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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봉에서 내려다 본 삼불봉이 우뚝 솟아 있다
▲ 삼불봉 관음봉에서 내려다 본 삼불봉이 우뚝 솟아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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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의 뜨거운 열기 때문일까? 전국이 살인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방안의 온도는 오전인데도 30도를 넘고 있다. 아무것도 손에 잡을 수 없다. 밤새 보던 올림픽 중계도 가만히 지켜 볼 수 없다.

이렇게 숨이 막히는 날은 무엇을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을 하다 산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은 너무 더워 위험하다고 만류를 한다. 그러나 산그늘이 있고 시원한 계곡이 있는 산속만큼 훌륭한 피서지가 없다. 또 산꼭대기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어떤가! 상상만 해도 즐겁다.

8월 1일 조그만 가방에 물 한 병과 간단한 과일을 넣고 계룡산을 찾아 나섰다. 계룡산은 "주봉인 천황봉에서 쌀개봉, 삼불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흡사 닭 벼슬을 한 용의 형상이라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계룡산은 찜통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편안히 사람들을 맞고 있다. 입구부터 푸른 숲과 시원한 계곡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동학사로 향하는 숲길로 들어서자 이미 찌는 더위는 저만치 물러선다.

길을 따라 이어지는 시원한 계곡물에 마음을 빼앗기고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동학사에 이른다. 은은한 불경소리가 동학사 경내의 정숙한 분위기로 빠져들게 한다. 대웅전 마당에는 나무그늘에 앉아 휴식을 하는 사람과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을 만나는 사람 그리고 스님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들로 평화가 가득 묻어 있다.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 동학사에 사람들이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동학사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 동학사에 사람들이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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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를 뒤로 하고 관음봉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신선이 숨어 놀았다는 은선 폭포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숲길은 한적하다. 산길을 걸어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다만 흙길이 아닌 돌계단이 발에 부담을 줄 뿐이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맑은 산 빛은 숲속을 걷는 나에게 좋은 길벗이 돼 준다. 오월의 신록처럼 푸른 물감이 산길에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길가에 쉼터처럼 생긴 작은 바위에 걸터 앉아 한참 숲속을 바라보았다. 살랑살랑 불어대는 계곡 풍은 숲속을 마구 흔들어 놓으며 그곳에 앉아 있는 나의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식혀준다. 바람이 불자 나뭇잎은 기분 좋게 몸을 흔들어대고 산 빛과 숨박꼭질하며 한편의 파노라마를 연출해낸다.

관음봉으로 가는 길에 맑은 산빛이 쏟아지고 있다
▲ 숲속 관음봉으로 가는 길에 맑은 산빛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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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숲속 풍경이 싱그럽기만 하다
▲ 여름 숲 여름 숲속 풍경이 싱그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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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잊게 만드는 산 아래 '시원한 풍경'

은선 폭포 전망대로 올랐다. 폭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가뭄으로 인해 수량이 너무 적다. 폭포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하다. 신선이 놀다가 그냥 간 모양이다. 은선 폭포를 지나자 곧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모난 돌무더기 길을 밟으며 산 능선에 올라섰다. 나무 계단이 부드럽게 관음봉으로 안내 한다. 시원한 바람이 휙 불어오고 관음봉 전망대가 그림처럼 나타난다.

관음봉으로 올라섰다. 내내 따라오던 더위는 어디로 도망가고 시원한 산 아래 풍경이 펼쳐진다. 지나온 동학사가 멀리 계곡 속에 갇혀 있고 대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삼불봉은 멋진 모습으로 창공에 우뚝 솟아 계룡산의 절경을 보여준다. 천황봉, 연천봉까지 모두 바라 볼  수 있는 관음봉은 무더위를 잊고 계룡산 전체를 조망하기에 그만이다. 오늘 따라 푸른 하늘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어 계룡산의 풍경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무한한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산중에서 "계룡산은 사람들에게 가장 편한 함을 주는 명산"이라 한다. 그래서 많은 도인들이 이곳을 찾는지도 모른다. 숲과 바위가 적절히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평범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아 보인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르면 무거운 마음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마음 편히 산에 푹 안길 수 있을 것  같다.

관음봉에서 자연성능을 타고 삼불봉으로 내려간다. 세 개의 봉우리로 된 산의 형상이 마치 세 부처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삼불봉이라 불린다고 한다. 능선길이 제법 날이 서 있다.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그 능선길에는 생각지 않은 잠자리가 나타나서 산 친구가 되어 준다. 고추잠자리다. 바위 길에 앉아 길을 잘 내주지 않는다. 천천히 쉬엄쉬엄 가라는 눈치다. 삼불봉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막힘없이 시원스럽다.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도 숨지 못하고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관음봉에서 바라본 천황봉이 푸른 숲을 자랑하고 있다
▲ 천황봉 관음봉에서 바라본 천황봉이 푸른 숲을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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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벼랑에 소나무가 곡예하듯 서 있다
▲ 소나무 바위 벼랑에 소나무가 곡예하듯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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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진 삼불봉에는 소나무들이 주인인 양 뽐내고 서 있다. 흙 한 점 없는 바위틈에 마치 곡예하듯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가히 절경이다. 그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산바람을 맞으니 어떤 피서지가 부럽지 않다. 물 한잔 마시고 계룡의 선경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신선이 된 듯 마음은 계룡산을 훨훨 날고 있다.

삼불봉을 내려오자 남매탑에서 그윽한 불경소리가 들려온다. 마음에 평화가 가득 밀려오는 것 같다. 어느덧 하산길이 되고 보니 마음은 부처와 동행하는 것 같다. 불경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려온다. 불경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 깊이 와 닿는다. 남매탑 절 마당에서 불경소리에 취해 한참 마음 수양을 하고 나니 절마당에 심어 놓은 붉은 상추가 시장기를 자극한다. 보리밥 한 수저에 막 된장을 넣어 한 쌈 입에 넣고 싶은 간절함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남매탑을 지나 동학사로 하산하는 길이 참으로 평화롭다. 오래 걸어 다리가 조금은 팍팍하지만 부모님이 계신 고향길을 찾아 걷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산은 정말 사람들에게 모름지기 많은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에도 산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아낌없이 주고 있으니 말이다.


태그:#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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