 기계를 부쉈다.

"이렇게 3년을 보내고 나면 남는 조합원이 없다. 다들 견디지 못한다. 처음엔 670여 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160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노조가 견뎌내고 있다는 것이 용할 정도다."

SJM·유성·한국쓰리엠 노조, 용역 피해 사실 털어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이 조합원들에게 던진 물품을 꺼내 당시 설명하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사측에서 동원한 용역이 조합원들에게 던진 물품을 꺼내 당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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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서 한국쓰리엠노조 지회장은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피해자 증언대회-용역폭력의 실체를 말한다'에서 지난 3년간 노조활동을 하며 겪은 용역폭력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기본적인 노동쟁의 활동을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 못 하겠다"며 "다른 사업장도 똑같다, 노조 활동을 하면 용역에게 두들겨 맞고 정당한 활동을 방해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박 지회장은 또 "우리가 호소할 때 언론과 정치권이 용역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면 최근 일어난 SJM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회가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은수미·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주관한 이날 증언대회에는 SJM·유성기업 노조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SJM노조 조합원 42명은 지난달 27일 사측이 고용한 용역경비업체 '컨텍터스' 직원들의 폭력에 부상을 입었다. 유성기업 노조도 지난해 5~6월 용역경비업체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참가자들은 2011년 유성기업을 시작으로 최근 SJM으로 이어지는 용역경비업체의 무자비한 폭력실태를 고발했다. 당시 피해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운데가 찢겨 너덜너덜해진 윗입술, 한가운데가 움푹 팬 정수리, 피가 흥건하게 고인 바닥들은 용역폭력의 심각성을 증명했다.  

이날 증언에 나선 김삼부씨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SJM지회(SJM노조) 조합원이다. 그는 자동차부품업체 SJM에서 조립 일을 해왔다. 주간연속 2교대제에 따라 오후 근무를 했던 김씨는 퇴근길에 용역들이 새벽에 공장으로 들어올 것이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믿지 않았다. 특별한 노사갈등이 없이 원만하게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믿음은 사실이 아니었다. 김씨는 회사 앞에 선 5대의 관광버스에서 검은 옷으로 무장한 용역들이 내리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았다.  

"공장 안에 들어온 용역들에게 '퇴각할 테니 때리지 말라'고 했다. 그랬는데도 용역들은 우리를 무차별 때렸다. 머리, 목, 가슴, 광대뼈를 때렸다. 광대뼈는 골절됐고 왼쪽 갈비뼈에는 금이 갔다. 들어보니 그날 경찰이 용역들과 악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더라. 용역과 회사, 경찰까지 합작해 노동조합 깨려는 게 법치국가에서 가능한가."

전문가들 "기업-용역경비업체-경찰 연결고리 끊어야"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를 주최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피해실태를 들으며 분노의 눈물을 훔치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를 주최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이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의 피해실태를 들으며 분노의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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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한기 민주노총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아무런 잘못 없이 용역에게 맞아야 했고, 동료들이 차에 치여 도로가에 이리저리 떨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심지어 가족이 함께한 집회에서도 어린아이를 향해 돌을 던졌다"고 증언했다.

증언대회에 함께한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무자비한 폭력의 실상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용역폭력사태를 만든 기업-용역경비업체-경찰의 연결고리를 끊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회사 뒤에는 창조컨설팅 같은 전문업체들이 존재해 사측과 공조하고 있고, 경찰과 고용노동부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며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이들은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 이전부터 노조를 파귀하기 위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폭력의 사슬을 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현행 경비업법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등을 위반했다"며 "현행법으로 용역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언대회를 주최한 두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자 민주통합당 용역폭력진상조사단 소속이다. 이들은 이날 증언을 토대로 국회 차원의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은수미 의원은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서 SJM문제 및 다른 사업장 부당해고 등의 문제에 대해 어떤 식이라도 책임을 묻겠다, 필요하다면 직접 진상조사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덜 민주화된 곳이 노동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19대 국회에서 국정조사단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박근혜 의원실 방문했지만...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며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SJM과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용역폭력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의 실태를 토로하며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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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증언대회에 앞서 김정우 민주노총 쌍용차 지부장 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3명은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과 면담하기 위해 의원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의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정우 민주노총 쌍용차 지부장이 의원실에 직접 전화를 걸었더니 박 후보 대선캠프로 연결됐다. 그는 대선캠프 직원에게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서 22명의 희생자를 낳은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그:#용역폭력, #SJM,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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