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막내' 이대훈이 태권도 '매달 행진'에 시동을 걸었다.

이대훈은 9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제1 사우스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스페인의 조엘 곤잘레스 보니야에게 8–17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대훈은 최연소 그랜드슬램(올림픽·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상심할 필요는 없다. 그의 나이는 이제 만 20세. 게다가 한국이 자랑하는 '메달밭' 태권도 종목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이다.

만 18세에 아시아, 19세에 세계를 정복한 '무서운 아이'

 한국 태권도의 '무서운 아이' 이대훈(왼쪽)은 9일(이하 한국시각) 런던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스페인의 조엘 곤잘레스 보니야에게 8?17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태권도의 '무서운 아이' 이대훈(왼쪽)은 9일(이하 한국시각) 런던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스페인의 조엘 곤잘레스 보니야에게 8?17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태권도에는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지만 종주국인 한국은 4개 종목(남자2·여자2)에만 출전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단 두 자리밖에 없는 남자 종목에서 -68kg급과 +80kg급에 선수를 출전시켰다.

하지만 한국 태권도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변화를 단행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태진의 올림픽 2연패를 기대할 수 있는 -68kg급 대신 한 번도 올림픽 무대에 나가본 적이 없는 -58kg급에 선수를 출전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훈남 태권소년' 이대훈이 있기 때문이다.

이대훈은 한성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0년, -63kg급에 혜성처럼 등장해 선배들을 제치고 단숨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차례로 정복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올림픽에는 이대훈의 체급인 -63kg급이 없던 것이다. 결국 이대훈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5kg을 더 감량해 -58kg급으로 체급 변경을 단행했다. 검증된 체급을 포기해야 했던 한국 태권도에도, 무리하게 감량을 해야 하는 이대훈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182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이대훈이 -58kg급에 출전한다면 신장에 대한 더 많은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감량에 따른 근력의 저하와 체력 관리는 이대훈이 훈련을 통해 스스로 극복할 문제였다. 결국 이대훈은 더 많은 훈련량으로 올림픽을 준비했고, 지난 5월 아시아 선수권 우승을 통해 빠른 적응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체급 하향 1년 만에 달성한 올림픽 은메달의 업적

 체급 하향 1년 만에 은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왼쪽) 선수. 그에게 큰 부담을 안길 필요는 없다. 그가 태극기를 달고 세계 대회에 나갈 날은 아직도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체급 하향 1년 만에 은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왼쪽) 선수. 그에게 큰 부담을 안길 필요는 없다. 그가 태극기를 달고 세계 대회에 나갈 날은 아직도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63kg급에서는 세계 정상급이었지만 -58kg급에서는 실적을 쌓을 기회가 부족했던 이대훈은 세계랭킹을 11위까지밖에 끌어 올리지 못했다. 결국 시드를 받지 못한 이대훈은 1회전부터 세계랭킹 3위의 강자 펜 엑 카라켓(태국)을 만났다.

이대훈은 재빠른 몸놀림의 카라켓을 상대로 점수를 주고받는 접전을 벌이다가 연장전에서 몸통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극적으로 8강에 올랐다. 준준결승에서도 이대훈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됐다.

8강에서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이집트의 바유미 타메르를 만난 이대훈은 1라운드에서 머리 공격을 허용하며 1-5로 뒤졌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정확한 안면차기로 3점을 따냈고, 연장 라운드에서 왼발 돌려차기를 성공시키며 준결승에 올랐다.

4강에서는 러시아의 신예 알렉세이 데니센코를 맞아 2라운드까지 4-0으로 앞서 갔지만 3라운드에 연속실점을 허용하면서 7-6으로 간신히 승리했다. 1회전부터 준결승까지 3경기 연속 1점 차 승리의 가슴 졸이는 승부였다.

이대훈은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는 스페인의 조엘 곤잘레스 보니야를 상대했다. 그는 -58kg급에서 뛰면서도 185cm의 장신을 자랑하는 선수다. 곤잘레스는 경기 초반 몸통 공격으로 선취점을 얻었고 이어진 머리 공격으로 3점을 추가했다.

이대훈 역시 몸통 공격을 위주로 2점을 만회하며 1회전을 2-5로 마쳤다. 2라운드에서도 이대훈은 적극적인 공세로 경고를 얻어내 1점을 추가했지만 2라운드 막판 곤잘레스에게 연속으로 돌려차기를 허용하며 4-8로 뒤진 채로 2라운드를 마쳤다.

이대훈은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곤잘레스에게 머리 공격을 허용하면서 8-17로 경기를 마치고 말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곤잘레스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말린 아쉬운 승부였다.

사실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이유로 '출전 체급은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세 번의 올림픽에서 한국이 전 체급 싹쓸이에 성공한 적은 베이징 올림픽이 유일했다.

물론 금메달을 땄으면 더욱 좋았을 것. 하지만 이대훈에게 큰 짐이나 부담을 줄 필요는 없다. 이대훈은 대부분의 운동선수는 참가조차 어렵다는 올림픽에 만 20세의 어린 나이로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런던 올림픽 태권도 `이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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