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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 타고 아찔한 바위를 내려가는 중...
▲ 밀양 백운산... 밧줄 타고 아찔한 바위를 내려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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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명약, 삼계탕은 한여름 보양식, 등산은 사시사철 평생 보약이다. 7월 10일 밀양 백운산 등반은 그야말로 보약 세 첩을 먹은 것과 같은 날이다. 등산과 소통으로 열린 마음 웃음꽃 피고 산상만찬으로 매 산행마다 즐겁지 아니한 적 없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하다. 농도 짙은 보양 등산이다.

이번 (7월) 사전답사 산행엔 일곱 명의 회원이 함께 했다. 가볍게 도시락을 싸서 나갔는데 권사님이 커다란 보온병에 삼계탕을 가득 담고 찰밥과 여러 가지 밑반찬에 만반의 준비를 해 온 게 아닌가. 평소에도 산행 가면 언제나 푸짐하고 맛나게 음식을 해 와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분인데 오늘은 특별히 삼계탕을 준비했단다. 오늘 산세가 제법 험한데 어쩔거나. 그래도 즐거운 남자들은 제법 무거운 보온병을 배낭에 짊어졌다. 보온병과 그릇들과 밑반찬 등을 일행들의 가방에 분산시켜 넣었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목적지로 출발. 어느새 오전 9시 20분이다.

넘고 또 넘는 바위...
▲ 밀양 백운산... 넘고 또 넘는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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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목적지는 밀양 백운산(해발 885m)과 시례 호박소계곡이다. 백운산은 운문산과 가지산 능선 사이 남쪽 밀양 산내면에 위치해 있는 암릉산으로 암릉미가 빼어나다. 바위를 즐겨 타는 사람들이 애용하는데 산을 즐기는 산꾼들은 백운산을 등반하고 가지산을 연계 산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산 전체가 한 조각 흰 구름처럼 보이는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백운산이란 이름을 얻었다는데, 그 허리께엔 구룡폭포가 있고 그 아래엔 시례 호박소가 있다.

시례 호박소계곡은 백운산 자락 계곡에 위치해 있다. 화강암 바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한 여름 더위를 잊기에 좋은 곳으로 여름이면 맞은 편 얼음골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물에 씻겨야 그렇게 깊게 바위가 패일 수 있을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세월동안 물에 씻기고 또 씻겨 소(沼)를 이루었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호박소는 마치 절구의 호박같이 생겼다하여 호박소 또는 구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갔을 만큼 깊었다고 전해지며 오랜 가뭄이 계속될 때 기우제를 지내는 기우소였다고도 전해온다.

...암릉미가 빼어난 백운산...
▲ 백운산... ...암릉미가 빼어난 백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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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백운산도 만나고 시례호박소계곡도 만나야 한다. 오늘 일기예보에서는 밤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 어쨌든 날은 화창하다. 시내를 벗어나 양산 물금 IC를 지나 서울산 IC를 거쳐 가지산 터널, 호박소 터널을 뚫고 밀양 산내면으로 들어섰다. 호박소계곡 주차장 앞에서 신발을 고쳐 신고 산 들머리로 들어섰다. 대나무 숲을 지나서 제법 높은 경사 길을 올라 큰 도로가 나왔다.  도로 맞은편에 산행 리본들이 색색으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금방 백운산 진입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이 길로 해서 백운산을 만났던 적이 있다. 잔설이 남아있었던 걸로 봐서 겨울이었나 보다. 처음부터 깎진 들머리에 기가 질렸고 예상 못했던 위험구간을 계속 만나면서 아찔했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한데, 녹음 무성한 이 계절에 만나는 백운산 표정은 어떨지 궁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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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백운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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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계단길...
▲ 백운산... 바위 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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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들머리에 들어서자 곧장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비탈진 바윗길로 이어졌다. 앞으로 험한 길을 예고하듯이. 백운산은 진입부터가 바위로 되어 있는데다가 많이 가파르고 위험구간이 많아 급경사 오름길을 걷다가 쉬고 또 쉬었다. 가다 쉬고 가다 쉬며 경사 높은 오름길을 걷다보니 조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쾌한 바람도 불어왔고 올라오는 길이 힘들었는데 여기쯤 오니 걸음도 가벼워지고 가슴이 후련했다.

백운산과 삼양마을 갈림길을 표시한 이정표 앞에 당도했고 근처에는 바위와 붙어 십자 모양으로 변한 나무를 만났다. 나무와 바위가 딱 붙어 있는 모양이 특이했다. 로프를 잡고 바위를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 있는 바윗길로 이어졌다. 암릉 길을 올랐다 내렸다 하기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찔한 바윗길을 오르내리면서 철 계단을 타고 오르기도 했다.

