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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 앞에서 마을주민이 강제연행을 규탄하며 호송차량의 이동을 막자,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지난 3월 9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 앞에서 마을주민이 강제연행을 규탄하며 호송차량의 이동을 막자,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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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게 살던 마을공동체는 쑥밭이 됐다. '환경영향평가 졸속 시행' '강정해안가 절대 보전지역해제안 날치기 통과' '문화재법 위반' '복합관광미항 이중계약' '항만설계 오류' '화약류 불법 운반' '바지선 불법 운항' 등 강정해군기지 공사 현장에는 법이 없다.

윈델베리는 삶에서 중요한 깨달음에 대해 "스스로 거듭나 자신을 바로잡고, 절망을 떨치고 일어나 희망을 가지기 위한 모든 노력의 출발점은 늘 우리 자신의 경험이어야 한다는 점"이라 했다. 내면적 깨달음과 용기는 실천의 밑거름이다. 부패한 정부 관료가 재벌과 결탁해 반민중적인 정책을 입안해 실시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노력과 사회운동을 시의적절하게 해야 한다.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할 뿐만 아니라, 각자가 우리 내면에 도사린 이기심과 뒤틀린 욕망, 내 안의 '이명박'을 극복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힘을 모은다면 어떻게 될까.

자전거 순례단의 활동 모습
 자전거 순례단의 활동 모습
ⓒ 허상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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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 구럼비를 지키기 위한 자전거 국토순례단(아래 자전거 순례단)이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조계사에서 출발해 7월 14일 기장 삼덕수도원에서 영덕을 지난 이들은 7월 15일 울산·경주·부산에 닿았다. 자전거 순례단은 지난 15일 부산역 촛불집회에서 제주 강정에서 출발한 팀과 조우한 바 있다.

조계사 강정캠프 생명평화결사 순례기획팀에서 제안한 자전거 순례단은 인터넷 공모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다. 자전거 순례단에는 제주사람들의 모임(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는 제주사름) 회원을 비롯해 17세 대안학교 학생, 77세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이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의 장기투쟁에 대한 도덕적 채무감을 짊어지고 페달을 밟고 있다.

이들은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목포국제마당 페스티벌을 '평화행동의 날'로 정하고 동행자를 모으고 있으며, 7월 27일 목포에서 제주로 떠난다. 이어 강정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위한 콘서트를 열어 1만 명이 함께하는 제주강정평화대행진(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을 기획하고 있다.

기자는 이메일로 '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는 제주사름' 허상수 공동대표와 자전거 순례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일문일답.

자전거 순례단의 활동 모습
 자전거 순례단의 활동 모습
ⓒ 허상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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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어떻게 기획한 것이고 참가자들은 누구인지?
"조계사 강정캠프 생명평화결사 순례기획팀에서 제안해 인터넷 공모를 통해 참가자를 모았다. 17세 대안학교 학생부터 77세 어르신까지 3대에 걸친 참가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 무서웠던 경험 등 에피소드가 있다면?
"참가자의 연령대에서 보듯 어디서나 더운 여름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이외에 자동차 사고 가능성도 크다. 매일 순례를 하면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고 발생에도 우리는 전진하고 있다."

- 화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참가자들과의 인간관계, 길 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의 경우 없는 언동이나 활동가들의 무모함 등이 있다."

- 주변의 만류에도 왜 고행결심을 하게 됐는지?
"강정 주민과 활동가들의 장기투쟁에 대한 도덕적 채무감 등이 참가 동기가 됐다. 새로운 나를 만들어 보려는 일대전기를 마련하고 싶었고, 진보라는 미명을 탈피하고 반성하는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74학번으로서 체력의 한계를 느끼실 텐데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시는지?
"비교적 잘 버티는 상태다. 하루 평균 60~70km, 길면 100km 이상도 간다."

'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는 제주사름' 허상수 공동대표
 '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는 제주사름' 허상수 공동대표
ⓒ 허상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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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에 대한 성찰도 순례목적 중의 하나라 하셨는데, 허 공동대표에 대해서 겉으로 드러난 캐릭터, 실제 지니고 있는 캐릭터, 지니고 있다고 믿는 캐릭터를 말한다면?
"겉 특징은 건들·무심·냉담이라고 할 수 있고, 속 특징은 까칠, 될 일만 개입하는 완벽주의 결벽증·직언·끈기이며, 지니고 있다고 믿는 특징은 직관과 종합적 사고·실사구시·사회성이다."

- '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는 제주사름' 공동대표이신데 이 단체에 대해 말해달라.
"고향 제주가 참다운 생명평화의 섬으로 발전하길 바라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하는 육지, 해외 사는 제주 사람들의 모임이다. 공동대표로 소설가 현기영씨를 비롯해 김홍식(명지대 교수)씨, 양문흠(동국대 교수)씨가 있다. 해군기지 반대 활동과 강정마을 지원을 위해 참가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강정해군기지 백지화 촉구 재외 제주인 선언을 한 바 있다. 또 온라인 카페, SNS를 통해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며 제주도정과 정치권에 해군기지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 자전거 순례단은 뭘 이루고자 하나?
"평화와 생명의 연대, 8·4 강정평화대행진 성공을 위한 전국적 연대·홍보·선전이다."

- 왜 '생명평화 바람개비 자전거 국토 순례'인가?
"현재 한국사회는 위험 사회다. 죽임과 전쟁, 대립과 반목, 분열과 파괴의 사회 그 자체다. 이를 극복할 새로운 평화생명체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도 장기갈등 해결과 예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무관심 사회, 이를 탈피할 대전환의 계기 확보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강정마을의 공동체 복원과 군사기지 없는 '세계평화의 섬'으로의 회복 없이는 복지사회가 도래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 지역 내 아시아공동체 형성과, 새롭고 바람직한 한미·한중관계 수립을 위해서라면 제주 해군기지는 무망한 국책사업이다. 이번 자전거 국토 순례를 계기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대국민 사기'라는 점을 젊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하다고 생각한다."

자전거 순례단 일정표
 자전거 순례단 일정표
ⓒ 허상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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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국정보통신기술발전의 사회학적 연구 박사논문을 쓴 바 있는 허상수 공동대표의 저서로는 <한국사회와 정보통신기술> <참여냐 연합이냐> 등이 있다.



태그:#강정, #해군기지,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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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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