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라디오헤드는 130여 분의 열띤 공연을 선사했다. 물론 그들이 선물한 것은 이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땀 냄새와 허리 통증까지. 그래도 관객들은 "라디오헤드니까"라는 한마디와 함께 모든 것을 감수했다. 

28일 오후 경기도 이천 지산포레스트 리조트. 서울에서 불과 60km 떨어진 곳이지만 일찍부터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바로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2012>가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톨게이트를 지나 리조트까지 들어오는 길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려서야 공연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2012> 무대에 선 들국화 전인권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2012> 무대에 선 들국화 전인권 ⓒ CJ E&M


 25년 만에 재결성한 들국화는 27일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2012> 그린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쳤다.

25년 만에 재결성한 들국화는 27일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2012> 그린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쳤다. ⓒ CJ E&M


오후 8시 30분. 헤드라이너인 라디오헤드가 등장하기 1시간 전이다. 그린스테이지에서는 25년 만에 재결성한 '형님들' 들국화(주찬권 전인권 최성원)가 노래하고 있었다. 맥주 한 잔을 들고 그린스테이지로 향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외치는 전인권의 목소리는 가슴을 울렸다. '사노라면'과 '제주도의 푸른 밤'도 이어졌다.

관객들을 "그대들"이라고 칭하며 "나이 먹는 것도 그리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막상 (나이) 먹어보니 좋다"고 미소 짓는, "죽다 살아온" 보컬 전인권과 그를 든든히 받쳐주는 주찬권, 최성원에게서는 연륜과 정이 느껴졌다.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뮤지션과 관객은 하나가 됐다.

 27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12' 첫날을 장식한 라디오헤드.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2012> 첫날인 27일 헤드라이너 라디오헤드. ⓒ CJ E&M


 27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12' 첫날을 장식한 라디오헤드. 보컬 톰 요크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27일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2012> 첫날을 장식한 라디오헤드. 보컬 톰 요크가 노래하고 있다. ⓒ CJ E&M


그로부터 1시간 후인 오후 9시 30분. 드디어 그들이 왔다. 첫날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2012>를 찾은 관객은 무려 3만 5천 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디오헤드가 자리한 빅탑스테이지 앞에 모였다. 음악과 영상, 조명이 하나 된 무대가 펼쳐졌다. 스크린은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각 멤버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비췄다. 

'L0TUS FLOWERS(로터스 플라워)'를 시작으로 'PYRAMID SONG(피라미드 송)' 'THERE THERE(데어 데어)' 'KARMA POLICE(카르마 폴리스)' 등을 쉼 없이 부른 라디오헤드는 한국 팬에게 신곡 'IDENTIKIT (아이덴티킷)까지 들려줬다. 몸은 일찍부터 저절로 움직이고, 땀은 비 오듯 쏟아졌다. 이따금 부는 바람만이 빽빽하게 선 관객의 땀을 잠시 식혀줄 뿐이었다.

예정된 90분의 공연 뒤에 이어진 앙코르는 2부였다. 무려 40분 동안 이어졌기 때문이다. 라디오헤드는 첫날 공연의 헤드라이너였지만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2012>에서 사실상 단독 내한공연을 펼친 셈이었다. 다리가 점점 부어왔지만 음악에 저절로 반응하는 몸을 멈출 수는 없었다. 결국 모든 앙코르곡이 끝나고서야 스테이지를 빠져 나왔다.

3년을 미루다 처음으로 찾은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은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찾을만한, 매력적인 곳이었다. 다만 다음 해의 라인업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록페스티벌을 찾는 관객들을 위해서는 교통난과 주차난 등을 해소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주차한 차를 찾아가는 길에 배수로에 빠져 119 신세를 지게 된 이도 있었으니 말이다. 기자도 이날 톨게이트까지 나오는데 50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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