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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산엘 쉽고 빠르게 가려면 갑천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야 하고, 돌다리를 건너려면 이 길을 걸어여 합니다.
 도솔산엘 쉽고 빠르게 가려면 갑천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야 하고, 돌다리를 건너려면 이 길을 걸어여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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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라고 하기엔 조금 뭐하지만 모처럼만에 아침 산길을 걸었습니다. 108배를 마치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오전 5시, 동쪽 하늘을 밝혀오는 여명을 좇아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서서 조금만 걸으면 농로입니다. 논둑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대둔산 수락계곡에서부터 흘러내린 물이 흐르는 갑천을 건널 수 있도록 놓은 돌다리로 가는 길입니다.

돌다리로 이어지는 길은 억새가 무성한 흙길입니다. 한 길쯤은 돼보이게 훌쩍 자란 억새마다 아침이슬을 흠뻑 머금고 있습니다. 바짓가랑이를 적신 아침이슬은 어느새 정강이를 넘어 무릎까지 적시고 있습니다.  

도솔산 가는 길은 아침이슬이 흠뻑

아침이슬을 흠뻑 머금고 있는 억새가 천천히 가라며 물장난을 걸어옵니다. 길이라도 막듯이 휘휘 늘이고 있는 잎사귀에라도 닿으면 아침이슬의 차가움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억새가 무성한 길을 지나면 돌다리가 나옵니다.

도솔산 가는 길은 억새가 아침이슬을 흠뻑 머금고 있는 무성한 길
 도솔산 가는 길은 억새가 아침이슬을 흠뻑 머금고 있는 무성한 길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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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라도 막듯이 휘휘 잎사귀를 늘이고 있는 억새
 길이라도 막듯이 휘휘 잎사귀를 늘이고 있는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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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로 불어난 물에 잠긴 돌다리
 장맛비로 불어난 물에 잠긴 돌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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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
 장맛비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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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흙길
 물에 잠긴 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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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산 오르막길 입구에 있는 의자.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한적하기만 합니다.
 도솔산 오르막길 입구에 있는 의자.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한적하기만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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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산 흙길. 전 구간이 이와 같은 황토흙길은 아니고 군데군데는 돌길입니다.
 도솔산 흙길. 전 구간이 이와 같은 황토흙길은 아니고 군데군데는 돌길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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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는 며칠 전 내린 장맛비로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물에 잠겨있습니다. 발목까지 잠기는 돌다리를 덤벙덤벙 건넜습니다. 다시 이어지는 억새 무성한 흙길을 걸어 갑천을 건넜습니다. 물이 휩쓸고 간 흔적이 여기저기에 역력합니다.

갑천을 건너니 도솔산으로 오르는 가풀막진 비탈길입니다. 가풀막진 비탈길이라도 좋습니다. 아침바람은 청량하고, 아침 숲에서 풍기는 기운은 신선합니다. 억새가 흠뻑 머금고 있던 이슬보다도 진한 싱그러움이 아침 산길을 장식하고 있는 나무마다 주렁주렁합니다.   

도솔산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
 도솔산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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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 헉헉 토해내며 오르다보니 거기가 도솔산 정상입니다. 도솔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산하는 고요하고 조용한 아침입니다.

아침햇살은 동쪽 하늘에서 쏟아지고, 신선한 바람은 남서쪽에서 불어옵니다. 동·남·서·북, 사방을 향해 합장 삼배를 합니다. 만사에 고맙고 제행에 감사할 뿐입니다.

질리지 않는 아침 산 공기

비탈길을 오르느라 차올랐던 숨은 어느새 잦아들었습니다. 두 팔을 양쪽으로 한껏 벌리고 '흡~흡~' 거려가며 아침공기를 가슴에 담았습니다.

청량하기만 했던 아침이슬 한 방울이 퐁당하고 떨어진 듯이 텁텁했던 가슴이 후련해집니다.

아무리 흡흡 거리며 마셔도 배부르지 않고 질리지 않으니 좋습니다. 등줄기의 땀이 식으니 썰렁해지는 기분입니다.

헉헉 거리며 올라왔던 오르막길이 이제는 조심스럽게 내려 걸어야 하는 내리막길이 되었습니다. 타박타박, 뚜벅뚜벅…, 억새가 무성한 흙길을 다시 걷고, 발목까지 풍덩 빠지는 돌다리를 덤벙덤벙 건너서 집으로 되돌아오니 거반 8시가 되어갑니다.

푸푸거리며 샤워를 하고,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고 허기가 밥맛이라더니 밥과 국, 반찬 하나하나가 꿀맛이고 진미입니다. 흙길을 걸으며 이슬에 젖고, 아침 햇살과 바람을 쐬며 하루를 연 아침 산길은 마음의 티끌을 소제하는 청정한 시간이었습니다.  
  
도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쪽, 몇년 전까지는 농토였지만 대규모 신도시로 개발 중인 곳입니다.
 도솔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쪽, 몇년 전까지는 농토였지만 대규모 신도시로 개발 중인 곳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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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솔산, #갑천, #수락계곡, #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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