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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택씨가 농심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김진택씨가 농심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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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은 건 빚밖에 없어요. 짧은 기간에... 다 날렸지.. 아니, 날린 게 아니라 농심한테 줬죠. 뭐..."

서울 노원구에서 농심 대리점을 운영했던 김진택씨는 "2년 동안 고생하고 남은 건 외상과 재고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년 전, 3억 원으로 대리점 운영을 시작한 김씨는 첫 달 1600만 원의 적자가 난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김씨는 대기업의 대리점을 운영하면서도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까닭은 '농심의 불공정거래' 탓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를 비롯한 중소상인-시민사회 단체가 1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공정거래위원회 정문 앞에서 농심의 대리점에 대한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서를 제출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라면업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 농심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에 '노예 계약'과 같은 일방적이고 가혹한 불공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농심재벌의 각종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을 방지하라"고 요구했다.

빚내가며 대리점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

19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농심의 불공정거래를 고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9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농심의 불공정거래를 고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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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농심과 대리점의 계약관계를 '불공정거래'로 지목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농심이 전국 대리점에 매출목표를 일방적으로 부과하고 목표 매출량의 80% 이상을 판매하지 못한 경우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대리점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특정제품의 매출을 강제로 할당해 전체 매출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판매장려금 지급에 제한을 둔다.

둘째, 농심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추가물량 지원 등 특혜를 줌으로써 이중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특혜지원이 라면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고, 골목상권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심은 대리점계약을 체결한 전국의 중소 도매상인을 통해 물량의 약 40%를 SSM을 통해 약 20%를 판매하고 있다.

셋째, 농심의 일방적 요구와 지시에 불응한 일부 대리점을 대상으로 농심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대리점 사업자들이 농심에 항의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대리점을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참고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농심 "사실 무근... 판단은 공정위의 몫"

농심이 부과하는 매출목표와 장려금 지급 제한에 대한 증빙서류. 제한조건에 따르면 판매기준치 80% 미만 달성시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다.
 농심이 부과하는 매출목표와 장려금 지급 제한에 대한 증빙서류. 제한조건에 따르면 판매기준치 80% 미만 달성시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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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역시 "농심의 불공정거래에 문제를 제기하자 농심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 1월 7일 '농심전국협의회'를 설립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고발하는 내용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김씨는 "농심이 24시간 나를 감시하는 것 같다"며 "자신이 있는 곳에 항상 농심 직원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도 농심 홍보팀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고자들과 농심 직원이 마주치자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김씨는 농심 직원을 보자 "여기는 왜 나타난 것이냐? 양심적으로 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장재구 농심 홍보팀 차장은 "김씨를 비롯해 참여연대가 주장하는 것들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며 참여연대가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장 차장은 과도한 목표매출에 따른 판매장려금 미지급 문제에 대해 "판매장려금은 계약서에 따라 모든 사업자들에게 목표량과 관계 없이 지급된다"며 "목표매출 달성에 따른 추가금액 지급은 판매를 장려하기 위한 자율적 '인센티브'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판매장려금'이 아닌 '인센티브'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이는 판매 측 담당 업무로 관련 서류를 공정위에 제출할 것"이라며 "판단은 공정위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SSM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에 관해 그는 "농심은 '단일가격제'를 고수한다"며 "추가물품 지원의 경우에도 시기와 물량의 차이일 뿐이지 모든 사업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김씨의 일방적 계약해지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도 "김씨가 인터넷상에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처리한 것"이라며 김씨의 주장과는 무관하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신고서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양창영 변호사는 목표매출 달성에 따라 '인센티브'를 준다는 농심 측의 설명에 "농심이 기존에 지불하는 장려금 외에 따로 인센티브까지 챙겨준다면 매우 착한 기업이라는 말인데, 농심의 과거 행보를 봤을 때 참 의문"이라고 이견을 제시했다. 농심은 지난 3월 라면 업체들과의 가격 담합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108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태그:#농심 불공정거래, #농심 대리점 신고, #공정위 신고,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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