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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레이스' 등판을 앞두고 있다. 이미 불펜에 들어섰다. 19일 저서 <안철수의 생각> 출간으로 묵직한 공을 던졌고, 오는 23일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출연으로 변화구를 시험해볼 예정이다. 곧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안 원장은 17일 출판사에 책을 넘겼고, 이틀 만에 책이 출판됐다. 갑작스럽다. 이런 그의 몸풀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야권 구원투수로서 레이스의 주도권을 가져올까, 아니면 실전에서 야권과 함께 무너져 '안 작가'(구원등판 했다가 역전을 허용해 극적인 승부를 초래하는 투수를 의미)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을까?

 

지난 4·11 총선 이후 줄곧 끌려다니던 민주통합당(민주당) 등 야권은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5·16 쿠데타 옹호 발언과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을 지렛대 삼아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민주당은 안타를 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섰다. 스포트라이트가 타석을 비추는 순간, 시선은 모두 안 원장의 몸풀기에 쏠린 상태다.

 

19일 저서 출간, 23일 방송 출연.

 

지난 5월 30일 부산대 강연 이후 공식 활동을 자제하던 안철수 원장의 최근 일정이다. 갑작스럽다. 안 원장이 공식 일정을 연달아 잡은 것은 처음이다. 대선 출마 준비 단계로 대중과의 스킨십 늘리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궁금증이 있다. 왜 지금일까?

 

[왜 지금?] 박근혜 5·16 발언과 민주당 경선 속 존재감 부각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근혜 의원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그 이유로 꼽았다. 최근 박근혜 의원의 5·16 쿠데타 옹호 발언이 퇴행적이라며 여야 대선주자 모두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제와 미래 가치의 충돌'이라는 '안철수 현상'을 극대화할 '타이밍'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안철수 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에서 박근혜 의원을 겨냥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책에서 산업화의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인권이나 민주화를 무시했던 산업화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했던 문제, 예를 들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외면하는 태도와 성장·효율성만을 앞세워서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를 방치하는 것이 구체제"라고 말했다. "새로운 체제에서는 이런 구체제를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통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도 안 원장의 등판시기를 앞당기게 한 요인이다. 18일 경선 규칙 확정 시한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민주당 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의원이 '비문재인' 대선 주자들의 요구인 '결선투표제'를 전격 수용하면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에는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의원의 지지율 차이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6~17일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원장의 지지율은 19.6%로 19.4%의 문 의원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쳤다. 

 

20일 예비경선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경선이 본격화되면,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윤희웅 실장은 "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지지층이 겹치는 안철수 원장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책 출간 등으로 자신의 지지층을 묶어놓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야권에 어떤 영향?] 민주 경선 '찬물'... 야권단일화 과정 따라 시너지

 

반대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안 원장이라는 태풍에 긴장한 모양새다. 이들은 안 원장의 등판 준비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피했지만, 경선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부인할 이는 없다. 안 원장이 참여하지 않는 민주당 경선이 '마이너리그'가 될 것이란 주장이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희웅 실장은 "안철수 교수가 장외에 높은 지지율로 존재할 때,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경선과정에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철수의 생각>의 파괴력을 볼 때 안 원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민주당 경선이 큰 호응을 받는 데 찬물을 끼얹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라는 의견도 많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안 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에서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안 원장은 책에서 "총선에서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 공천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보다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서울시장 재보선 때처럼 제 이름을 걸고 국민들에게 지지해달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며 "그러나 총선이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과 안 원장이 치고받다가 선거 막판 묻지마 단일화를 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안철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라는 책에서 "안 원장 자체가 민주진보진영의 역사적 맥락과는 별 인연은 없고, 무엇보다 그의 지지도 상승이 민주통합당의 한계 속에서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안 원장과 민주당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야권이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말이다.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든 안철수 원장을 폄훼하고 헐뜯지 않고 재밌는 경쟁을 펼친다면, 야권 단일화 과정이 국민의 큰 관심을 갖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생의 에너지가 나올 것이고, 독주하는 박근혜 의원은 언론 지면에서 뒤로 밀리게 될 것이다."


태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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