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추적자>(SBS)가 22.6%(AGB닐슨)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경유착과 시대의 그늘을 신랄하게 보여줬던 추적자가 떠난 자리를 꿰찬 드라마는 <골든타임>(MBC)이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골든타임>의 시청률은 13.6%를 기록했다. 현재 자체 최고 기록이다. 동시간대 전파를 탄 <빅>(KBS)은 10.1%을 기록했다.

 월화극 선두를 달리고 명예 퇴장한 <추적자>가 정경고발 드라마였다면, <골든타임>은 의료고발 드라마다.

월화극 선두를 달리고 명예 퇴장한 <추적자>가 정경고발 드라마였다면, <골든타임>은 의료고발 드라마다. ⓒ MBC


<골든타임> 대한민국 의료계를 말하다

앞서 월화극 선두를 달리고 명예 퇴장한 <추적자>가 정경고발 드라마였다면, <골든타임>은 의료고발 드라마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응급실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만했다. 부산 해운대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오가는 사투리에 귀가 쫑긋해진 시청자들도 있다.  <골든타임>은 안빅낙도를 꿈꾸는 의사 이민우(이선균)가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성장 드라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골든타임> 인기 중심에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진짜 의사 최인혁(이성민)이다. 민우에게 진정한 의사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남자이기도 하다.

<골든타임>은 지난 5화에서 인혁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 병원의 현주소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2시간 내로 수술하지 못하면 죽는 어린 환자를 수술하지 말라는 병원 측 공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혁은 수술을 감행했다. 그 결과 그의 앞엔 남은 것은 '징계'뿐이었다. 실제로 징계위원회가 구성되고, 그에겐 정직 3개월의 처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인혁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외과의에게 정직 3개월은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었기에 선택한 길이었다.

 <골든타임>에 출연중인 이선균(이민우 역)

<골든타임>에 출연중인 이선균(이민우 역) ⓒ MBC


<골든타임>에서 그려지는 대다수 의사들은 환자를 '돈'으로 환산하고, 이른바 '줄서기'에 급급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도 아니면 극 초반의 민우와 같이 방관하는 쪽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의료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의료체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처세법'이었다. 대부분의 의사는 이 체제에 길들여졌다.

이런 상황에 하지 말았어야 할 수술을 한 후 인혁과 은아(송선미)가 나눈 이야기는 <골든타임>의 방향을 설정해주는 중요한 대목이었다. 2년 동안 응급실에서 인혁을 지켜봐 온 은아는 그에게 '인내'해야 했다고 넌지시 말했다. 곧 응급의학과가 있는 종합센터가 건립될 때 인혁이 센터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러나 인혁은 "응급 상황에서 내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환자를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하며 "나는 자리지만, 그 아이에게는 생명"이라는 말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쐐기를 박았다.

의사윤리선언에 적힌 것처럼 '고귀한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의사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이 몇이나 되는지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은아는 인혁에게 모두 자리를 탐내는 현실에서 왜 그러냐는 식의 말을 하자 인혁은 "그들도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인술을 펼치고 싶어 하는데, 현실이 받쳐주지 않아서 좌절한다"며 오히려 초연히 답했다.

 '환자냐, 센터장 자리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런 질문 따위는 인혁에게 없다. 천 번을 물어도 무조건 환자다.

'환자냐, 센터장 자리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런 질문 따위는 인혁에게 없다. 천 번을 물어도 무조건 환자다. ⓒ MBC


'인술'이 아닌 '서비스'로 표현되는 오늘날의 의료계에 인혁과 같은 의사는 병원에 메스를 뺏길 수밖에 없는 실상에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사직서를 꺼내 든 인혁의 손은 통쾌함까지 선사했다. '전직 의사'가 된 상황에도 배에 천공이 난 환자의 CT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런 인혁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의사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골든타임> 이름처럼 월화극 '황금시간'을 사수할 수 있을까?

<추적자>가 끝나고 홍자매의 <빅>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1위를 거머쥔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월화극 정상 유지는 미지수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신의>(SBS)와 8월 방영 예정인 <해운대 여인들>(KBS)과 경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골든타임>이 보여줄 의사 이민우의 성장, 인물들 간의 러브라인이 본격화된다면 '재미' 또한 더해질 전망이다. 정상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기세다. 주말이 지나고 난 뒤 '월요병'을 치료해줄 또 한 번의 명작 의료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한다.

 <골든타임>에서 의사 최인혁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성민

<골든타임>에서 의사 최인혁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성민 ⓒ MBC


골든타임 이성민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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