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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86년 이후 법으로 금지했던 고래잡이를 과학연구 목적으로 허가하겠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밝혔다. 이에 따라 27년 만에 고래잡이가 다시 시작될 지 주목된다. 일단 지역 어민과 수협, 음식점 등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고래잡이를 반대해온 환경단체들과 호주·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는 우리 정부의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연구용 고래잡이 허용과는 별도로 주로 밍크고래 불법 포경도 다시 활개치고 있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고래잡이 재개 발표

농림수산식품부 당국자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은 지난 4일 파나마 파나마시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에서 과학연구용 포경 계획을 올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내년 5월 열릴 연례회의 때 IWC 산하 과학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WC는 국제포경조약(ICRW)에 따라 1986년부터 밍크고래 등 12개 국제보호종에 대해 상업 목적의 포경을 유예(모라토리엄)하고 있다. 다만 과학연구 및 조사용 포경이나 원주민의 먹을거리를 위한 포경은 과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 포경에 대한 승인을 받더라도 국내 동남해안 지역 어민이 요구하는 '연안 포경'이 허용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안포경의 승인을 받으려면 89개 IWC 회원국 가운데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안 포경을 상업 포경으로 여기는 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상업 목적으로 고래를 잡는 나라는 IWC를 거부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뿐이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2010년부터 과학연구용으로 1천500마리를 허가받아 남극과 북태평양에서 고래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포경 반대 국가와 환경단체들은 "과학연구를 빙자한 상업용 고래잡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지역 어민들은 환영 분위기

포항해경에 압수된 고래잡이 어구. 작살은 작살촉과 작살대가 분리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 포획어구 포항해경에 압수된 고래잡이 어구. 작살은 작살촉과 작살대가 분리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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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포경허용 방침에 오징어잡이 어민을 중심으로 지역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임학진 포항수협 조합장은 "이번 포경 허용은 농식품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한 결과"라며 "고래가 오징어, 멸치 등을 대량으로 잡아먹고 있다. 바다에서 갑자기 오징어떼가 사라지면 뒤이어 꼭 고래가 나타나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 2005년 18만 9천 톤에서 2010년 15만 9천 톤으로 최근 5년 새 15% 이상 줄었다.

고래고기 음식점도 반기는 분위기다. 죽도시장에서 고래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포항해경에서 포경선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뒤 높은 가격과 복잡한 유통과정으로 그동안 고래고기를 취급하는 상인들은 어려움이 많았다"며 "연구 포경으로 얼마만큼의 고래고기가 유통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합법적으로 고래고기가 유통된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에서 고래고기를 취급하는 곳은 대략 100여 곳, 이중 고래고기 전문점은 10여 곳 정도이다.

"밍크고래는 당연히 보호돼야"

배의 측면에 잡은 고래를 끌어올리기 쉽도록 분리할 수 있는 문을 달았다.
▲ 고래잡이 배 개조된 고래잡이 배. 배의 측면에 잡은 고래를 끌어올리기 쉽도록 분리할 수 있는 문을 달았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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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해경은 지난해 8월 동해에서 밍크고래 등을 직업적으로 잡아 팔아온 어선 10척을 붙잡아 13명을 구속하고 선원 57명을 입건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한 고래잡이 어선의 S선장은 "당시 전국적으로 고래잡이 배는 17~18척 정도였다. 해경 수사로 고래잡이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최근 다시 조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얼마 전 서해로 고래잡이 배가 조업을 나갔다가 해경의 단속이 심해지자 빈 배로 돌아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S선장은 "불법 조업이 없으면 밍크고래 고기는 kg당 50만 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은 해경이 전보다 단속을 강화했다"며 "고래 잡는 배를 해경이 뻔히 알기 때문에 수시로 그 배들을 수색하기도 하지만, 고래잡이를 해온 사람은 다른 고기는 못잡는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학진 조합장은 "어업에 피해를 주는 참돌고래는 연구용으로라도 잡아 개체 수를 줄여야겠지만 밍크고래는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래잡이 배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고래잡이에 적합하게 개조돼 사용된다. 개조된 배들이 여럿 있을 정도로 고래잡이가 대놓고 하는 밀렵이 돼 있는 것.

포수가 창을 안전하고 잘 던질 수 있도록 배의 앞머리에 사람을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하고, 고래의 움직임을 잘 볼 수 있게 조타실 높이도 일반 어선보다 1m 정도 높이기도 한다. 배의 오른편에는 곁문을 만들어 고래를 끌어올리기 편하게 변형시키고 잡은 고래를 쉽게 해체하기 위해 배 앞쪽 공간도 많이 확보하기도 한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우리나라 바다에는 상괭이 3만 마리와 참돌고래 3만5천 마리 등 총 7만 마리의 고래가 살고 있다. 밍크고래는 1천600마리가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태그:#포경, #고래잡이, #포항, #밍크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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