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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인 김문수·김태호·안상수·임태희 등 비박 주자 4인이 3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4·11 총선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황 대표가 4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인 김문수·김태호·안상수·임태희 등 비박 주자 4인이 3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4·11 총선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황 대표가 4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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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의 독주로 침체일로였던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공천헌금' 쓰나미에 휩쓸리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비박근혜 후보들이 '중대한 결심'이라는 막판 카드를 꺼내들면서 경선 판 자체가 흔들리는 양상이다.

김문수·김태호·안상수·임태희 등 비박 주자 4인은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 황우여 당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4일까지 황 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비박 주자들이 말하는 '중대한 결심'이 무엇인지와 함께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박근혜 의원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황우여 대표에게 화살을 돌린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천헌금'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높은 박 의원을 직접 겨냥해 역풍을 초래하기 보다는 현 지도부에게 책임을 물어 박 의원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과 함께 현 경선 판 자체를 흔들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정 계파 위주의 편파·불공정·비리 공천이 있었다면 이는 특정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거인단이 구성된 원천적 불공정 (대선) 경선을 의미한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박근혜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선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근혜, 최종 책임지고 후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4.11총선 당시 거액의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이 3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해명한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4.11총선 당시 거액의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이 3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해명한뒤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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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당시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현영희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대가로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 원의 공천헌금을 건넸다는 게 검찰에 제출된 선관위의 수사 의뢰서 내용이다. '친박계 신실세'로 불리던 현 전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이었다. '쇄신'을 내걸며 직접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박근혜 의원이 공천헌금 파동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수시로 "공천과 관련해 어떤 불법도 있어서는 안 되며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즉각 후보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며 "공천이야말로 정치 쇄신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비박계를 중심으로 "특정 계파가 공천을 주무른다"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 4월 문대성·김형태 의원이 탈당했을 때도 '특정 계파'의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이들의 박사학위 논문표절과 '제수 성추행' 논란을 각각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실세 인사들이 압력을 넣어 공천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앞서 수도권 친이(명박)계 인사들의 대거 낙천으로 인해 '불공정·밀실공천'이라는 반발을 낳았다.

때문에 총선 이후 잠복해 있던 당내 계파갈등의 불씨가 '공천헌금' 파동으로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비박주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 공천 의혹 외에도 지역구 공천에서도 경쟁력 있는 비박계 의원들이 컷오프라는 미명 아래 대거 공천에서 탈락됐다"며 4·11 총선 공천 전반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당시에도 여론조사 자료 조작 등 불공정 공천 의혹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여론조사 자료도 모두 공개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면서 "총선 당시 많은 공천 부정 의혹이 제기됐던 만큼 이에 대해서도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지사 측 한 관계자는 3일 "이런 상황에선 경선이 제대로 치러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경선 그 자체보다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며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측 한 관계자는 "현기환 전 의원은 박근혜 의원측 핵심 인물"이라며 "4·11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 후보 면접시간에 노골적으로 친박계 후보들에게만 좋은 평가를 내리는 등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캠프의 최종 입장을 조율 중이지만, 박근혜 의원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고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전했다.

"박근혜 직접 겨냥 부담... 새 지도부 구성해야"

그러나 비박주자들은 '공천헌금' 사태를 포함해 불공정 공천 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을 두고 고심했다. 이날 오전 각 후보 대리인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4인의 후보가 점심 회동을 통해 총의를 모았다.

김태호 의원측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공천헌금' 문제에 대한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경선 일정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의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팩트가 별로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의원을 직접 겨냥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비박주자들은 박근혜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박근혜 체제로 구성된 현 지도부를 물러나게 하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박근혜 의원의 사과'가 아니라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김문수 지사의 대변인인 김동성 의원은 "'황우여 사퇴'안은 김태호 의원이 제안했다"며 "같은 후보라서 (박근혜 의원을) 직접 겨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4·11 총선 당시 비대위원 가운데 (박 의원) 다음으로 선임이 황우여 대표였다"며 "누군가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황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비박 대선주자 4인이 공천헌금 파문의 책임을 지고 황우여 대표가 사퇴할 것을 요구한 3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중인 황 대표가 잠시 복도에 나와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새누리당 비박 대선주자 4인이 공천헌금 파문의 책임을 지고 황우여 대표가 사퇴할 것을 요구한 3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중인 황 대표가 잠시 복도에 나와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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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이번 '공천헌금' 파문을 검찰에 맡긴 채 질질 끌면 대선을 앞두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만큼, 현 지도부로 이 위기를 수습하거나 돌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 캠프의 관계자는 "우리는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설령 다시 친박계가 잡는다고 해도 새 지도부가 들어서는 게 맞고, 그에 따라 경선관리 및 일정을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박주자들이 박근혜 의원에 대한 포문을 닫아놓은 것은 아니다. 일단 황우여 대표가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즉각 사퇴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이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사이 검찰이나 선관위에서 새로운 팩트가 나올 경우 곧바로 박 의원을 겨냥해 일제히 공세를 펴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이대로는 경선을 할 수가 없다"면서도 당장 3일 오후 11시 <한국방송>에서 열리는 후보자 토론회 등의 일정을 거부하지 않고 참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날 TV 토론회는 '후보검증'의 자리가 되기보다는 '공천헌금' 파동과 관련 박근혜 의원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당 대표 사퇴', '중대한 결심'으로 무장한 비박후보들의 총공세에 박근혜 의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박 의원측 대변인인 이상일 의원은 비박주자 4인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네 분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검찰이 막 수사에 착수해 결론도 내리 않은 상황에서 그런 요구를 한 진의가 무엇인지, 과연 진정으로 당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지난 4·11 총선에서 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박근혜 예비후보 캠프 건물 벽에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지난 4·11 총선에서 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박근혜 예비후보 캠프 건물 벽에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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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천헌금, #박근혜, #비박후보, #새누리당 경선, #4.11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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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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