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주리' 촬영현장. 김동호 감독이 김태용 조감독과 함께 촬영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단편영화 '주리' 촬영현장. 김동호 감독이 김태용 조감독과 함께 촬영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 성하훈


스태프들이 거리의 인원과 차량을 통제하는 사이 카메라가 돌아가자 감독은 헤드셋을 쓰고 모니터를 주시했다. 이제 갓 첫 작품을 찍는 신예감독이었지만 원로감독 분위기가 풍겼다. 짧은 분량의 촬영이었지만 현장은 무척이나 분주했다.

감독으로 '입봉'하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의 <주리 JURY>(가제) 촬영 현장이 10일 낮 종로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공개됐다. 영화 촬영은 9일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시작됐는데, 세계 영화계를 주름잡던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나이 70대에 들어서 감독으로 변모해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아랑곳 않고 모니터를 통해 촬영 현장을 확인하는 감독 김동호의 표정은 진지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두 번 정도 더 촬영 끝에 마침내 "오케이" 사인을 냈고, 주위에 모여 촬영 분량을 확인하던 연기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김동호 감독 데뷔에 영화계 한마음 성원

김동호 위원장의 감독 데뷔는 그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물러나면서 공언했던 부분이다. 세계 유명감독의 일상을 담은 다큐를 찍고 싶다던 그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10주년을 맞는 올해 개막작 제작을 요청하면서 극영화를 선택하게 됐다.

대신 다큐를 찍고 싶다던 첫 바람은 이번만큼은 찍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이 김동호 위원장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 촬영현장에서는 두 사람이 각각의 영화를 만드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김동호 감독이 촬영에 몰두하는 사이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은 아들과 함께 김동호 위원장 모습을 담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단편영화 '주리 JURY' 촬영 현장에서 김동호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

단편영화 '주리 JURY' 촬영 현장에서 김동호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발바프 감독 ⓒ 성하훈


 단편영화 '주리 JURY' 촬영 현장의 김동호 감독과 배우 안성기

단편영화 '주리 JURY' 촬영 현장의 김동호 감독과 배우 안성기 ⓒ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영화 촬영이 진행된 아트선재센터 주변은 현장을 보려는 구경꾼들로 가득했다. 워낙 쟁쟁한 배우들과 이름난 영화인들이 모인 까닭이기도 했다. 단편영화 제작에 모여든 스태프들의 면면은 그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주연 역시 국내 스타 연기자들이 참여한 호화 캐스팅이었다.

김동호 감독 옆에는 <만추>의 김태용 감독이 조감독으로 보조했고, 주연으로는 안성기 강수연 평론가 토니 레인즈(평론가), 토미야마 가츠에(일본 예술영화 전용관 이미지포럼 대표), 박희본 등 국내외 영화인들이 모두 재능기부로 나섰다. 임권택 감독이 보조출연자로 참여했고 아시아나영화제 조직위원장인 배우 손숙 씨도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영화계는 '김동호 감독' 데뷔에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시나리오는 장률 감독이 썼고,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윤성호 감독이 각색을 맡았다. 촬영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의 김형구 감독, 편집감독은 강우석 감독이 맡아 화려함을 넘어 으리으리한 제작진을 구성해 '감독 김동호'를 돕고 있다.

일부 영화인들은 김동호 감독과 함께하는 것이 영광이라며 참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스틸 기사를 맡아 촬영 현장을 사진과 영상에 담고 있는 정상진 DMZ다큐멘터리영화제 부위원장은 "몇 시간 자고 새벽에 나가기도 하지만 이 감독님 밑 한명의 이름 없는 스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져서 감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동호 "'레디', '컷', '오케이' 외치는 게 어색해 적응 중"

 단편영화 '주리 JURY'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김동호 감독

단편영화 '주리 JURY'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김동호 감독 ⓒ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김동호 감독은 촬영을 마친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 배우들과 호화로운 스태프들이 참여해 해외에서까지 관심이 많다"며 "졸작이 나오면 망신이 될 것 같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레디', '컷', '오케이' 등을 외치는데 아직은 어색해 적응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때문에 제작 스태프에게 핀잔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함께 자리한 배우 강수연씨는 "임권택 감독이 '신인이 당황하지 않고 능수능란하다'고 한다"며, 현장 분위기가 즐겁다고 전했다. 김동호 감독은 화려한 출연진에 대해 오랜 친분과 인연으로 출연을 부탁하게 됐다며 영화가 잘 되면 다른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김동호 감독의 데뷔작 <주리 JURY>는 '심사위원'을 뜻한다. 국제영화제 경쟁작 심사과정에 관한 이야기인데, 시나리오에는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던 김동호 위원장의 경험이 담겨 있다. 이번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11월 개최되는 올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실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김동호 주리 J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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