바위에 올라앉아 망중한...
▲ 백운산 ... 바위에 올라앉아 망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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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가까운 산들이 병풍을 두른 듯 호위하듯 우뚝하고 장엄하게 펼쳐져 있고 삼양마을의 안온한 풍경이며 간간이 소나무 바위에 붙은 바위비탈이 한 눈에 들어왔다. 풍경에 취해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곤 했다. 바위 위에 앉아 망중한. 바람은 시원하고 상쾌했다. 바윗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어느새 배가 고팠다. 원래 계획은 호박소 계곡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지만 바윗길을 넘고 또 넘어오며 쉬엄쉬엄 쉬어가다 보니 시간을 많이 보냈다. 소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바위 위에 자리를 펴고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오늘 점심은 그야말로 특식 중에 특식이다. 배 권사님의 세심한 배려로 여름보양식 삼계탕을 높은 바위 위에 앉아 먹게 된 것이다. 삼계탕에는 인삼, 홍삼 등 몸에 좋다는 각종 약재를 다 넣고 끓인 삼계탕이었다. 그 많은 삼계탕을 산에까지 가지고 올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하여튼 대단했다. 등산 할 때마다 푸짐하고 풍성하게 맛난 음식을 해 와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는데 우린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백운산 등반...
우리들의 특별한 점심...인삼 홍삼 온갖 약재가 들어간 삼계탕...
▲ 백운산...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백운산 등반... 우리들의 특별한 점심...인삼 홍삼 온갖 약재가 들어간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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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보온병을 앞에 놓고 국자로 넓고 오목한 그릇에 한 그릇씩 나눠주는 삼계탕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어딜 가도 '수저는 필수'라고 외치는 홍 집사님은 오늘은 특별히 은수저를 가지고 왔다. 그 많은 양의 삼계탕이 보온병에 다 들어 가나보다. 삼계탕은 넉넉하게 한 그릇씩 돌아갔다. 우린 삼계탕뿐만 아니라 맛난 찰밥에 성의껏 해온 밑반찬까지 풍성한 바위식탁이었다. 백운산 높은 바위에 올라앉아 먹는 영양 가득한 삼계탕. 우리의 특별한 야외식사였다. 식사 후엔 커피와 과일로 오늘의 특별한 만찬을 마무리 했다.

이제 자리를 정돈하고 일어섰다. 백운산 정상이 지척이다. 하지만 정상은 좀처럼 쉽게 내주지 않았다. 점심 먹고 앉아 쉬다가 걷는 걸음인데 가파른 오르막길로 이어졌다. 다시 로프를 잡고 내려가는 바위를 통과해 비좁은 비탈길을 지나 바위 봉우리로 올랐다. 백운산(해발 885m) 정상이다. 백운산의 위용에 비해 작고 초라한 정상표시석이 바위 한 가운데 가볍게 놓여 있었다. 아찔하도록 험하고 스릴 있는 암릉 구간을 넘고 넘어 정상까지 온 우리는 정상에 올라 앉아 숨 가빴던 호흡을 가다듬고 길게 호흡하며 휴식했다.

여기서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 밀양 백운산 정상에서... 여기서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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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곳마다 산산이 초록으로 짙게 물들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올라온 길을 두고 이제 하산해야 한다. 산처럼 고요히 오래 머물러 긴 호흡 하며 산처럼 고요해지고도 싶지만 산은 또 우리를 내려가라 한다. 그리움 가득 차오르면 다시 오리라. 산은 늘 그랬듯이 만나고 돌아서면 다시 그립고, 그리움 차오르면 다시 만나곤 한다.

하산 길은 구룡소폭포가 있는 계곡 길 쪽으로 간다. 급경사로 가파른 내리막길은 오래오래 이어졌다. 한참 만에 도착한 구룡소폭포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폭포를 지나 숲길로 내려갔다. 곧 가지산 도립공원 입구가 나왔고 위로부터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환했다. 삼양교에서 우리가 올라온 길로 되짚어 내려가 호박소계곡 주차장에 당도했다.

계곡에서...
▲ 호박소 계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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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 만발...
▲ 호박소계곡... 웃음꽃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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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배낭을 내려놓고 호박소로 향한다. 계곡에 닿기도 전에 물소리가 먼저 우리를 이끌었다. 호박소에 도착한 우리는 등산하느라 피곤했던 발을 흐르는 물에 담갔다. 바위벽을 타고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는 시원한 폭포 아래 둥근 호박모양의 소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씻었다. 시원하게 떨어져 내리는 폭포와 계곡 물소리는 주변을 온통 그 환한 물소리로 가득 채웠다.

힘들었던 산행의 피로를 흐르는 물에 씻으며 우리는 아이들처럼 마음 흥겨웠다. 물소리 사이사이로 우리들의 웃음꽃이 수시로 터졌다. 작은 몸짓 하나에도 농담 한 마디에도 우린 한껏 웃어 제쳤다. 물소리는 모든 것을 씻어가는 듯 했다. 마음도 머리도 흐르는 물에 씻어 가는 듯 했다. 한 집사님은 일 년 분의 웃음을 오늘 한꺼번에 다 웃은 것 같다고 했다.

즐거운 한 때...
▲ 호박소계곡에서... 즐거운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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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와서 만난 백운산과 호박소계곡...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멋진 등반이었고 호박소에서 발 담그며 피로를 씻고 날려버렸던 멋진 하루였다. 높은 바위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와 높 낮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소리에 맘 씻고 몸은 또 상쾌해졌다. 산정 높은 곳에서도 호박소 계곡에서도 오가는 대화 속에 웃음꽃이 팡팡 터져 유쾌했다.

한 여름 보양식 삼계탕과 명약인 웃음과 평생보약 등산까지 보약 세 첩으로 힘도 불끈불끈, 마음은 상쾌 유쾌 명쾌하고 넉넉하고 충만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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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호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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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산행수첩]
교회에서 출발(9:20)-물금읍 IC(9;37)-서울산 IC(9:55)-밀양산내면-가지산장(10:20)-
호박소계곡(10;20)-산행시작(10;40)-백운산 삼양마을 이정표앞 (11:50)-십자바위-
능선바위에서 점심식사 후 출발(2:10)-백운산 정상(2;30)-출발(2:45)-구룡소폭포(3;40)
-계곡입구(가지산도립공원)(4:00)-가지산도립공원 주차장(4:05)-호박소계곡 입구(4:25)
-호박소계곡- 집으로 출발(5:20)



태그:#밀양 백운산,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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