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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5개월 앞두고, 재벌 총수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거세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최근 총수일가의 지분도를 공개한데 이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칼을 빼 들었다. 금융감독원도 재벌 금융계열사의 부당거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미 10대 재벌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중이다. 사실상 재벌 총수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

5대 재벌중 처음으로 SK의 일감몰아주기 346억원 과징금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SK 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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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8일 SK그룹 7개 계열사들이 현저히 낮은 값으로 SK C&C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부당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계열사들에게 모두 346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현 정부들어 5대 재벌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처벌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 C&C는 시스템통합(SI) 부문의 계열사로 최태원 회장(44.5%)이 대주주다. SK C&C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 31.82%를 소유하고 있다. 결국 최 회장은 SK C&C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부터 두달이 넘도록 SK 계열사를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SK C&C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부당 내부거래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그룹 7개 계열사는 SK C&C와 수의 계약 방식으로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에 걸쳐 IT 서비스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들 계열사들은 서비스 거래 대가로 최근 5년동안 1조7714억원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인건비가 9756억원이었다. SK텔레콤의 경우 SK C&C에 2006년이후 올 6월까지 유지보수비로 2146억원을 지급했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들이 SK C&C에 지원성으로 거래한 규모만 1조1902억원에 달한다"면서 "이 금액은 인건비와 유지보수비를 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를 단가보다 현저히 높게 지급해 총수 일가 부당지원"

SK C&C가 그룹 계열사인 SKT와의 계약관계에서 인건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SK 7개 계열사들이 SK C&C와 계약과정에서 인건비를 과다하게 책정해, 이익을 몰아줬다고 밝혔다.
 SK C&C가 그룹 계열사인 SKT와의 계약관계에서 인건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SK 7개 계열사들이 SK C&C와 계약과정에서 인건비를 과다하게 책정해, 이익을 몰아줬다고 밝혔다.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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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SK 계열사들이 SK C&C와의 서비스 계약때 인건비를 현저하게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008년이후 인건비 단가는 법에서 정한 단가보다 낮게 정하는 것이 거래관행"이라며 "하지만 SK 계열사들은 고시단가를 그대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 C&C는 이들 계열사로부터 많게는 72%나 높은 수준의 인건비를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SK계열사에 떨어져 나온 A생명의 경우 SK C&C와 거래할때 인건비 단가를 13~20% 할인해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SK 계열사들이 SK C&C에 인건비를 과다하게 지급했다는 것이다.

전산장비가 많은 SK텔레콤의 경우는 이들 유지보수 비용도 SK C&C쪽에 높게 책정해 지급했다. 일반적으로 시스템 유지 업체들은 계약기간이 길어지거나, 계약물량이 많을 경우 할인(Volume Discount)을 해왔다. 하지만 SK텔레콤과 SK C&C 사이에선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SK C&C와 비계열사간 소프트웨어 거래 문건. 5년 장기계약에 따른 수량할인(Volume DC) 내용이 들어있다.
 SK C&C와 비계열사간 소프트웨어 거래 문건. 5년 장기계약에 따른 수량할인(Volume DC) 내용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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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SK 계열사들은 SK C&C와 5년에서 10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익을 몰아줬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현행법상 대기업이 부당한 방법으로 계열사를 지원했을 경우 해당 매출규모의 2~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같은 부당지원으로 SK 7개 계열사들은 그만큼 손해를 입게됐다"면서 "대신 SK C&C와 총수일가는 이익을 얻었다고 볼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부당내부거래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또 "이번 조사과정에서 SK C&C 직원들은 조직적으로 자료를 파기하는 등 조사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별도로 2억9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SK C&C와 업체간 거래 문건 일부. 과기처 단가기준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표현이 있다.
 SK C&C와 업체간 거래 문건 일부. 과기처 단가기준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표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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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도 재벌 금융계열사 부당거래 조사... 국세청은 세무조사

공정위 이외 금융감독당국도 재벌 계열 보험사의 부당 내부 거래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손해보험사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 거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빠르면 다음달 조사결과를 발표키로 했다.

이밖에 국세청도 올 들어 10대 재벌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거나,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재벌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고 있다"면서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 등이 나서 기업들에 대해 압박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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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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