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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총선 직전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친박 핵심인 현기환 전 의원(공천위원)에게 공천 대가로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지사,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태호 의원 등 비박 주자들이 박근혜 의원을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어림없다는 태도다. 5일 오후 6시 5분부터 서울 여의도 당사에 모인 황우여 대표,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 김문수·김태호·박근혜·안상수·임태희 대선경선 후보 등 '5+2 연석회의'에서 "내가 책임을 질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자신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터진 사건인데도 책임없다고 강변하는 모습 속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더 황당한 것은 검찰 수사 결과 현기환 전 의원을 돈을 받았다고 해도, 황우여 대표가 책임지기로 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렇게 정리했다고 해도, 언론은 달라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천과 관련해 어떤 불법이 발생한다면 즉각 후보 자격을 박탈할 것", "공천이야말로 정치 쇄신의 첫 단추", "쇄신 작업을 용(龍)이라고 한다면 공천 작업은 마지막 눈동자를 그려 넣는 화룡점정","'4·11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천 테마는 철저히 국민의 뜻과 눈높이에 따르는 공천을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이런 발언 효과로 새누리당은 151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 '공천헌금'이 오갔다 의혹을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 별개로 언론이라면 집중 취재를 해 검찰이 밝힐 수 없는 부분을 찾아내 진실 보도에 힘써야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보면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력보다는 '박근혜 구하기'에 나섰다. <조선>은 6일자 3면에서 공천헌금을 받았다 대상사로 지목된 수가를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과 중간 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씨(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해명을 적극보도했다.

조선일보는 6일자 3면 <정씨(제보자 정동근) "조씨(중간브로커 조기문), 玄(현기환 前의원)과 문자메시지"… 현기환이 제출한 통화기록엔 없어> 제목 기사
 조선일보는 6일자 3면 <정씨(제보자 정동근) "조씨(중간브로커 조기문), 玄(현기환 前의원)과 문자메시지"… 현기환이 제출한 통화기록엔 없어> 제목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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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씨(제보자 정동근) "조씨(중간브로커 조기문), 玄(현기환 前의원)과 문자메시지"… 현기환이 제출한 통화기록엔 없어> 제목 기사에서 제보자 정아무개씨(현영희 의원의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 조기문씨가 자신에게 "'현기환/알았습니다'란 문자메시지를 받아 보여줬다"고 진술 한 것에 대해 현 전 의원 해명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하지만 현기환 전 의원이 검찰에 제출한 자신의 휴대전화의 3월 15일 통화내역에 따르면 현 전 의원이 조씨와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 현 전 의원이 대포폰을 썼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 전 의원은 "10여년간 다른 휴대전화를 쓴 일이 없다"고 했다.

<조선>은 같은 기사에서 현 전 의원 통화기록 목록까지 친절하게 실었다. 또 공천헌금 3억원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 결과 현 의원 남편이 몇 차례 계좌에서 꺼낸 돈은 3억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현영희 의원은 '나는 50만원 이상은 인출하지 않고, 남편의 법인 돈은 쓰지 않는다' 당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거액 인출→쇼핑백에 3억원 전달'이라는 상황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마디로 공천헌금 3억원 전달은 성립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선관위가 CCTV 장면을 확보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반박했다.

선관위가 확보한 CCTV는 현 의원의 자원봉사자들이 돈을 받고 자기들 통장에 입금하는 장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선 문제의 CCTV는 현 의원의 선거법 위반과 관련이 있으나 엄밀히 말해 '3억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3억원을 5만원권으로 수직으로 쌓아올릴 경우 높이는 66㎝, 무게는 6㎏ 정도다. 정씨는 문제의 쇼핑백 사진을 선관위에 제출했다고 했다. 하지만 현금 3억원이란 액수를 서울역 식당과 같은 장소에서 주고받을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그런데 <한국일보> 보도는 다르다. 이 신문은 6일< 검찰, 현영희 의원 계좌 억대 뭉칫돈 인출 확인> 제목 기사에서 "검찰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현 의원 관련 계좌에서 억대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 사용처 규명 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또 <"난 그날 부산 횟집에서 저녁 먹어… 사용한 카드 영수증 다 갖고 있다"> 제목 기사에서 조 전 홍보위원장 전화 통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은 기사에서 조씨는 "현영희 의원의 비서였던 정동근씨가 지난 3월 15일 서울역에서 나를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나는 부산에 있었다"면서 "당일 점심을 부산 서면 롯데호텔 부근의 한정식집에서 먹었고, 오후 4시 30분쯤에는 롯데호텔에서 건설업체 관계자를 만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6일자 3면 <"난 그날 부산 횟집에서 저녁 먹어… 사용한 카드 영수증 다 갖고 있다"> 제목 기사에서  돈 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홍보위원장 해명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 6일자 3면 <"난 그날 부산 횟집에서 저녁 먹어… 사용한 카드 영수증 다 갖고 있다"> 제목 기사에서 돈 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홍보위원장 해명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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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저녁 식사는 온천장에 있는 횟집에서 먹었다. 카드 영수증도 모두 갖고 있다"면서 "그날 정씨를 만난 적이 없고, 내가 조사받으러 (검찰에) 들어가면 바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만약 그렇다면 카드 영수증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도 <조선>은 확인을 시도하거나 했다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사설도 마찬자기다. 6일자 <박근혜, 경선 거부 파문을 大변화의 계기 삼아야> 제목 사설에서 경선 중단 압박과 황우여 대표 사퇴 등을 요구한 비박 후보들을 오히려 비판했다. 사설은 "대선 경선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인과(因果)관계의 앞과 뒤를 혼동한 일이었다"며 "더구나 비박 후보들이 경선에 출마하면서 이번에 자신의 정치 인생을 결판내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주 앞으로 다가온 경선(8월 20일)을 파장(罷場)으로 몰고 가 새누리당 전체 운명에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차기 또는 차차기의 무대를 구상하는 개인적 정치 설계에도 도움이 될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선 중단 요구는 비박 주자들 정치 인생을 결판내는 일이라는 은근한 압박이다.

물론 사설은 "박 후보 진영은 이번 경선 거부 파문을 그동안 박 후보 주변에서 함부로 거론하지 못했던 '박근혜 문제'를 대담하게 꺼내놓고 현명하게 극복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지 책임지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라거나. "내가 책임을 질 일이 없다"고 선언한 것을 비판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일보>의 박근혜 구하기가 참으로 눈물겨운 이유다.


태그:#박근혜, #공천헌금, #조선일보, #현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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