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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에서 매년 개최하는 청년인권학교
 인권연대에서 매년 개최하는 청년인권학교
ⓒ 대전충남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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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아이의 입학선물로 한 출판사에서 펴낸 선행학습 교재 3권과 국어사전을 사줬다. 아이에게는 선물이라고 말은 했지만, 아빠의 검은 마음은 '아가야 이 정도 문제집은 풀고 입학 해야지'라는, 경쟁에 대한 아빠의 불안 심리를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나 처음 학교를 보낸 초보 학부모의 입장은 더 혼란스럽다. 학교 또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사회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 누리집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대부분 학급 누리집을 보는 편이다. 내가 누리집에 접속한 날, 학급 누리집에는 '학교규칙 및 학교생활규정 개정안'이 공고돼 있었다. 여기서 내가 관심있는 부분을 소개할까 한다.

제17조 [소지품 검사] 교육목적상 필요한 경우 소지품 검사를 실시한다.
1.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학내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소지품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2. 1항에 따른 소지품의 검사는 담임교사 또는 생활지도 담당교사가 실시한다.

제25조 [통신기기 관리] 교내에서는 다음 각 호와 같은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1. 학교에서는 휴대폰의 소지는 허용하되 정규교육과정 시간에는 사용을 제한한다.
2. 소지한 경우에는 조례시간에 담임교사에게 맡기고 종례시간에 찾아가게 한다.
3. 긴급한 상황연락 등 불가피하게 휴대폰을 사용해야할 경우에는 사전에 담임교사에게 허락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위 내용은 지난 번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 의견을 취합한 것이었다. 당시 나와 아내는 이 내용에 대해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듯했다.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이라는 측면과 아이들의 자발성과 사생활이라는 측면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신껏 의견을 적어서 냈지만 여전히 사람사는 교육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아이의 경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3월 한 달 동안은 '우리들은 1학년'이라는 교과서를 배우게 된다. 교과서의 내용은 학교생활, 생활습관, 교우관계에 관한 내용들이다. 낯선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필요한 학습과정이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지켜야 되는 의무와 더불어 아이들의 누려야 되는 권리에 대해서도 학습이 필요하다.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해하기 쉬운 아이들의 권리를 담은 것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이하 권리협약)'이다. 개정된 학교생활규정에 대해 권리협약(그림으로 보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적용해 보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결정할 때에는 아이들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12조), "우리는 사생활을 간섭받지 않아야 하고... 우리가 주고받는 전화나 메일 등을 다른 사람이 맘대로 보아서도 안되고..."(16조), "우리가 교육받는 것은 우리의 인격과 재능,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마음껏 개발하기 위해서... 우리의 교육을 통해 인권과 자유, 이해와 평화의 정신을 배우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방법, 자연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29조)

물론 학교생활규정을 공고하기까지 아이들의 의견, 학부모의 의견, 선생님들의 의견 등 민주적인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의 행복이고, 이 아이들이 기성세대가 됐을 때 자기가 누렸던 권리, 자존감, 행복감을 지켜내는 것이다.

지난 7월 23일 치 <한국일보> 사회면에는 이런 내용의 기사가 있었다.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김대중 정부 1년 차인 1998년 10만 명 당 9.58명에 달했지만, 꾸준히 감소해 2001년 5.71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6.17~9.2명 사이를 오갔으나 이명박 정부 집권 1년차인 2008년 9.4명으로 다시 늘었고, 2010년 10.92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7월호에 게재한 보고서)"

이 통계가 사회의 한 구성으로서 마음이 쓰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지만, 이 공포를 벗어나는 길은 아이들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고 권리를 말할 수 있도록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우선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전충남인권연대의 뉴스레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동인권, #유엔아동권리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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